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국내 의과대학 교수들이 주당 평균 74시간 이상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며 30% 이상이 심각한 탈진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이 21일 발표한 이종태 인제의대 교수를 연구책임자로 하는 ‘우리나라 의과대학 교수의 변화하는 역할과 직무 수행 현황 및 업적 평가 기준 분석에 관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같이 나타났다.
◆ 전국 40개 의대 교수 159명 대상 실태조사
이번 연구는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 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52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수행했다.
또한 국내 26개 의과대학의 교수 업적 평가 기준을 항목별·역할별로 분석하여 현 운영 체계의 한계를 확인했다.
연구진은 문헌 고찰, 설문 조사, 표적집단면접 등 혼합 연구 방법을 활용해 의과대학 교수들의 진료·교육·연구·행정 업무 영역별 실제 시간 배분과 업무의 질적 수준을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 주 74시간 과로에 교수 30% 탈진상태
조사 결과 국내 의과대학 교수들은 주당 평균 74시간 이상의 과중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임상과 행정 업무 비중이 높아 교육과 연구에 충분히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확인됐다.
▲ 과중한 업무와 불균형한 시간 배분 주된 원인
과중한 업무와 불균형한 시간 배분으로 인한 직무 만족도 저하는 교수진의 30% 이상이 심각한 탈진 상태에 빠지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초의학 분야 교수 인력 감소로 교육·연구 활동의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의학교육 질 저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연구편중 평가체계의 구조적 한계
현행 교수 업적 평가 체계는 연구 중심으로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으며, 교육과 진료 활동의 가치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구조적 한계도 확인됐다.
교육 활동은 현행 평가 및 보상 체계에서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교수들은 자신의 교육적 기여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불균형이 장기적으로 의학교육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 교육기여도 인정하는 평가체계 개선 시급
연구진은 의과대학 교수의 직무 만족도와 의학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6가지 정책을 제언했다.
▲ 교육 기여 활동 정당한 인정 보상 체계 마련 등
첫째, 진료 및 연구 실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교육 기여 활동을 정당하게 인정하고 보상할 수 있는 평가 기준과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활동을 유형별로 세분화한 평가 지표를 구축하고, 교육 준비와 참여에 소요되는 간접시간까지 반영할 수 있도록 지침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 역할 중심 트랙 제도화 등
둘째, 기초의학, 임상의학 교육 중점 교수, 의학교육 전문가 트랙 등 역할 중심의 트랙을 제도화하고, 트랙별로 맞춤형 평가와 보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행정 및 평가 관련 업무 간소화 등
셋째, 교수들이 희망하는 이상적 배분 시간은 연구 29%와 교육 22%에 집중되어 있어 행정 및 평가 관련 업무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교수 업무 전반의 구조적 재조정을 통해 진료·교육·연구·행정 업무 영역 간의 역할과 책임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내용도필요 제언했다.
▲ 조직 차원의 지원체계 강화 등
넷째, 교수의 일과 삶의 균형 회복을 위한 조직 차원의 지원체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 여가, 자기 계발 등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업무의 유연성, 근무 시간의 탄력적 운영, 연수 제도의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봉사 영역, 구체적 활동 기준과 평가 가이드라인 마련 등
다섯째, 봉사 영역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 기준과 평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여 일정 수준의 비중을 보장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제시됐다.
실적 위주의 정량평가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학습자 성과 개선, 교육 목표 달성도, 혁신적 교육 자료 개발 등을 포함한 정성평가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대학 차원의 중장기 인력 운영 계획 수립 등
여섯째, 교육 전문 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재정지원과 대학 차원의 중장기 인력 운영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 전담 교수 확보를 위한 별도 예산 항목 신설, 전임 교수 충원 인센티브 제공 등 체계적인 정책 수단을 통해 의학교육 인력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문석균 부원장은 “의과대학 교수의 변화하는 역할을 제도적으로 수용하고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며 “제안된 정책이 시행될 경우 교수 개인의 직무 만족도와 자긍심이 회복되고, 더 나아가 의학교육의 질과 지속가능성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