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간호사들이 불법인지 알면서도 불법 진료를 한 이유에 대해 10명 중 3명 이상은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라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4일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8일 오후 4시20분부터 운영해 온 이같은 내용의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현황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1차 진행결과는 지난 18일 오후 4시20분부터 23일 오후 4시까지 5일간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 1만 2,189건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원협회(이하 의원협회)는 정부의 즉각적인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종합병원>상급종합병원>병원 순…500병상 이상 절반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을 분석한 결과 신고대상 병원 유형은 종합병원이 41.4%(5,046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35.7%(4,352건), 병원(전문병원 포함) 19%(2,316건), 기타(의원, 보건소 등) 3.9%(475건) 순이었다.
허가병상 수로 보면 500병상∼1000병상 미만과 1000병상 이상이 각각 28.6%(3,486건)와 21.6%(2,632건)로 전체 신고건수 50.2%(6118건)로 절반을 차지했다.
이어 200병상∼300병상 미만 14.3%(1744건), 100병상∼200병상 미만 11.4%(1390건), 100병상 미만 10.5%(1280건), 300병상∼400병상 미만 7.6%(926건), 400병상∼500병상 미만 6%(731건) 순으로 나타났다.
◆불법진료행위 지시…교수>전공의(레지던트)>기타 순
불법진료행위 지시는 44.2%(4078건)가 교수로부터 받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이어서 전공의(레지던트) 24.5%(2261건), 기타(간호부 관리자나 의료기관장 등) 19.5%(1799건), 전임의(펠로우) 11.8%(1089건) 순이었다.
◆불법진료 행위 신고 유형 최다‘검사’
구체적인 불법진료 행위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처방 및 기록 6876건, 튜브관리(L-tube 및 T-tube 교환, 기관 삽관) 2764건, 치료·처치 및 검사(봉합(stapler), 관절강내 주사,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2112건, 수술(대리수술, 수술 수가 입력, 수술부위 봉합(suture), 수술보조(scrub아닌 1st, 2nd assist)) 1703건, 약물관리(항암제 조제) 389건 순이었다.
◆불법진료 한 이유는?
불법인지 알면서도 불법진료를 한 이유로 “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가 31.7%(2,92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서 위력관계 28.7%(2,648건), 기타(환자를 위해서, 관행적인 업무인 줄 알아서, 피고용인 등) 20.8%(1,919건), 고용 위협 18.8%(1,735건) 순으로 나타났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은 이날 간호사가 수행하는 행위가 진료보조에 해당하는지 여부, 즉 불법인지 아닌지 여부는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보건복지부 입장과 관련 “대한간호협회는 ‘간호사가 수행 시 불법이 되는 업무 리스트’ 분류 시 보건복지부가 수행하고 보건의료발전협의체를 통해 충분히 숙의된 2021년 ‘진료지원인력 시범사업’관련 1차 연구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며,“보건복지부 주장대로라면, 현장에서 진료의 보조 행위를 한 간호사가 개별적 상황에 따라 기소 대상이 되고 본인이 직접 법원에 가서 유・무죄를 밝혀야 한다는 것을 보건복지부가 말하고 있는 것이고, 정부가 추진한 시범사업 결과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불법진료를 지시 받았거나 목격한 것에 대한 회원 여러분의 신고 시 수사기관, 국민권익위원회 등 공적기관을 통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원협회 “수사 당국은 의료법 위반 범죄자들에 대한 수사에 즉각 나서라”
이와 관련해 의원협회는 정부의 즉각적인 수사 촉구 및 수가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의원협회는 “이번 기회에 우리가 살고 있는 한국이 법이 살아 숨쉬는 진정한 법치국가인지 아닌지를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며, “수사 당국과 법원은 범죄 실행 정범과 함께 교사범에 대한 수사 역시 엄정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의사들도 불법 의료행위를 지시한 경우에는 이를 받아 실행한 자는 물론 지시한 본인도 교사범으로 동일하게 처벌받을 수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의 장과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법인의 이사장 등도 이러한 범죄가 의료기관 안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선량한 관리의 책임을 성실히 수행할 의무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자행해온 병원 무죄(無罪), 의원 유죄(有罪)의 이율배반적 정책이 의료 범죄자를 대량 양산한 것에 대해 즉각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수사 당국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동시에 행정처분과 계도를 통해 재발 방지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그동안 복지부가 의원급 의료기관인 의원협회 회원들에게 일관되게 취해왔던 자세와는 정반대의 모습에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실례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심전도 등의 의료행위도 간호사나 간호조무사에게 지시해 형사고발과 함께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 ▲손가락 혈당검사를 무자격자가 했다며 행정처분을 내렸다는 점, ▲소변 스틱을 사용해 요단백을 검사하는 단순 행위에 의사나 병리사가 직접 하지 않고 간호인력이 했다는 이유로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등을 제시했다.
의원협회는 “보건의료 당국에 진지하고 공개적으로 묻고 싶다. 대한민국 법은 어느 유명 개그맨의 대사처럼 그때 그때 다른 것인가? 법 집행의 형평성이 무너지면 어찌되는지 지금 대한민국 의료계와 보건당국은 아주 좋은 예를 보여주고 있다”며, “보건당국은 이번 기회에 이 모든 모순과 잘못의 근본적인 책임은 본인들에게 있음을 자각하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하며, 이를 척결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지금 간협이 자체적으로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는 불법진료신고센터를 복지부 차원에서 설치, 운영하여 실태를 파악해야 하며, 이런 거대한 불법행위들이 수사당국의 수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의료 범법자를 대량 양산하는 구조적 문제의 근본 원인인 수가 자체를 정상화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는 점을 모두가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