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newsmedical@daum.net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오유경)가 발표한 2024년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현황에 따르면, 서울이 베이징에 이어 세계 임상시험 수행 도시 2위를 차지하며 글로벌 의약품 개발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매김했다.
◆ 국내 신약 개발, 전년 대비 12% 증가
2024년 제약사가 주도한 임상시험은 총 664건이며, 이 중 국내 개발 임상시험이 305건(46%)을 차지했다.
이는 2023년 273건 대비 11.7% 증가한 수치로,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제1상 임상시험 증가세가 지속되며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이 확대되는 추세다.
▲ 제1상 임상 증가…개발 청신호
임상시험은 크게 제1상부터 제3상까지의 단계로 진행된다.
제1상은 주로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내약성 평가와 약동학·약력학 시험 등을 진행하는 단계다.
제2상은 소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후속 시험을 위한 용량 추정 등을 수행하며, 제3상은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증하는 단계다.
2024년에는 특히 제1상 임상시험이 증가했는데, 이는 향후 국내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이 더욱 확대될 것임을 시사한다.
▲ 복용법 개선 임상 활발
국내 업체들은 기존 의약품의 제형 변경, 복합제 개발 등 복약 편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활발히 진행했다.
이는 환자들의 약물 순응도를 높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하루 여러 번 복용해야 했던 약물을 1일 1회 복용으로 개선하거나, 여러 약물을 하나의 복합제로 만드는 연구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제형 개선은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비만·치매약 개발 박차
국내 제약사들은 비만치료제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등 고령화 시대에 필요한 핵심 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새로운 기전의 비만치료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는 분야로, 국내 기업들도 차별화된 제형과 효능을 갖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도 활발한데,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치매 환자가 증가함에 따라 그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분야다.
◆ 첨단 치료제 개발 속도
유전자치료제와 내분비계(당뇨, 비만 등) 치료제에 대한 임상시험이 크게 늘어난 것은 글로벌 시장 확대에 따른 개발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특히 항체-약물 복합체, 암 치료용 백신, RNA 치료제 등 차세대 신약 개발을 위한 다양한 임상시험이 승인되어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도 확대됐다.
▲ “유전자 치료의 새 지평”…원스톱 치료 가능성 열려
유전자치료제는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주기 위한 유전물질 등을 함유한 의약품으로, 희귀질환과 난치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2024년 유전자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이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 “암세포만 공격한다”…표적항체 신약 개발 가속
항체-약물 복합체는 약물, 항체, 화학 링커로 구성된 혁신적인 의약품으로, 표적 치료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특히 암 치료 분야에서 정상 세포에 대한 독성은 최소화하고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하는 약물 개발에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러 제약사들이 이 기술을 활용한 신약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암 환자 희망 백신”…면역 활용한 맞춤형 치료 각광
암 치료용 백신은 암 환자의 치료를 위해 종양 항원에 특정 반응을 일으키도록 의도된 치료용 백신으로, 면역치료의 새로운 축을 형성하고 있다.
기존 화학요법과 달리 환자의 면역체계를 활용해 암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부작용을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이는 장점이 있다.
최근 국내외에서 다양한 타입의 암에 대한 치료용 백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다만, 다국가 임상시험은 다소 감소했는데, 최근 5년간 증가와 감소가 반복되고 있어 이는 글로벌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 “K-바이오 위상 강화”…세계 6위
2024년 미국 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전 세계 제약사 주도 의약품 임상시험은 4,667건으로, 2023년 대비 4.4% 증가했다.
임상시험 수행 국가별 순위에서는 미국, 중국, 호주, 스페인, 독일 순으로, 한국은 6위를 기록했다. 다국가 임상시험의 경우 한국은 11위를 차지했다.
▲ “코로나 이후 재도약”…글로벌 임상 4.4% 증가
미국 ClinicalTrials.gov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기관인 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서 운영하는 전 세계 임상시험 등록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등록된 임상시험 수는 글로벌 의약품 개발 동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로 활용된다.
2024년 신규 등록 건수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제약 산업이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
▲ “글로벌 임상 11위”…아시아 내 높은 경쟁력 입증
다국가 임상시험은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대규모 임상시험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 속도를 높이고 다양한 인종의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선호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다국가 임상시험 순위에서 11위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의 우수한 의료 인프라와 임상시험 수행 능력이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 “서울, 세계 2위 임상도시로”…베이징에 이어 상하이 제쳐
주목할 만한 점은 도시별 임상시험 수행 순위에서 서울이 베이징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상하이, 휴스턴, 마이애미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이 글로벌 의약품 개발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서울의 높은 순위는 우수한 의료진과 인프라, 신속한 임상시험 승인 절차, 높은 환자 모집률 등 다양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 혁신이 빠르게 도입되며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 임상 시장 중심축 이동
도시별 순위에서 베이징, 서울, 상하이가 상위권을 차지한 것은 아시아 지역이 글로벌 임상시험 시장에서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규모 환자군, 다양한 질병 스펙트럼, 비용 효율성 등의 이점이 글로벌 제약사들의 아시아 지역 투자를 촉진하고 있다.
서울은 이러한 아시아 임상시험 시장의 성장 속에서도 높은 품질과 신뢰성을 바탕으로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 “규제 완화로 신약 개발 지원”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은 “앞으로도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임상시험이 안전하고 과학적으로 실시될 수 있도록 의약품 개발을 적극 지원하는 규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임상시험 승인 절차 간소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 지원, 글로벌 규제 조화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은 “글로벌 임상시험 도시 2위라는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신약 개발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산업계와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며 “특히 첨단 바이오의약품과 디지털 치료제 등 혁신 의약품 개발을 위한 규제과학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2024년 의약품 임상시험 승인 세부 현황 통계는 (메디컬월드뉴스 자료실)을 참고하면 된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