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newsmedical@daum.net
의료혁신위원회가 2월 한 달간 경상남도 거창, 강원도 원주·평창, 전라남도, 인천 강화·옹진 등 4개 의료 취약지를 직접 방문해 현장 간담회를 개최한 결과, 분만·소아·응급 등 필수의료 전 영역에 걸쳐 심각한 의료 공백이 현실로 확인됐다.
◆“의료 공백은 지역 소멸의 원인이자 결과”
간담회에는 지역 내 의료 공급자, 이용자, 연결·운영 주체 등 20명 내외가 참여해 자신이 겪은 의료 서비스 경험을 공유하고 개선 방안을 토론했다.
참여자들의 증언은 의료 취약지의 공백이 단순한 불편을 넘어 지역 거주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수준임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평창군의 한 주민은 “24개월 소아가 저녁에 갑자기 아플 때 24시간 진료받을 수 있는 병원이 주변에 없었고, 아침이 되어 목포에 있는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입원실이 없어 당황했다”며 “이런 의료취약지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토로했다.
강화군의 한 주민도 “기저 질환으로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데 신뢰하던 의사가 이직하거나 장기 부재할 때 불안감이 매우 크다. 지역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의료 환경은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고 밝혔다.
◆분만 공백…“긴급출산에 130km 사설 구급차”
분만 분야에서는 마취과·산부인과 전문의 부재로 인한 원정 출산이 이미 일상화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거창군의 한 참여자는 “거주하는 거창군 관내 산부인과는 마취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아 무통 주사나 분만에 원활하게 대응하기 어려워 1시간 이상 거리의 타지 병원에서 정기검진과 출산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고위험 산모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무안군의 한 참여자는 임신 7개월 차에 긴급 출산이 필요했지만 인근 병원에 신생아 집중치료실(NICU)이 없어 자궁 수축 억제제를 맞은 채 사설 구급차로 130km 떨어진 순천시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모유 수유를 위해 3주간 2일에 한 번씩 130km를 왕복해야 했다”고 밝혔다.
합천군의 한 주민은 “야간 자궁 수축으로 119가 여러 병원에 전화했지만 세 군데, 네 군데 모두 거절을 당했다”고 전했다.

◆소아 공백…“해열제 하나로 밤 지새우고 새벽에 1시간 달려”
소아 진료 분야에서도 야간·휴일 공백으로 인한 고통이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진도군의 한 주민은 “소아 24개월을 봐줄 수 있는 병원이 없어 아침까지 해열제 하나 가지고 뜬 눈으로 밤을 새우고 날이 밝아서야 목포까지 1시간을 달려 아이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강화군의 한 주민은 막내아들이 어린이집에서 열경기가 발생해 119를 불렀지만 바로 앞 종합병원에 소아과 담당 의사가 없어 울면서 1시간 거리의 일산까지 구급차를 타고 갔다고 밝혔다.
상급종합병원에서도 소아 응급 이송을 거부하는 사례가 존재했다.
강릉시의 한 신고에 따르면 삼척에서 아동 응급 환자가 발생해 강릉과 원주 소재 의료기관에 수용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도서 지역 응급…“배 타면 차라리 여기서 죽고 말지”
도서 지역의 응급 이송 현실은 더욱 열악했다.
신안군의 한 주민은 “119나르미선이 낚싯배처럼 조그마한데 의료 시설이 아무것도 갖춰지지 않았다. 파도가 심하면 사람이 누워 있을 수도 없다”며 “배 타라 하면 안 타려 그런다. 그 배 타면 차라리 비금도에서 죽고 말지”라고 절박하게 호소했다.
강화군에서는 보름도에서 혈압 환자가 닥터헬기가 뜨지 못해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한 사례도 제기됐다.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체계는 한계”…인력난 해소 절실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제도 개선 요구가 이어졌다.
거창군의 한 응급실 관계자는 “응급실 의사를 구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조건이 아니라 지원자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응급 상황 책임이 온전히 개인에게 집중돼 있어 지원 자체가 거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와 이동 지원 문제도 제기됐는데, 인구 소멸 지역에서는 간병 인력·시설 부족으로 서비스 도입 자체가 불가능하고, 코로나 이후 버스 노선이 줄어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의료기관 접근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이번 지역순회 간담회는 의료혁신위원회가 정책 의제를 실제 현장의 목소리로 검증하는 첫 번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주민들의 생생한 경험은 3개 전문위원회의 구체적 정책 논의에 핵심 참고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며, 위원회는 의제가 구체화되면 시민패널의 직접 참여·숙의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메디컬월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