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newsmedical@daum.net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이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집중력·기억력 저하 등 인지장애의 원인을 동물실험을 통해 과학적으로 규명하고, 당뇨병 치료제 메트포르민이 신경보호 효과를 보여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스파이크 단백질, 뇌 손상 직접 유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S1)이 뇌에 도달해 신경세포 간 연결 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억 형성에 중요한 NMDA 수용체 유전자 발현을 감소시키고, 치매와 파킨슨병 관련 독성 단백질인 타우 및 알파 시누클레인의 축적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에서 쥐에게 S1 단백질을 비강으로 투여한 결과, 숨겨진 플랫폼을 찾는 시간이 길어지는 등 학습·기억 능력이 감소했다. 낯선 공간에서 불안 행동도 증가해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저하와 유사한 양상이 관찰됐다.
투여 6주 후 뇌의 해마 부위에서는 신경세포 수가 감소하고 퇴행성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병리 단백질 축적이 확인돼 장기적인 뇌 손상 가능성이 제기됐다.
비강으로 투여된 S1 단백질은 3시간 이내에 해마에 도달했으며, 투여 1주 후에는 시냅스 가소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현저히 감소했다.

◆메트포르민, 인지장애 치료 가능성 입증
연구진은 같은 조건에서 당뇨병 치료제인 메트포르민을 함께 처리한 실험에서 신경세포 기능이 회복되고 독성 단백질 축적이 줄어드는 효과를 관찰했다.
세포실험에서 메트포르민은 코로나19 바이러스 단백질에 의한 과인산화 타우와 알파시누클레인의 축적을 유의하게 억제했다.
메트포르민은 이미 널리 사용되는 당뇨병 치료제로, 이번 연구는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장애의 치료 가능성을 제시한 첫 과학적 근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연구를 주도한 국립보건연구원 고영호 박사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후 나타나는 인지장애의 병리 기전을 밝히고, 실제 임상에서도 널리 사용되는 메트포르민이 이를 억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그림) 연구내용 요약

◆만성 코로나19증후군 연구 지속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7억 7000만 명 이상 중 약 20~30%가 피로, 기억력 저하, 집중력 저하 등의 지속적 신경학적 후유증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은 혈액 및 뇌 조직에서 감염 후 수개월 이상 존재할 수 있어 신경세포 기능 저하 및 퇴행성 변화를 유발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국립감염병연구소 치료임상연구과 김정연 과장은 “2022년 8월부터 만성 코로나19증후군 조사연구 사업을 통해 국내 만성 코로나19증후군 양상 및 원인 기전 규명 연구와 함께 치료제 발굴을 위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며 “만성 코로나19증후군 환자 관리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하고 신속히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은 “향후 임상연구를 통해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과 같은 만성 코로나19증후군 치료제로서 메트포르민의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장기간 증상을 겪는 환자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과학적 근거 기반 감염병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연구 및 뇌질환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11월 7일 ‘PLOS ONE’에 게재됐다.
[메디컬월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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