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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 ‘사전조제’ 공방…의협 “판례 왜곡” vs 한의협 “명백한 합법” 원외탕전실 사전·대량조제 둘러싼 ‘조제·제조 경계’ 논란 2026-09-23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한약 ‘사전조제’를 두고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와 대한한의사협회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사전조제의 범위’…예비행위인가, 사실상 제조인가

양측 공방의 핵심은 어디까지를 ‘조제의 예비행위’로 볼 것인가다. 

한의협은 대법원 판례와 보건복지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사전조제가 한의사의 적법한 업무범위라는 입장이다. 

반면 한특위는 판례가 인정한 예비조제와 환자 진료 전 불특정 다수를 위해 한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두는 행위는 실질에 따라 구별돼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의협 “신속 투약 위한 사전조제…사법·행정 모두 합법 인정”

한의협은 한약이 처방과 탕약 달이는 시간 등 조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은 신속하고 효과적인 투약을 위해 사전조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한약은 환자 상태에 따라 약재를 가감해 조제하기도 하고, 효율적인 투약을 위해 필요에 따라 사전조제를 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대법원 판례(1992.3.31. 선고 91도2329)를 제시했다. 

판례는 극미량 약제성분의 칭량 오차를 줄이고 확실히 예상되는 처방에 대응하기 위해 사전약속·사전처방에 따라 미리 준비했다가 처방전 발행에 의해 투약했다면, 이는 제조가 아닌 조제의 예비행위 내지 예비조제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복지부도 1997년과 1999년 유권해석에서 확실히 예상되는 처방에 대비해 한약(산·환제 포함)을 미리 준비하는 행위는 한의사의 적법한 업무범위라고 봤다. 

2014년에는 현재 특정 환자를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병원 사정에 따라 약침액을 사전조제 요건에 맞춰 미리 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석했다.


▲한특위 “환자 이름도 처방도 없이 대량조제…판례 확대·왜곡”

한특위는 약사법상 조제가 일정한 처방에 따라 특정인의 특정 질병 치료·예방을 목적으로 약제를 만드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환자 이름도, 진료도, 개별 처방도 확정되기 전에 동일한 한약을 대량으로 만들어 두고 이후 환자에게 맞춤형으로 새로 조제한 것처럼 공급했다는 의혹이라는 것이다.

한특위는 이러한 행위가 환자 상태에 맞춘 개별 처방이라는 한방 고유의 원칙과도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전조제라는 명칭만 붙이면 규모와 방식에 관계없이 모두 적법하다는 주장은 판례의 취지를 확대·왜곡하는 것”이라며, “예비적으로 소량을 준비하는 행위와 상시·대량으로 만들어 두는 행위는 구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협 “KGMP 우회 우려”…약침 불법제조 판결 전례 들어

한특위는 대량 사전조제가 허용될 경우 의약품 제조에 요구되는 관리체계를 우회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행 법령상 의약품을 제조하려면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KGMP)을 갖추고 제조·판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원외탕전실에서 동일·유사 처방 한약을 반복 생산해 보관·공급한다면 조제와 제조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주장이다.

전례로는 대한약침학회 사건을 들었다. 

당시 학회는 제조업 허가 없이 약침액을 대량 제조해 전국 약 2,200개 한의원에 공급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대법원은 2020년 유죄판결을 확정했다.


◆의협 “보험사기 반성부터” vs 한의협 “허위사실엔 끝까지 책임”

한특위는 한의협을 향해 자동차보험으로 청구할 수 있는 첩약과 허가받은 한약 외의 한약을 제공해 보험금을 타낸 사기 혐의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사전조제를 통해 보험청구를 허위로 한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며, 한의협이 스스로 사전조제 사실을 인정했다고 꼬집었다.

한의협은 최근 일부 세력이 사전조제를 불법인 양 호도하고, 이 같은 허위사실이 여과 없이 언론에 보도됐다고 반발했다. 

한의협은 “사법부와 행정부의 결정을 무시하고 거짓 정보를 국민에게 전파하는 행태를 결코 용납할 수 없으며, 끝까지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포함한 강력 대응을 예고했다.


◆7월 압수수색 이후 이어진 논란…“정부가 요건·한계 명확히 해야”

한특위는 지난 7월 한방병원 압수수색을 계기로 기자회견을 열고 원외탕전실의 사전·대량조제와 한약 조제·안전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을 촉구한 바 있다.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환자 이름조차 없는 처방 자료와 대량으로 미리 만든 한약이 원외탕전실에 보관돼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한특위는 “환자를 진료하기도 전에 불특정 다수를 위해 대량으로 만든 한약을 맞춤형 조제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민 기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전국 원외탕전실의 사전·대량조제 실태를 조사하고, 사전조제가 허용되는 구체적 요건과 한계를 명확히 하는 한편 사법처리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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