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의료계가 정부의 ‘관리급여 정책’을 비판하며 정책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하고 나섰다.
해당 정책은 실손보험 구조 개혁 없이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일방적인 책임만을 전가하는 비윤리적이고 위험한 정책이라는 이유에서다.
최근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한 제2차 의료개혁 실행방안 중 관리급여 추진 관련 보고 안건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의료계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상정됐다.
일부 비급여 항목을 급여권으로 편입하고, 95% 본인부담률을 적용해 관리하는 내용이 관리급여 정책의 핵심이다.
◆서울시의사회 “졸속 관리급여정책” 강력 규탄
서울특별시의사회(회장 황규석)는 26일 ‘정당성 상실한 정권의 졸속 관리급여 정책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관리급여는 명백히 비급여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의료기관의 진료 자율권을 박탈하며, 환자의 치료 선택권을 제한하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의적인 ‘비급여 관리 정책협의체’에서의 항목 선정을 거쳐 ‘선별급여 평가위원회(적평위)’라는 부적절한 거버넌스를 통해 급여 전환이 이뤄지는 구조는 의료 현실과도 맞지 않으며, 기존 제도와도 충돌된다. 관리급여 정책은 실질적으로 ‘비급여 퇴출 기전’으로 작동해 환자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개별 의료기관의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가격 책정으로 진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든다”며 이 같은 구조가 오히려 의료 공백과 불신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게다가 이번 정책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정당성을 잃은 정부가 임기 말에 졸속으로 추진할 뿐만 아니라, 의료계와 정당한 협의 절차도 없이 건정심에 상정됐다는 점에서 더욱 부당하다는 게 의사회의 주장이다.
의사회는 “정부의 관리급여 추진안은 실손보험사의 손해율 개선이라는 왜곡된 목적에 근거하고 있으며, 환자 보호와는 무관한 조작된 명분 아래 추진되고 있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환자 보호’는 결국 실손보험사의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가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환자 중심의 합리적 의료체계 수립을 위해 의료계와의 충분한 협의 없는 모든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실손보험사 이익을 대변하는 왜곡된 정책이 아닌, 국민 건강권을 최우선으로 하는 의료정책으로 전환하라. 비급여 자율성과 진료 자율권을 침해하는 모든 시도를 철회하고 환자의 치료선택권을 전면 보장해야 한다. 서울시의사회는 의료 현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관리급여 정책의 즉각적인 철회를 위해, 모든 단체와 연대해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 “관리급여제, 환자 아닌 보험사 위한 제도” 강력 반발
대한신경외과의사회도 비급여 치료의 환자 본인부담률을 95%로 설정한 관리급여제도에 대해 “환자가 아닌 민간 보험회사를 위한 제도”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 “관리급여제, 민간보험사 위한 기형적 구조”
신경외과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비급여치료 환자 본인부담률 95%로 대표되는 관리급여제도는 민간 보험회사를 위한 제도”라고 비판했다.
이어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민간 대기업의 문제이지 의료보험 재정과는 무관하며, 오히려 이를 이용하는 환자들의 편의성과 깊은 관련이 있다. 실손보험제도는 사실 정부의 역할을 민간이 떠안은 기형적 구조이다”라며, “정부가 이를 해결할 생각이 있다면 이 비용을 대신 지불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상 과정의 형식성 비판
의사회는 협상 과정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절차는 목적을 위한 요식이며 협상은 합법을 가장한 폭력으로, 의사들은 요식을 위해 민간 보험사들의 앞잡이들에게 이용됐다”라며, “정해진 결과를 위해 협상이라는 절차를 통해 이해충돌 당사자들의 뜻과 무관하게 제도가 강행되는 것은 전제적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관리급여제의 유일한 수혜자가 민간 보험사라는 사실을 모른다면 정책자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고, 알고도 강행한다면 검은 결탁을 숨기지조차 않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정권 막바지 정책 강행에 “폭력적” 규정
의사회는 현 시점에서의 정책 강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탄핵당한 정권의 책임자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정상이라고 할 수 없으며, 그 배후에 숨겨진 스캔들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불과 2주 후면 새로운 정권이 시작되는데, 힘의 공백기에 사사로움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정책이 강행되는 것은 폭력적”이라고 규정했다.
▲ 미국 보험사 CEO 총격 사건 언급
의사회는 지난해 12월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인 유나이티드 헬스케어 CEO가 총격을 받아 사망한 사건을 언급하며 보험금 지급 거절 문제를 제기했다.
“높은 확률의 보험금 지급 거절이 그 이유였으며, 진행되는 판결과정에서 가해자가 영웅시되는 사회 현상이 나타났다. 보험금 지급 거절은 미국에서만의 일은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실손보험과 관련하여 잦은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정부와 복지부가 보험사의 손해율을 만회하기 위한 관리급여제를 시행하기 전에, 빈번히 발생하는 보험금 지급 거절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책 실패 우려, 근본 원인 파악해야”
의사회는 과거 정책들의 실패 사례를 들며 관리급여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뇌 및 뇌혈관 MRI 급여화, 복부 초음파 급여화, 그리고 보장성 강화 정책 등 의사들이 반대한 여러 정책이 시행된 후 의사들이 우려한 문제들이 발생했으며 그 이후 정책은 방향성을 잃었다”며, “비급여를 통제한다거나 보장률을 높이려고 한다면 왜 비급여가 통제되지 않는지, 왜 보장률이 올라가지 않는지 이해해야 한다. 이기심이라는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는 것이 비급여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관리급여제도 역시 분명히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정책자에게 물어본다. 관리급여제는 환자를 위한 제도인가, 환자들의 반대편에 있는 정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정부의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한편 의료계 다양한 단체 협회들도 관리급여에 대한 반대 및 철회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