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대한비뇨의학회가 22일 정부의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개편안에 대해 “환자 안전과 진단체계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검사는 진단의 핵심, 비용 관점 접근 부적절
대한이비인후과학회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검체검사는 의사의 진단 과정에서 질환을 판단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핵심 수단”이라며 “검사의 정확성과 신속성은 환자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제도개편이 보상체계 조정에 초점을 둔 채 진료현장의 현실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고 있다”며 “검사료에 대한 일률적인 삭감은 검사 효율화가 아닌 검사 시행 위축과 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비인후과 진료에서는 감염성 질환, 종양, 염증성 질환의 감별과 치료 결정이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검사 접근성이 낮아지거나 시행이 지연될 경우 진단 시점이 늦어지고 치료 개시가 지연되며 그 부담이 결국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뇨의학과, 성병 검사 등 필수검사 활용 저해 경고
대한비뇨의학회는 보건복지부가 검체검사 수가를 일률적으로 인하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재정을 처치·수술 수가 원가 보전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비뇨의학회는 “비뇨의학과 진료는 요로감염, 전립선질환, 신기능 이상, 비뇨기암의 진단뿐 아니라 최근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는 성매개감염병 관리에서도 검체검사에 필수적으로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병 진단에서 95% 이상의 높은 민감도와 특이도를 보이는 PCR 검사의 경우, “동일한 수가 인하율을 일괄 적용하면 외부 수탁 성병 PCR 검사의 임상적 활용이 위축되거나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며 “이는 항생제 내성을 포함한 환자 안전과 공중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차 의료 약화로 의료비 오히려 증가 가능성
비뇨의학회는 검체검사 수입 감소가 의원급 진료비의 실질적 하락으로 직결돼 필수 검체검사의 시행 규모 축소나 검사 주기 조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비뇨의학회는 “이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높은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증가시키고, 의원급에서 관리 가능했던 환자들이 고비용 진료 단계로 이동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단기적인 검체검사 수가 절감 효과와 달리, 중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상급의료 이용 증가, 질병 진행에 따른 치료비 상승 등으로 전체 의료비 지출을 오히려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분리 청구로 행정 혼선·민감정보 유출 위험
두 학회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이 각각 청구하는 구조가 도입될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비인후과학회는 “행정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해 검사 결과 확인 지연, 환자 불편 증가, 진료 연속성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비뇨의학회는 “수탁기관 분리 청구가 시행될 경우 성병 검사 등 민감 상병과 관련된 개인정보 보호 위험이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며 “현재 의료기관이 직접 수행하는 청구 체계와 달리, 수탁기관을 통한 청구는 환자의 민감한 의료 정보가 비진료 목적의 민간기관에 보관·관리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규모 개인정보가 소수의 대형 수탁기관에 집중될 경우, 유출 시 피해는 환자 개인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필수의료 인력 수급 악화 우려
두 학회는 중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인력 수급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비인후과학회는 “이중 청구 또는 청구 후 정산 등 위탁기관의 부담 증가, 비용정산 갈등, 검체검사에 대한 책임 갈등 등으로 해당 진료과 기피를 불러올 수 있고, 이는 전공의 수급 악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비뇨의학회도 “수련기관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재정 여건 악화는 교육·수련 환경의 질적 저하와 전공의 지원 감소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고령화로 인해 급증하는 배뇨장애, 요로감염, 전립선질환 및 비뇨기암 환자 진료 수요를 지역사회에서 감당하기 어렵게 만들어 의료 접근성 저하와 의료비 증가라는 이중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학회의 요구사항
이비인후과학회는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우선할 것, 검사 접근성·신속성·질 관리·환자 안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보완적 대안 마련, 제도 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상대가치 개편 시 검사 관련 보상체계를 명확히 하여 필수의료 위축을 방지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비뇨의학회는 “본 제도 개편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하며, 불가피한 경우 시행에 앞서 시범사업을 통한 충분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비뇨의학과 1차 의료기관이 필수 검체검사를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도록 수가 인하에 따른 급격한 수익 감소를 완충할 수 있는 보완 장치가 함께 마련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현재 수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검체 채취 과정, 환자 설명 및 상담에 소요되는 의료진의 필수적 의료행위를 적절히 평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검체검사 진료비 비중이 높은 진료과에 대해서는 획일적 인하가 아닌 진료과 특성을 반영한 차등 조정 방안을 검토해야 하고, 민감 상병 관련 환자 정보가 수탁기관으로 공유되지 않도록 충분한 제도적·기술적 안전장치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학회는 “대한의사협회 및 관련 단체와 함께 보건복지부와의 논의에 적극 참여하여 실제 진료 현장의 근거에 기반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며 “환자 안전과 공중보건, 일차의료의 기능, 필수의료 인력 기반이 훼손되지 않도록 본 제도가 근본적으로 재검토되고 실질적으로 보완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