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요즘 생존의 문제”라고, 탈모 치료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검토 지시에 대해 다양한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생중계 중 즉흥 지시…“미용 아닌 생존 문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 치료약의 건보 적용 확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탈모도 병의 일부 아니냐. 젊은 사람들이 (탈모약을) 많이 쓴다던데 검토한 적 있나”라고 정은경 복지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정은경 장관은 “의학적 이유로 생기는 원형 탈모 등은 치료를 지원하지만, 유전적 요인으로 생기는 탈모는 의학적 치료와 연관성이 떨어져 건보 급여 적용을 하지 않는다”며, “증상이 있거나 생명에 영향을 주는 질환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미용적 이유에 대해서는 다른 부분도 건보 급여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속된 말로 ‘대머리’니까 안 해준다는 원리”라며 “이걸 병이라고 할 것이냐, 아니냐는 논리적 문제가 아니라 개념 정리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탈모가) 옛날에는 미용 문제라고 봤는데 요즘은 생존의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횟수·총액 제한 방식 제안…비만 치료도 포함
이 대통령은 “(탈모약이) 상당히 대중화된 모양인데 의료보험을 지정하면 약값이 내려가지 않느냐”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무한대로 해주는 게 너무 재정적 부담이 크다면 횟수나 총액 제한을 하는 등 검토해 보면 좋겠다”고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비만 치료에 대해서도 “요새 약물 치료도 많이 하는데, 검토를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현재 고도 비만의 경우 위 절제술 같은 수술적 치료는 건강보험이 일부 적용되지만, 약물 치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 소외감 해소 강조
이 대통령은 탈모·비만 치료제의 건보 지원 검토를 언급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보험료만 내고 혜택을 못 받아 억울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소외감이 너무 커져서 하는 이야기다. 세대 간 보험료 혜택 (차이는) 고민은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의 원리가 젊을 때 내고 나이 들어서 필요할 때 쓰는 것이긴 하지만, 당장 보험료만 내고 혜택을 못 받아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나는 보험료는 내는데 혜택이 없다. 나는 절실한데 왜 안 해주냐’는 청년들의 소외감이 너무 커져서 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 건보 재정 악화 우려…2026년 적자 전망
이와 관련해 다양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탈모에 대한 건보 적용이 확대되면 건보 재정 고갈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4월 급여비 증가 등에 따라 건보 재정이 2026년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건보 재정은 2026년 적자로 돌아서고, 보험료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남은 돈을 적립해 둔 누적 준비금도 2030년 소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날 업무 보고에서 건보 재정 건전성 방안과 관련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 국민의힘 “포퓰리즘 멈춰라” 강력 비판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으로서 국정운영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며, “건보는 국민 모두가 분담해 유지하는 사회적 보험 제도다. 급여 항목의 확대는 재정 여건과 의료적 우선순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도 암·희귀질환·중증질환 환자들은 최신 치료제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치료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에서, 탈모를 ‘생존의 문제’로 규정하며 건보 적용을 거론하는 건 제도의 기준과 원칙을 송두리째 흔든다”며, “탈모로 인한 개인적 고통을 부정할 순 없지만 건보는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과 의학적 필수 치료를 우선 보장하기 위한 장치이다. 건보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끝까지 감시하겠다”고 덧붙였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요즘처럼 대통령이 업무 보고 중 애드리브로 한마디씩 툭툭 던지며 국가 시스템을 함부로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의협 “암 등 중증 질환 급여화” 우선
대한의사협회도 17일 밝힌 입장을 통해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은 “대통령께서 젊은층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이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함을 지적했는데,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 하에서 탈모를 우선적으로 급여화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탈모치료제 급여화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기 보다는 암 등 중증 질환에 대한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건강보험 원칙에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