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금 newsmedical@daum.net
유럽연합(EU)이 독성과 환경오염 우려로 사용을 금지한 농약 성분 15종이 국내에서 여전히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고창군)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제출받은 ‘EU 금지 농약 성분의 국내 유통 현황’에 따르면, 농진청이 허가 유지 근거와 재평가 시점을 공개하지 않아 국내 농약 검증체계를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U서 금지된 15개 성분, 국내선 사용 중
국내에 유통 중인 EU 금지 성분은 베노밀, 카벤다짐, 사이프로코나졸, 디메토모르프, 아이소피라잠, 리뉴론, 만코제브, 메틸브로마이드, 프로클로라즈, 프로피코나졸, 피메트로진, 스피로디클로펜, 티아클로프리드, 티오파네이트메틸, 트리플루미졸 등 15종이다.
◆‘물질 자체’를 보는 EU, ‘노출량’을 보는 한국
두 곳의 판단이 갈린 것은 평가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가방식 차이
EU는 농약 자체의 독성과 환경오염 가능성을 중심으로 보는 '유해성 평가'를 적용해 우려가 확인되면 등록을 취소한다.
반면 한국은 물질의 유해성과 함께 실제 사용 과정에서 사람과 환경에 노출되는 양을 따지는 ‘위해성 평가’를 쓴다.
농진청은 실제 노출량이 기준치 이하로 관리되면 안전성이 확보된다고 본다.
그래서 신규·변경 등록을 제한하고 경고문구를 강화하거나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해당 성분의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같은 농약이라도 현장마다 노출량 달라
문제는 노출량이 현장 상황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사용 방법, 보호장비 착용 여부, 살포 횟수, 작업시간, 기상 조건에 따라 농업인이 실제로 들이마시거나 접촉하는 양이 바뀐다.
등록 당시 정한 사용조건과 기준치만으로 안전하다고 판단하기보다, 현장의 실제 노출과 장기간 반복 노출, 여러 성분의 복합 노출 영향까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승인 절차도 차이…EU는 교차검증·공개 의견수렴
승인 절차의 깊이도 다르다.
EU는 신규 농약 원제 승인에 평균 3~4년이 걸린다.
보고국가(RMS)로 지정된 회원국이 12~18개월 안에 인체·환경 위해성 평가보고서 초안을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내면, 전문가 교차검증과 공개 의견수렴, 종합평가를 거친다.
이후 EU 집행위원회가 승인안을 만들어 회원국 표결을 거쳐 최종 승인한다.
국내에서는 원제의 인축독성과 환경생물독성 등을 평가해 등록하는 데 12개월, 개별 품목의 이화학적 특성과 약효·약해·잔류성·독성 평가에 9개월이 걸린다.
업체가 신청하면 농진청 접수, 국립농업과학원 시험성적서 검토, 농약전문위원회와 농약안전성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등록증을 내준다.
그러나 농진청 자료에는 EU의 교차검증과 공개 의견수렴에 해당하는 국내 절차나 평가자료 공개 범위가 구체적으로 나와 있지 않다.
◆재평가 결과도, 피해 통계도 ‘깜깜이’
등록 이후 관리도 허술하다는 평가다.
농진청은 해외 규제 동향을 모니터링하고 위해 우려 농약은 재평가, 등록취소, 사용량 감축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EU 금지 성분별 재평가 시점과 결과, 국내 유통량과 사용량, 작업자의 실제 노출 수준은 내놓지 않았다.
최근 5년간 농약으로 발생한 작물 피해액을 묻는 질의에는 “관련 통계자료를 확인할 수 없다”고 답했다.
등록 이후 현장에서 어떤 피해가 얼마나 생기는지 기본 통계조차 없는 셈이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농약으로 인한 사망자는 2020년 772명, 2021년 797명, 2022년 712명, 2023년 746명, 2024년 698명으로 매년 700명 안팎이다.
◆“기준치만 믿지 말고 검증체계 전면 개편해야”
윤 의원은 “등록 당시 설정한 기준치만 믿을 것이 아니라 농업 현장의 실제 노출량과 장기·복합 노출의 영향을 조사하고, 해외에서 새로운 유해성이 확인되면 즉시 재평가하도록 농약 검증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며 “성분별 재평가 시점과 검토자료, 허가 유지 및 취소 근거도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농약의 등록만으로 정부의 책임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성분별 유통량·사용량, 작업자 노출 수준, 농작물·인축·환경 피해를 체계적으로 추적하고 그 결과를 재평가와 규제에 반영하는 실효적인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EU 농약 등록절차, ▲국내 농약 등록절차, ▲년도별 농약 사망자 등은 등은 (메디컬월드뉴스 자료실)을 참고하면 된다.
[메디컬월드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