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질병관리청(청장 임승관)이 예년보다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 확산과 고위험 어르신의 입원·중증화 위험에 대응해 2026~2027절기 어린이와 어르신의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시작일을 앞당긴다고 최근 밝혔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번 일정 조정은 예년보다 빠른 유행 확산과 지난 11일 발령된 유행주의보, 고위험 어르신의 입원·중증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유행 상황과 향후 전망, 백신 수급 상황, 의학적 필요성, 의료기관 준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난 12일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와 의료단체·지자체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결정됐다.
◆접종일종, 기존보다 앞당겨
1회 접종이 필요한 어린이의 접종 일정은 기존 9월 28일에서 일주일 앞당겨진 9월 21일부터 시작된다.
접종 횟수와 무관하게 생후 6개월부터 만 14세까지 모든 어린이가 9월 21일부터 접종받을 수 있으며, 같은 날 임신부 접종도 함께 시작된다.
어르신 접종은 75세 이상이 10월 6일, 70~74세가 10월 12일, 65~69세가 10월 15일 순으로 시작돼 기존 일정보다 3~6일 앞당겨진다.
다만 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은 연령별 일정과 무관하게 10월 6일부터 의료진과 상담 후 접종받을 수 있다.
고령층이 다수 생활하며 집단감염에 취약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약 24만 명은 백신이 공급되는 대로 즉시 접종을 시작한다.
◆인플루엔자 백신 약 1,233만 도즈 확보
질병관리청은 이번 절기 국가예방접종을 위해 약 1,233만 도즈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확보했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한 이번 절기 북반구 백신 구성에서 A(H1N1, H3N2)·B형(Victoria) 계통 백신주가 모두 변경되면서 새 균주의 배양·생산 수율이 낮아져, 국내 전체 생산·수입 물량이 지난 절기보다 약 400만 도즈 줄었다.
질병관리청은 제조·수입사와 협의해 약 37만 도즈를 추가 확보해 민간 접종에 활용하기로 했지만, 민간 공급 여건은 예년보다 여유롭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WHO가 백신 품질검사에 필요한 B형 성분 표준품을 지난 절기보다 약 한 달 늦게 공급하면서 국내 생산·공급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질병관리청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출하 승인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약 2주 앞당겼지만, 국가예방접종 개시 전 충분한 여유를 두고 백신을 공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질병관리청은 “매주 제조·수입사, 유통협회, 의료계 등과 회의를 열어 수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36주차 유행기준 초과로 주의보 발령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6년 36주차(8월30일~9월5일) 기준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분율은 외래환자 1000명당 25.3명으로 유행기준인 12.9명을 초과했고, 이에 따라 9월 11일 0시부로 2026~2027절기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다.
연령대별로는 ▲7~12세 75.1명 ▲1~6세 49.8명 ▲13~18세 31.3명 ▲0세 24.0명 ▲19~49세 23.5명 ▲50~64세 11.8명 ▲65세 이상 8.8명 순으로, 학령기와 유·소아 연령층에서 상대적으로 높고 빠른 증가세가 나타났다.
반면 입원환자 중에서는 65세 이상이 60.0%를 차지해, 확산이 두드러진 연령층과 중증·입원이 몰리는 연령층이 다르게 나타났다.
◆학회 “역대 최악 아니다”…H1N1 단독 유행 배경 분석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김충종 홍보이사는 “2026년 여름 인플루엔자 유행이 최근 10년 중 이 시기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2023년 여름 정점(17.3명)에는 아직 못 미치는 만큼 '역대 최악'이라는 표현은 부정확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질병관리청 감염병 표본감시 주간소식지 35주차(8월23일~29일) 자료를 인용해, 이 시기 의사환자 분율이 13.3명으로 전주(9.2명) 대비 44.5% 늘었고 코로나19 이전인 2016~2019년 같은 시기 평균(4.1명)의 3.2배, 작년 같은 시기(6.4명)의 두 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김 이사는 “이번 여름 동네 의원 검체의 12.3%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검출됐는데 전부 A형(H1N1)pdm09였고 A형 H3N2와 B형은 2주 연속 검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바이러스가 지난 2025~2026절기 겨울에는 전체 검출의 4.9%에 그쳐 H3N2와 B형이 유행을 주도했던 만큼, 그만큼 면역이 없는 인구가 쌓여 있었던 점을 이번 여름 단독 유행의 배경으로 짚었다.
김 이사는 “2016~2017절기에도 H1N1 검출률이 0.5%까지 떨어졌다가 두 절기 뒤인 2018~2019절기에 41.9%로 다시 주도 바이러스가 된 전례가 있으나, 사례가 한 번뿐이고 이번에는 복귀 시점이 절기가 아닌 여름이라는 점이 달라 이 흐름이 2027~2028절기까지 이어질지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연령층별로 7~12세 분율이 전주 18.1명에서 36.5명으로 일주일 만에 두 배로 뛰어 가장 높았던 반면 돌 이전 영아는 11.0명에서 6.8명으로 줄어, 단체생활을 하는 학령기에서 주로 번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이사는 “최근 10주간 중증 입원 환자 76명 중 44명(57.9%)이 65세 이상이었고 상당수가 75세 이상이었던 반면 7~12세는 6.6%에 그쳤다”며, “확산의 축과 중증의 축이 서로 다른 연령층에서 나타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를 묶어 ‘트윈데믹’으로 표현할 경우 코로나19 검출률은 11.3%에서 11.7%로 소폭 늘어 작년 같은 시기(37.7%)의 약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두 감염병의 증가 속도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위탁의료기관 2.3만개소서 접종…신분증 지참해야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은 주소지와 관계없이 전국 약 2만3000개 위탁의료기관과 보건소에서 받을 수 있으며, 가까운 위탁의료기관은 관할 보건소나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nip.kd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접종 대상자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 접종기관 방문 시 신분증이 필요한데, 어린이는 주민등록등본이나 국민건강보험증 등을, 임신부는 산모수첩 등을 지참해야 한다.
접종 후에는 20~30분간 접종기관에 머물러 이상반응을 관찰한 뒤 귀가해 충분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질병관리청은 당부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이른 유행주의보 발령에 맞춰 백신 수급 여건과 가용 물량을 점검하고 전문가 등 현장 의견을 반영해 일정을 조정했다”며, “백신 수급 상황과 접종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관계기관·의료계와 긴밀히 협력해 접종 시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9월 21일부터 대상자별로 순차적으로 접종이 시작되는 만큼 65세 이상 어르신과 임신부, 어린이 등은 각자 일정에 맞춰 접종받을 것을 당부하며, 접종 전에도 손씻기와 기침 예절, 마스크 착용 등 호흡기감염병 예방수칙을 지켜달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