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최근 환절기를 맞아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 목이 아프고, 많은 콧물을 동반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백신을 맞았음에도 독감에 걸린 환자들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또 급성기관지염 환자들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도 중요한 상황이다.
◆65세 이상 노약자나 만성질환자 각별한 주의 필요…항바이러스제 일찍 쓰는 것 도움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현재 유행하는 B형 바이러스는 야마가타(Yamagata)와 빅토리아(Victoria)로 나뉜다”며, “A형 독감에 걸려 회복 되더라도, B형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바이러스의 백신이 달라 교차면역이 없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은 비교적 가볍게 앓고 회복할 수 있지만 65세 이상 노약자나 당뇨병, 심혈관질환을 앓고 있는 만성질환자는 독감에 걸리면 폐렴 등의 합병증으로 번져 심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이러스는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통해 번지기 때문에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가 가장 중요하다. 또 입을 가리고 기침하는 에티켓을 지켜야 하며, 노약자는 외출 시에 가급적 마스크를 꼭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김우주 교수는 “갑자기 고열과 함께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난다면 독감이 의심되므로 빠르게 병ㆍ의원을 찾아야 한다”며, “항바이러스제를 일찍 쓰는 것이 환자 본인 치료에도 도움이 되며 주위사람들로의 전파 가능성도 낮출 수 있다”고 밝혔다.
◆독감 예방주사 매년 맞아야 효과
독감 예방주사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하는 그 해 독감 유행바이러스를 바탕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매해 접종해야 효과가 있다.
나이와 성별 관계없이 모두 맞을 수 있으며, 50세 이상이거나 임신부, 만성폐쇄성질환 등 호흡기 질환이 있다면 우선 접종 대상자다.
또 65세 이상은 폐렴사슬알균(폐렴구균)예방 주사도 겨울철 필수접종으로 꼽힌다. 폐렴사슬알균은 폐렴, 패혈증, 뇌수막염 등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최재경 교수는 “폐렴은 독감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독감과 감염경로가 비슷하다”며, “독감 백신과 폐렴구균 백신은 함께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독감과 폐렴 백신을 동시 접종한 사람의 경우 이로 인한 입원율과 사망률이 줄어들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다수 발표됐다”며, “두 가지 백신을 함께 접종할 것”을 권고했다.
이 외에도 60세 이상이라면 대상포진 예방접종도 추천된다. 대상포진은 어릴 적 수두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숨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발병한다.
백신 접종으로 대상포진의 발생을 약 50% 정도 예방할 수 있으며 평생 한 번만 접종하면 된다.
또 60세 이상의 경우 대상포진을 앓은 후에 2명 중 한 명 꼴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 나타나는데 대상포진 예방접종으로 대상포진 후 신경통 발생률을 60%정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밤 중 열이 펄펄 끓는 아이, 무조건 응급실로 달려라?
초보 아빠 엄마라면 한번쯤은 한밤 중 열이 펄펄 끓는 아이를 들춰 업고 병원 응급실로 직행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일수록 평정심을 찾아야 한다지만, 눈물, 콧물, 식은 땀 흘려가며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를 보면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이 부모 마음일 터.
하지만 전문의들은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응급실로 달려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말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간단한 처치만으로 아이의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38.5도 이상 고열 지속시…30도 정도 미지근한 물로 지속적으로 닦아줘야
아이에게 38.5도 이상으로 열이 지속될 때는 우선 옷을 다 벗기고 열이 많이 발생하는 머리, 가슴, 배, 겨드랑이, 사타구니까지 닦아주어야 한다. 이때 찬물로 닦으면 피부 혈관이 수축돼 오히려 체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또 피부와 몸 속 온도차이가 클 경우 아이가 느끼는 체감추위가 높아 아이를 더욱 힘들게 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간혹 알코올을 물에 섞어 닦아주기도 하는데, 이는 일사병으로 인한 고열에서만 쓰는 방법이다. 알코올의 경우 아이 몸속으로 흡수돼 중독현상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절대 해선 안 된다.
을지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수진 교수는 “30도 정도 미지근한 물로 지속적으로 닦아주며 열이 서서히 내려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며, “초기에는 오한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때는 옷을 입혀주고, 열이 다 올라 추운 것이 멈추면 미지근한 물로 닦아주면 된다”고 설명한다.
소아 발열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열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다. 소아 발열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바이러스성 감기나 장염, 요로 감염, 폐렴, 중이염 등의 감염성 질환이 가장 흔하다. 종양이나 탈수 등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감염성 질환에 비해 빈도는 낮은 편이다.
▲감기에 열까지 나면 감기약 먼저? 해열제 먼저?
