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국내 췌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지난 14년 동안 높아진 가운데 비수도권 환자 50% 이상이 서울지역 의료기관에서 수술을 받는 등 서울 집중 현상은 뚜렷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박병규 연구팀이 발표한 ‘한국 췌장암의 치료 경향 및 결과에 대한 국가적 자료 분석’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박병규 연구팀은 국내 췌장암 환자 치료와 향후 건강보험 정책 결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 청구를 이용한 전국의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로 췌장암의 치료 경향 분석과 임상 결과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이번 조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맞춤형 건강정보 자료를 이용해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자료를 활용했으며, 조사대상자는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입원이나 외래진료 청구서에 췌장암(C25) 진단코드와 암산정특례 코드(V193)가 있는 환자(18세이상)를 대상으로 했다.
연구팀은 이 자료들을 이용해 췌장암의 발생 현황과 치료 경향, 여러 요인별 생존율을 분석하고, 지역별 환자들의 의료기관 이용 경향도 분석했다.
◆췌장암 발생…연령 높을수록 증가 양상 뚜렷
이번 연구결과 췌장암 환자는 2006년 3,794명에서 2019년 8,153명으로 4,359명(2.15배)이 증가했다.
연령별로 환자수 증가비를 보면 80세 이상이 4.19로 가장 높았고, 70대 2.18, 60대 1.77, 59세 이하 연령군 1.68로 췌장암 발생은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 양상이 뚜렷했다.
◆환자 절반 ‘보존적인 치료’
치료유형을 살펴보면 전체 환자 7만 9,008명 중 보존적인 치료만 받은 환자(50.7%)가 가장 많았다.
수술을 받지 않고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26.6%), 수술을 받은 환자(21.0%), 동시항암방사선요법(1.3%) 순이었다.
▲연도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06년 대비 2019년 수술(9.4%)과 항암화학요법(10.9%)은 점차 증가한 반면, 보존적인 치료만 받은 환자는 2006년 61.0%에서 2019년 41.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
연령별로 보면 모든 연령에서 수술이나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비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70대의 경우 수술치료에 있어 2006년 9.5%에서 2019년 23.9%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항암화학요법 치료도 2006년 13.6%에서 2019년 35.1%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80세 이상은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지만 80% 이상의 환자가 여전히 보존적인 치료만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화학요법에 사용된 항암제
항암화학요법에 사용된 항암제는 2006-2011년에는 gemcitabine 단독요법, 2011-2015년에는 gemcitabine+erlotinib 병합요법이 가장 많이 사용됐다.
2017년부터는 gemcitabine+nab-paclitaxel 병합요법과 FOLFIRINOX가 주요 항암요법이 됐다.
이러한 항암화학요법의 경향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 시기에 일치하여 변화해 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가 실제 의료 현장에서 즉각적으로 사용량 증가로 나타났다.
◆중앙생존기간 향상 확인
지난 14년간 중앙생존기간은 80세 이상은 2.4개월에서 3.4개월로 1개월 향상, 70대는 4.2개월에서 8.3개월로 4.1개월 향상, 60대는 6.8개월에서 14.6개월로 7.8개월 향상됐다.
또 59세 미만은 8.8개월에서 18.8개월로 10개월이 향상됐다.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은 연령이 낮을수록 높았고,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에서 향상됐다.
박병규 연구팀은 “췌장암으로 수술을 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은 수술 후 사망률 감소에 의한 안전성 증가, 외과적 절제술의 개선, 수술 후 보조치료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하여 지난 20년 동안 상당히 개선됐다”며, “항암화학요법에서 생존율의 향상은 항암제별 효과를 분석해 본 결과 gemcitabine+nab-paclitaxel 병합요법과 FOLFIRINOX의 도입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집중현상 심화 확인
췌장암 환자의 지역별 의료기관 이용현황을 분석한 결과 수술의 경우 전체 비수도권 환자 50% 이상이 서울권역에서 수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암화학요법치료도 전체 비수도권 환자들 중 서울에서 항암화학요법을 받는 비율은 2006년 32.7%에서 2019년 42.2%로 점차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췌장암의 치료에서 서울집중현상이 심화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수술과 달리 항암화학요법은 약제의 투입이므로 의료기관의 인프라만 갖추어진다면 더 많은 치료를 할 수 있어 수술보다 서울집중현상이 더 증가된 것으로 분석됐다.
박병규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는 췌장암 환자의 지속적인 증가와 더불어 외과적 술기의 발전, 다양한 항암치료제의 도입 등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생존율 또한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며, “췌장암에 대한 수술과 항암화학요법 등 적극적인 치료는 계속 필요하며, 새로운 효과적인 치료법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환자들에게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췌장암의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기 진단을 위한 다각적 연구와 함께 적극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군에 대한 원인 분석 및 대책과 고령의 환자에 적합한 치료법 개발 등을 위한 국가적인 연구지원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췌장암 치료로 확인된 의료의 서울집중현상은 의료비 외 장거리 이동에 따른 직접 및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암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키며,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지역의료발전이 어려워지게 되어 의료의 지역불균형을 초래한다”며, “비수도권 환자들의 서울집중현상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다각적인 원인 분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 마련이 필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췌장암은 대부분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되고, 5년 생존율이 10% 미만으로 예후가 매우 불량하고, 완치가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췌장암의 치료법인 수술과 항암화학요법은 최근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국가단위의 인구기반 연구를 통해 치료 경향과 그 효과를 입증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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