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지난 24일 전국 의대‧의전원생들이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 의사를 밝혔지만 국민들의 시선이 차갑고 정부도 형평성과 공정성을 고려해 국가고시 추가 시험 기회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의사 수가 부족하다며 향후 10년간 매년 500명을 추가 양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당장 2021년에 약 2,700명의 의사가 배출되지 못할 심각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의료계에 발도 내딛어 보지도 못한 젊은 학생들이 국민들의 지탄을 받고 의정 갈등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감정만이 아니라 이성으로 숙고하며 국민건강에 무엇이 최선인지를 잘 살펴봐야 할 시기이다.
이에 의료계가 의대생 국시 응시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사립대의료원협의회 등 대국민 호소
사립대학교의료원협의회/국립대학교병원협회/사립대학교병원협회/상급종합병원협의회/대한수련병원협의회(이하 협의회)도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의사국가고시 정상화로 코로나 위기에 다가올 의료공백을 막아주십시요”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형평성을 생각하면 추가 기회를 부여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기가 어렵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의사를 밝힌 것이다”며, “만시지탄이지만 이제라도 국민 건강을 위한 바른 선택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내년에 인턴이 배출되지 못하면 전국 병원들의 전공의 수련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인턴 부재시 우려되는 문제는?
전공의 업무의 일부를 도와오던 인턴의 부재는 그렇지 않아도 주 80시간 일하는 전공의들에게 과중한 업무부담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선별진료소와 중환자실 케어의 최전선에서 전공의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공백은 코로나 대응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개연성이 높은 것이 현실이다.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응급 환자가 많은 외과 등 비인기과의 전공의 모집은 더욱 어려워지고, 보건지소 등 의료 취약지역과 군대의 의무 영역에 매우 큰 공백이 초래될 수 밖에 없다.
▲코로나19 대응 위기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사망자 수가 100만명 이상으로 보고된 가운데 유럽에서도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겨울을 지나며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협의회는 “잘 준비해도 이겨낼 수 있을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사 수 감소를 감수하며 닥쳐올 위기와 맞서겠다는 결정을 내릴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며, “지금도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지쳐 있고 적지 않은 환자들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받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 우선되는 가치는 없다. 공정성과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국민들의 건강을 유보할 수 없다. 미래의 생명이 침해될 위험을 그냥 지켜만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학생들이 다시 일어서도록 도와주십시오. 아픔을 딛고 잘 성장하여 내일의 코로나 전사로 국민건강 수호에 앞장설 수 있도록 기회를 주십시오.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에 민감하지 못했던 부족함은 스승과 선배들을 책망하여 주시고, 우리들의 아들이요 딸이기도 한 청년들을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들만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함입니다. 우리 의료의 미래를 위한 대승적인 결정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라고 강조했다.
◆최대집 회장, 보건복지부 강도태 차관 만나 대책 마련 촉구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플라자호텔에서 보건복지부 강도태 제2차관과 긴급 면담을 통해 “의대‧의전원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응시를 위해 협조해달라”며, “국시 문제 해결을 위한 의협 입장을 전달하고 향후 의정대화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또 “본과 4학년들의 의사 국가시험 응시는 국가 보건의료인력 수급에 있어 매우 중대한 문제다. 정부가 10년간 4천 명의 신규 의사를 추가 양성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올해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의대‧의전원생들로 인해 당장 내년에 약 3,000명 가까운 의사들이 일선 의료현장으로 배출되지 못하는 상황이 우려된다”며, “신규 의사인력이 의료기관으로 투입되지 못하면 결국 국민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의협과 보건복지부, 국시원이 상호 협력해 의대생 국시 응시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강경 투쟁 주장
한편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정부는 본과 4학년 의대생과 의사들에게 굴욕적 사과를 요구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중단하고, 의협 대의원회는 강경 투쟁을 위한 비대위 구성에 적극 협조하라”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비대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국시 응시생들이 의사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당장 내년 대학병원 인턴 수급에 차질이 생기고, 공중보건의 부족으로 인해 지역사회 의료 인프라가 붕괴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국민 건강과 의료 인프라의 붕괴보다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을 더욱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의사가 부족하다고 한 해 400명 이상의 의사 배출을 늘리겠다고 말한 것은 정부지만 의사 3,000명 수급을 막아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의대정원 확대 정책 추진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정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의료계가 파업 투쟁까지 감행한 이유도 정부가 제공한 것이고, 빠르게 파업 투쟁을 해결할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것도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에 정부가 먼저 대국민 사과를 통해 무리한 정책 추진을 인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대위는 “정부가 본과 4학년 의대생들과 의사들에게 굴욕적 사과를 요구하는 파렴치한 행동을 한 것을 규탄하며, 의료계와 국민 앞에 자신들이 잘못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이러한 사태가 벌어진 점을 인정하며 무릎 꿇고 사죄할 것을 요구한다”며, “의협 대의원회에는 의협 집행부 탄핵과 강경 투쟁을 위한 비대위 구성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