일반적으로 감기는 스스로 치료되는 질환이며, 약은 증상의 완화를 위해 복용하는 것이다. 만 3세 이상 소아가 가벼운 기침과 콧물, 미열 등의 증상이 있지만 잘 놀고 잘 먹는다면 꼭 병원을 찾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감기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생후 100일 미만의 신생아라면 문제가 된다. 아기들은 보통 모체로부터 면역성을 받아 나오기 때문에 생후 약 3개월까지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을지대병원 이수진 교수는 “신생아가 감기증상을 보인다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며, “당장은 크게 아파보이지 않더라도 면역성이 부족해 갑자기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감기로 인해 발열까지 동반된 경우, 우선적으로는 감기약을 먼저 먹이는 것이 원칙이다. 보통 감기약에는 해열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때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해열제를 별도로 먹일 경우 복용량이 두 배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감기약에 해열제가 포함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약의 주요 성분들을 꼼꼼히 확인한 후 해열제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감기약보다 해열제를 우선 먹여야 한다.
기침은 몸에 들어온 나쁜 것들을 내보내기 위해 하는 것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멈추도록 두는 것이 좋다. 기침을 줄이는 치료를 하면 감기증상은 좋아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침이 심할 때는 적당한 습도를 유지해 호흡기 점막을 보호하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 가래가 묽어지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먹지도 않고 잠만 자려 한다면?
아이가 무엇이든 먹으려하지 않고, 먹더라도 기침과 함께 토를 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고 소화가 잘되는 부드러운 음식을 조금씩 자주 먹이는 것이 좋다. 몸 안에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열이나 기침, 가래, 코막힘 등 감기증상이 빨리 호전되는 만큼 보리차나 주스 등을 먹여 탈수를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최소 1~2일 정도 관찰한 결과 △먹는 양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잠만 자려하거나 △몸에 힘이 없고 축 처지거나 △소변량과 횟수가 줄어들 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아이가 약을 잘 먹지 않으려고 할 때는 눕힌 상태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엄지와 가운데 손가락으로 양 볼을 꽉 눌러 입 안이 자연스럽게 벌어지게 한 다음 순간적으로 먹이면 된다. 이때 약이 기관지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개를 약간 옆으로 돌리고 머리와 상체를 조금 높여줘야 한다.
감기에 걸린 아이가 귀 통증을 호소한다면 중이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중이염에 걸리면 대부분 열이 나고 먹는 양이 줄어들며, 영아의 경우 젖병을 조금만 빨아도 귀의 염증으로 인한 통증에 울며 보채게 된다. 따라서 아이들이 이런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감기와 (급성)기관지염의 차이점은?
기온이 급작스럽게 변덕을 부리면서 급성기관지염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급성기관지염’은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세균) 등에 의해 기관지에 염증이 발생되는 질환으로, 주로 면역력이 약한 학령기의 학생이나 노인에게서 발병이 많다. 감기와 기관지염의 차이점은 바이러스가 감염된 부위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감기는 코, 부비동, 인두와 후두를 포함한 상부호흡기계가 바이러스에 감염이 된 것이고, 급성기관지염은 하부호흡기계의 기관지가 감염이 되어 염증이 생기는 것이다.
급성기관지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기침이다. 초기에는 미열, 인후통, 콧물, 재채기와 같은 감기 증상이 있다가 이후 3~4일이 지나면서 기침이 심해진다. 병이 진전되면 기관지점막이 붓고 내강이 좁아지기 때문에 호흡이 곤란해진다. 급성기관지염은 감기보다 정도가 심하거나 증상이 오래갈 때 의심해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기관지염은 대부분 항생제 치료 없이도 저절로 좋아져 특별한 후유증 없이 낫는다. 하지만 드물게 기관지에 심한 염증을 일으키거나,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하므로 가슴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을 때는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치료는 원칙적으로 기침, 흉부 불편감, 열을 조절할 목적으로 대증치료를 시행한다.기관지염의 다른 증상이 없어진 후 마른기침이 계속되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항생제가 필요하지는 않지만 이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투여하기도 하며, 대부분 자연 치유되므로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가 도움이 된다.
고대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는 “평소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전체적인 면역력이 올라가 치료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2주 이상 증상이 지속이 되거나 악화될 경우 흉부 X선 검사 및 혈액 검사가 필요할 수 있으며, 독감예방주사나 폐렴 예방주사를 미리 접종하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급성기관지염 예방법]
1.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비누를 이용하여 손 씻기를 권하며, 알코올이 함유된 손 세정제를 바르는 것도 방법이다.
2. 기침을 할 때 입을 막고 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분비물이 손에 닿지 않도록 기침을 할 때 휴지를 이용하여 입을 막거나, 휴지가 없다면 팔오금 부위에 입을 대고 기침을 하는 '기침 예절' 지키기가 필요하다.
3. 규칙적인 운동과 좋은 영양 상태 평소 영양상태 관리를 잘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4. 흡연과 과한 음주를 피한다.
5. 실내공기를 깨끗하고 촉촉하게 한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