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의료계, 검체검사 위수탁제도 개편안 반발 이어져…대표적 문제제기 이유는? 복지부 “분리청구 방안” 일방 추진에 6개 학회 “환자 안전 위협” 강력 반대 2025-11-10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보건복지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편안을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대한병리학회를 비롯한 학회 및 의사회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의 ‘진찰료 보전’ 약속을 ‘눈속임’이라며 개편 논의의 즉각 중단도 촉구했다.


◆복지부, 위탁관리료 10%로 축소 추진

복지부가 추진 중인 개편안의 핵심은 현재 110%(검사료 100%+위탁관리료 10%)로 지급되던 검사 수가를 100%로 축소하고,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비용을 분리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절감되는 재원을 ‘진찰료’나 ‘상담료’로 보전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의료계는 이를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의 미봉책이자 현장을 무시한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했다.

의료계는 검체 채취부터 전처리·보관·이송, 결과 해석 및 상담까지 복잡한 과정을 단 10%의 관리료로 대체하겠다는 것은 의료행위의 본질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검체의 종류, 난이도, 환자 특성에 따라 위탁기관의 업무 비중은 달라지는데 이를 단일 비율로 고정하는 것은 현장의 다양성을 무시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산부인과 “진찰료 보전은 기만행위, 즉각 중단하라”

대한산부인과의사회 김재연 회장은 1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의 ‘진찰료 보전’ 약속을 정면 반박했다.

김 회장은 “정부는 마치 의료기관이 부당한 이익을 취해왔던 것처럼 ‘할인 관행’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며 “이는 수십 년간 동결된 원가 이하의 진찰료와 비정상적인 수가 체계 속에서 병의원 경영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부인과는 임신 초기부터 출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필수 혈액 검사를 시행하는데, 이번 개편안이 강행될 경우 검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에 내몰리게 된다”며, “막대한 손실을 100% 보전해 줄 것이라 믿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 이는 결국 경영난을 심화시켜 가장 취약한 필수의료 분야인 산부인과의 줄도산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것은 불투명한 거래가 아니라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의료 현장을 붕괴시키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이라며 “필수 검사를 축소하거나 폐원으로 환자들이 갈 곳을 잃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환자 안전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병리학회 “구조적 개선 필요” 

대한병리학회는 입장문에서 “과도한 수가 할인으로 수탁기관이 과도한 양의 검체검사를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며 검체 위수탁 과정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부에서 주장하는 기존 관행 유지는 불합리한 구조를 지속시키자는 것”이라며 “환자 안전과 검체검사 질관리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병리학회는 만성적인 전공의 지원자 부족으로 병리전문의가 부족해지면 암 질환 진료 등 필수의료 분야에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가 암검진 참여 중단 경고도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이하 직선제산의회)는 가장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산부인과 의료행위 수가의 원가 보전율이 61%에 불과한 상황에서, 세포병리검사와 STD PCR 검사가 주요 수입원인데 이마저 축소되면 진료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직선제산의회는 “세포병리검사 상호정산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가 자궁경부암 검진사업 참여 중단을 불가피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일방적 제도를 강행한다면 전국적인 국가 암검진 보이콧 등 강력한 단체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분리청구제 시행 시 4대 문제점 

6개 학회는 위탁기관과 수탁기관의 청구권 분리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환자 불편 가중 

환자가 두 기관에 각각 결제해야 하고 본인부담금 결제 절차가 이중화되며, 5만여 개에 달하는 검사 수가 코드가 중복되는 등 행정적 혼란이 불가피하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 

환자 개인정보가 수탁기관까지 전송되면서 민감정보 유출 위험이 급증한다.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성건강과 생식 관련 민감자료가 포함되어 유출 시 피해가 심각하다.


▲책임소재 불명확 

검사 결과에 대한 책임 소재가 불명확해지고, 오류나 지연 발생 시 의뢰·수탁·운송 주체 간 법적·윤리적 공백이 커질 수 있다.


▲청구 시스템 혼란 

비급여 항목 정산과 환불 절차가 지연되고, 청구 시스템의 이중 관리로 착오와 지연이 발생하며 행정·물류 비용이 요양기관과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


◆의료계, 협의체 재가동 통한 단계적 개선 촉구

대한외과의사회는 “복지부가 2023년 완료한 ‘검체검사 위·수탁 제도 개선방안 마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계가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합리적이고 점진적인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피부과의사회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면 의료계·전문학회·수탁기관이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즉시 재가동하고, 지역·진료과 특성을 반영한 제한적 시범을 통해 핵심 지표를 사전 영향평가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계는 검체검사 문제가 상대가치제도의 불합리성 및 저수가 구조 문제와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어 근본적 문제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분만 인프라 붕괴 책임은 정부에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정부는 입으로는 필수의료 강화를 외치면서, 실제 정책은 필수의료의 숨통을 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미 저수가, 의료사고 부담, 인력난으로 전국의 분만실이 문을 닫고 있는 상황에서, 산부인과 의원들의 경영을 직접적으로 압박하는 이번 조치는 벼랑 끝에 선 산부인과의 등을 떠미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정상적인 진찰료와 수가를 정상화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먼저 마련하라”며 “정부가 현장의 절규를 무시하고 일방적인 개편을 강행한다면, 분만 인프라의 최종적인 붕괴와 그로 인한 모든 혼란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관련기사

라이프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