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가 의료기사의 업무수행 근거를 의사의 ‘지도’에서 ‘처방’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두고 정면 대립하고 있다.
의협은 통합돌봄체계 정착에 적극 협력하되 의료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입법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고, 의기총은 돌봄통합지원법 시행과 맞물려 방문재활의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한 ‘골든타임’이라며 조속한 법안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의협 “법안 철회하라”…사법부 판례 들어 반대
대한의사협회 김택우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2025년 10월 13일 발의된 해당 개정안이 의료기사의 독립적 업무 수행 근거를 마련하는 것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중대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현행 의료체계에서 의료기사는 의사의 지도 하에 진료 보조 업무를 수행하도록 되어 있으며, 이는 의료행위가 의사의 전문적 판단과 환자 상태에 대한 책임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가 물리치료사와 임상병리사의 업무는 의사의 진료행위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어 독자적 수행을 허용할 만큼 위험성이 적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의료기사의 업무를 의사의 지도하에서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판결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의사 감독 부재 시 환자 상태 변화에 즉각 대응이 어렵고,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진다는 점도 지적했다.
‘처방·의뢰’에 따른 행위와 실제 수행 행위 간 책임 분리가 발생할 경우 법적 분쟁과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통합돌봄체계를 이유로 한 개정 필요성 주장에 대해서도 김 회장은 “이미 정부 시범사업을 통해 의사의 지도 하에서도 방문재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정부 추진 로드맵상 물리치료사의 방문재활은 2028~2029년 안정기에 도입될 예정이어서 현 단계에서 법 개정을 서두를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의료기관 외에서도 의사의 지도가 가능하도록 '지도' 개념의 공간적 범위를 확장하는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27일 성명서를 통해 “의료기사법 개정안은 의료현장의 안정성과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며 강력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신경외과의사회는 “정치와 경제가 하나이고 교육과 학습이 하나인 것처럼 진단과 치료로 이어지는 진료는 분리할 수 없다. 개정안은 의료현장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환자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안정성을 위협할 것”이라며, “진단에 따라 수정돼야 하는 즉각적 치료 방향이나 예기치 못한 합병증 발생 시 책임 있는 의사결정은 통합된 진료하에서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열악한 의료 환경에서 소임을 다해온 의료기사들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지만, 독립성 확대는 건강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이 환자 안전과 의료체계의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기보다는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우려하며 신중한 판단과 재검토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의기총 “수요자 중심 민생법안, 즉각 상정하라”
반면 대한물리치료사협회를 비롯한 의기총 소속 8개 단체는 지난 24일 국회 정문 앞에서 전국 의료기사들이 운집한 가운데 집회를 열고, 여야 국회의원 34명이 초당적으로 공동 발의한 해당 개정안(남인순·최보윤 의원 대표발의)을 4월 28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최우선 안건으로 즉각 상정할 것을 촉구했다.
의기총 측은 이 법안이 지난 3월 27일 전국적으로 시행된 ‘돌봄통합지원법’에 따라 중증 장애인과 어르신이 시설에 격리되지 않고 자신이 살던 집에서 방문재활과 돌봄 서비스를 받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필수 민생법안’이라고 주장했다.

물치협 시도지부회장협의회 강현수 회장(경남지부)은 “초고령사회에서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익숙한 내 집에서 질 높은 돌봄을 받는 것”이라며, “처방 체계로의 전환은 공급자 중심의 낡은 논리를 깨고 진정한 수요자 중심의 돌봄을 완성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970년대에 만들어진 낡은 규제가 2026년 현재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의료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치협 양대림 회장은 “국민의 삶이 걸린 민생법안이 국회에 묶여 있는 이 순간에도, 이동조차 힘겨운 수많은 국민들은 꼭 필요한 재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다”며, “일부 특정단체의 이해관계가 국민의 건강권보다 우선시되며 논의가 지연되는 작금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의기총 측은 의협의 ‘단독개원 우려’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한편 양측의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4월 28일 예정된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해당 개정안의 상정 여부가 향후 논의의 방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