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대구지방경찰청이 지난 2023년 대구에서 발생한 10대 추락 환자 응급실 미수용 사망사건과 관련해 당시 응급실 근무 의사 2명을 응급의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서울특별시의사회가 16일 일제히 성명서를 통해 “구조적·제도적 실패의 책임을 의사 개인에게 전가하는 처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의협 “전공의까지 송치…국가의 구조적 책임을 현장에 떠넘겨”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성명에서 “응급환자 수용은 응급실 의사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배후 진료 전문인력과 중환자실·수술실 여력, 당직 전문과 대응 가능 여부 등이 종합적으로 맞아야 가능한 일”이라며 “경찰이 응급의료 현장의 특수성과 구조적 한계를 간과한 채 사후적 결과만을 근거로 형사책임을 물었다”고 비판했다.
의협은 특히 송치된 2명 중 1명이 당시 전공의 신분이었다는 점을 들어 “수련체계의 현실을 외면한 과도한 처사이며, 필수의료를 선택하려는 젊은 의사들에게 매우 부정적인 신호를 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건복지부가 현지조사 후 병원들에 행정처분을 내리면서도 의사 개인을 수사기관에 고발하지 않았음에도 사건 발생 3년이 지난 시점에 경찰이 개인을 검찰에 송치한 것은 “국가가 해결해야 할 응급의료체계 문제를 현장에 떠넘기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응급의학의사회 “병원 패소 판결 직후 갑작스러운 송치는 기회주의적 결정”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한층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의사회는 “보건복지부가 2024년 9월 펴낸 지침에서 인력·시설·장비가 부족해 환자를 제대로 치료할 수 없으면 진료를 미루거나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음에도, 정부가 병원에 내린 행정처분이 오히려 형사처벌의 근거로 쓰였다”고 주장했다.
▲수사 타이밍 문제
의사회는 이번 수사가 3년 가까이 결론 없이 미뤄지다 병원들이 정부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한 직후 갑자기 검찰 송치로 방향을 틀었다고 지적했다.
“의학적 판단을 따져 내린 결론이라기보다 앞선 행정·법원 결과에 올라탄 기회주의적 결정”이라는 것이다.
▲수용 결정은 고도의 의료행위
의사회는 “특정 환자를 응급실에 수용할지 여부는 응급실 내 중환자들의 실시간 상황과 가용 배후 진료 인력, 장비의 한계를 종합해 내리는 의학적 판단이자 고도의 의료행위”라며, 수용 불가 결정을 범죄로 규정하는 순간 대한민국 응급의료 체계는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시의사회 “사법 기준으로 의료 판단하는 구조적 위기”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이번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이 아니라 “응급실 환자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의료진의 전문적 판단을 사후적으로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지를 가르는 중대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수년이 지난 뒤 결과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당시 의료진의 판단을 재단하고 형사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결과책임주의이며 응급의료에 대한 사법적 과잉개입이라고 짚었다.
▲정부 허용 행위가 형사 증거로
서울시의사회는 “보건복지부는 인력·시설·장비 부족으로 최선의 진료가 불가능할 경우 환자 전원 결정이나 수용 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해왔지만, 현장에서의 고뇌 어린 판단은 사후에 냉혹한 행정처분과 형사처벌의 칼날이 되어 돌아왔다”며 “정부가 허용한다고 설명한 행위가 사후적으로 범죄의 증거가 된다면 어느 의료인이 어떠한 근거로 진료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법 환경이 만든 위기
서울시의사회는 “법원이 요구하는 기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충족할 인력과 시스템은 국가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오늘의 응급의료 위기는 의료 인력 문제보다 사법 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또한 “전국의 응급실은 인력 부족과 저수가, 의료분쟁 위험 속에서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며, “수용 결정마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면 이는 사실상 ‘응급의료를 떠나라’는 국가의 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3개 단체, 공통적으로 제도 개선·법적 보호 마련 촉구
세 단체는 의협이 언급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사건 이후 소아청소년과 기피가 심화된 전례를 공통적으로 상기하며, 이번 송치가 응급의학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의 이탈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요구 사항으로는 ▲배후 진료 인프라 및 필수의료 전문인력 확충 ▲중증·응급 진료에 대한 합리적 수가 보상 ▲응급환자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한 명확하고 일관된 기준 마련 ▲불가항력적 응급의료 사고에 대한 형사책임 면제 ▲필수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이 공통적으로 제시됐다.
서울시의사회는 특히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의 후속 입법 과정에서 “전문적 의학적 판단이 형사책임의 대상으로 확대 해석되지 않도록 충분한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사법부는 결과를 기준으로 의료행위를 재단하는 결과책임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날 것”을 촉구했다.
세 단체 모두 “결과만을 기준으로 책임을 묻는 사회에서는 누구도 위험한 환자를 치료하지 않을 것이고,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응급·필수의료 붕괴 방지를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