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임상화학분야에서 인공지능(AI) 활용이 단순 검사 장비 자동화에서 질병 예측과 검사 오류 탐지 같은 복잡한 임상적 판단 영역까지 확대되면서 환자 맞춤형 진료가 가능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임상화학에 AI 접목, 진단의 새 지평 열어
대한임상화학회(회장 윤여민, 건국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임상화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활용은 최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DSS)에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이 도입되면서 검사 결과를 단순 수치가 아닌 진단과 치료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형태로 발전했다.
최근에는 ‘클린랩믹스(Clinlabomics)’라는 새로운 개념도 제시됐다.
이는 임상화학 데이터를 유전체나 영상 자료처럼 하나의 오믹스(omics) 데이터로 다루는 접근법이다.
윤여민 회장은 “환자의 혈액이나 체액에서 얻은 다양한 검사 데이터에서 특징 정보를 추출하고, AI로 분석해 질병 위험도 예측이나 예후 판단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더욱 정밀한 맞춤형 진료를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 AI 기반 실제 적용 사례 늘어나
실제로 AI를 활용한 성공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환자의 이전 검사 결과와 현재 결과를 비교해 WBIT(wrong blood in tube) 오류, 즉 다른 환자의 혈액이 잘못 채취된 경우를 AI가 탐지하는 모델이 개발됐다.
이 모델은 기존의 델타 체크 방식보다 정확하게 오류를 찾아내며, 기존 시스템에서 놓쳤던 오류 사례들을 발견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패혈증과 같이 조기 대응이 중요한 질환의 예측 모델도 주목받고 있다.
검사데이터 기반 AI 모델이 기존 통계학적 모델보다 높은 정확도를 보이며, 특히 응급실에서 신속한 의사결정에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일반 건강검진 데이터를 활용해 생물학적 노화 속도나 흡연 여부를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윤 회장은 “이러한 사례들은 임상화학 검사가 단순한 보조 진단도구를 넘어 공중보건이나 예방의학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가치 중심 패러다임으로 전환 움직임
유럽 임상화학 및 진단검사의학연맹(EFLM)은 최근 ‘가치 기반 진단검사의학(value-based laboratory medicin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이는 단순히 검사 건수나 비용이 아닌, 해당 검사가 환자 치료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중심으로 검사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AI 기술과 깊이 연결되는 흐름이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AI 기반 시스템은 현재 연구 단계에 있으며, 실제 임상 환경에서 널리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검증과 연구가 필요하다.
임상 적용을 위한 다기관 검증과 외부 타당성 확보가 필수적이며, 의료현장에서의 수용성, 데이터 편향 문제, 윤리적 고려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대한임상화학회 춘계학술대회, AI 기술의 진단검사 활용 방안 제시
대한임상화학회는 지난 4월 17일 세종대학교 광개토관에서 2025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해 인공지능 기술이 진단검사의학 분야에 가져올 혁신적 변화와 활용 가능성을 소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영남의대 김재환 교수, GC녹십자의료재단 이준형 박사, 충남의대 최규태 교수가 각각 AI의 핵심 개념과 최신 트렌드, 의료 이미지 분석을 위한 AI 기술, 대규모 언어 모델(LLM)의 임상화학 검사 활용 방안 등을 발표했다.
윤여민 회장은 “AI 기술은 진단검사의학 분야에서 데이터 분석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고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AI가 의사의 판단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보조적 역할을 통해 의료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진단 정확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임상화학 분야의 AI 활용은 진단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 제공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하는 중요한 변화로 평가받고 있다. 앞으로 이러한 기술적 진보와 함께 윤리적, 제도적 논의가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