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일명 응급실 미수용 방지법)’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대해 대한응급의학의사회(회장 이형민)는 “이번 법안이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비전문가들에 의해 자의적으로 만들어졌다”며 심각한 우려를 보였다.
의사회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번 개정안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과 단 한 차례의 진정성 있는 상의도 없이 강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앞서 호남 지역 시범사업 당시부터 이 같은 무리한 입법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왔다”며, “비전문가들의 탁상공론식 접근이 응급실 수용 곤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응급의료 현장을 극심한 혼란과 좌절로 몰아넣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수용 곤란 정당 사유 입증도, 실시간 정보 고지도 불가능”
의사회는 법안의 대표적인 문제점 4가지를 제시했다.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 실시간 증명 불가능
우선 시설·인력·장비 부족이나 최종 치료 인력 부재 등 ‘수용 곤란의 정당한 사유’에 대해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거나 실시간으로 증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정당한 사유를 입증하지 못해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경우, 결국 현장에 무조건적인 환자 수용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밝혔다.
▲실시간 진료 능력 정보 고지 불가능
둘째, 급변하는 응급실 현장에서 매시간 수용 불가 상황을 확인하고 보고하는 실시간 진료 능력 정보 고지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의사회는 “과거 ‘내 손안의 응급실’ 사례처럼 실제로는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상황임에도 수용 가능한 것으로 오인돼 그 책임을 현장 의료진이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방적 수용 병원 지정 “강압에 불과”
셋째, 중앙응급의료센터와 119구급상황실이 일방적으로 수용 병원을 지정하는 것은 강압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의사회는 “최종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특정 병원에 수용을 강제하면 기존 환자와 신규 이송 환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송 지시자와 강제 수용 의료진 간 법적 책임 소재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대한 과실’ 전제조건, 여전히 모호
넷째, 형사책임 면제 범위와 관련해 ‘형사책임 감면’에서 ‘형사책임 지지 아니한다’로 표현이 바뀐 것은 진일보한 조치이지만 ‘중대한 과실’에 대한 전제조건이 여전히 모호해 현장의 법적 부담이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사회는 “권역응급의료센터가 명칭만 중증응급의료센터로 바뀐다고 해서 역량이 저절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경증부터 중증까지 모든 환자가 자유롭게 유입되는 구조에서 만성적인 병실 부족과 과밀화가 해결되지 않는 한 중증환자를 위한 진료 여력은 확보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의사회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강요받을 때 현장 의료진이 택할 수 있는 길은 극단적이거나 절망적인 선택뿐이다”며, “이미 많은 전문의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 참여시켜라”…전원조정센터 근무 거부까지 예고
이에 의사회는 법안 조율과 후속 시행규칙 개정, 응급의료 발전계획 수립에 현장 전문가와 응급의학과를 참여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아울러 아무런 법적 보호조치 없이 광역상황실이나 구급상황실이 응급환자 수용을 강제할 경우, 전 회원과 함께 전원조정센터 및 구급상황실 근무를 거부하는 것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이형민 회장은 이번 통합대안에 대해 “물리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아무런 효과 없는 책임회피성 악법”이라며, “명절을 앞두고 응급의료 현장의 어려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의 요구는 단순하다”며 “제발 현장과 소통해 달라. 현장에 희망을 주는 정책과 변화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의사회는 응급실에 환자를 데려다 놓기만 한다고 환자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며, 눈앞의 수치 개선에 그치는 정책을 중단하고 환자를 살리고 의료진에게 희망을 주는 진정성 있는 입법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