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고령 임신이 늘면서 임신성 고혈압과 전자간증(임신중독증) 환자가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 임신부에게 처방 가능한 경구 항고혈압제는 니페디핀·암로디핀 계열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진료지침이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라베탈롤은 국내 공급이 끊긴 상태이며, 재도입을 추진하던 해외 제약사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마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산모와 태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고령 임신 늘며 임신중독증 위험도 커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산모 중 35세 이상 고령 산모 비중은 2016년 26.4%에서 2024년 35.9%로 늘어 산모 10명 중 약 4명이다. 같은 기간 평균 출산연령도 32.4세에서 33.7세로 높아졌다.
고령 임신은 임신성 고혈압과 전자간증의 대표적 위험인자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5년 새 임신중독증 환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 1차 권고약, 국내에는 없어
문제는 치료제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대한고혈압학회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임신부에게 사용 가능한 경구 항고혈압제는 사실상 니페디핀(서방정)과 암로디핀 두 계열뿐이다.
반면 2022년 국제학술지 NEJM(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연구 ‘CHAP(Chronic Hypertension and Pregnancy)’와 이를 반영한 미국심장학회(ACC)·미국심장협회(AHA)의 2025년 가이드라인은 서방형 니페디핀과 함께 라베탈롤을 임신부 경증 만성고혈압의 우선 권고 약제로 명시하고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1차 선택지 중 하나가 국내 임상 현장에서만 빠져 있는 셈이다.
◆다국적사 철수, 국내 생산도 난항
라베탈롤 경구제는 과거 한국GSK가 국내에 공급했지만 이후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현재는 사실상 유통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대조약 부재로 생동성시험 추진 어려워
국내 제약사가 뒤늦게 생산 재개를 시도하려 해도 비교 대조약으로 삼을 오리지널 제품이 국내에 없어 생물학적동등성시험 진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 관련 업계의 설명이다.
▲ 일본 제약사 도입 시도도 심사 단계서 지연
대안으로 일본에서 라베탈롤을 생산하는 제약사의 제품을 도입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진행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관련 승인이 식약처 심사 단계에서 지연되며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현장에서는 산모에게 필요한 필수약제가 인허가 절차 지연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며, 식약처가 임신부 필수의약품에 한해 별도의 신속심사 트랙을 마련하거나 심사 일정을 앞당길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필수의약품 공급망 전반이 취약
이는 라베탈롤 한 품목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2월까지 국내에서 발생한 필수의약품 공급 부족·중단 사례는 총 307건(부족 158건, 중단 149건)에 달했으며, 이 중 대체 의약품이 아예 없는 경우도 45건이었다.
필수의약품 488개 품목 중 절반이 넘는 51.8%(253개)는 제조·수입업체가 2곳 이하에 불과해, 공급망 자체가 구조적으로 취약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대한고혈압학회는 “임신부·소아 등 상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뒷전으로 밀리기 쉬운 취약계층 필수약제에 대해서는 별도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