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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험 산모 증가 속 산부인과 의사 급감, 의료 공백 위기 심화 전국 63개 지자체 분만 병원 ‘전무’…산부인과 전문의 평균 연령 54.4세 2025-04-08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고위험 산모가 증가하는 가운데 산부인과 의사는 감소하며 의료 공백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가 지난 6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53차 춘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 분만 의료 인프라 문제 

국내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반면, 고위험 산모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산아, 저체중아, 다태아 비율도 함께 상승하면서 의료계에서는 고위험 분만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분만 의료 인프라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만 의료기관이 줄어들었으며, 의료진의 고령화와 신규 인력 부족 문제도 심화되면서 안정적인 분만 의료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산과 의사부족 심각

최근 서울 주요 병원들이 분만실에서 일해본 경험이 많은 ‘개원가 산과 전문의’를 긴급 수혈받고 있다. 

야간에 병원으로 실려오는 고위험 산모는 많은데 이들을 진료·수술할 산과 인력은 갈수록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저출산 등으로 인해 빅5 병원 산과 전임의 수는 2007년 20명에서 올해 9명으로 절반 아래로 줄었다. 


게다가 지난해 의정 갈등이 불거지면서 전공의들마저 병원을 떠났다. 

이런 가운데 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산과 교수가 빠지면, 동료 의사들도 당직 등 부담이 가중되면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러자 대형 병원마다 개원가 산과 의사를 당직 인력으로 뽑기 시작한 것이다.


산과 인력은 갈수록 급감할 전망이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전국 158명인 산과 교수가 2032년엔 125명, 2041년엔 59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산과 인력 감소와 함께 수도권 환자가 지방 대학 병원으로 이송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산과 기피는 저출산 외에도 낮은 수가(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와 큰 소송 부담 때문이다.

◆ 산부인과 전문의의 고령화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연령은 54.4세로, 3명 중 1명꼴로 법정 정년인 60대 이상이었다. 30대 이하 전문의는 708명으로 전체의 11.6%에 불과하며 그중 30세 미만 전문의는 9명에 그쳤다.


지역별로 산부인과 전문의의 평균 연령을 보면 경북(60.8세), 전북(59.6세), 전남(59.1세) 순으로 높았다. 전국 평균인 54.4세보다 낮은 지역은 대구(54세), 경기(53세), 서울(51.8세), 세종(51.5세) 4개 지역에 그쳤다.


여성 인구 1000명당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전국 평균 0.24명으로 1명도 채 되지 않았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의 고령화가 심했던 경상북도는 여성 인구 1000명당 0.16명으로 전문의 수가 가장 적었다. (박희승 의원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

김재연 회장은 “고령 의사의 산부인과 재취업 관련 정책적인 정부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 참여기관 확대 필요

보건복지부(장관 조규홍)는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 참여기관을 지난 3월 12일부터 3월 26일까지 모집한 결과, 총 10개 기관이 사업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사후보상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관련 진료 인프라를 강화하고,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진료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적 손실을 보상하는 사업이다.


새로운 지불제도인 사후보상의 경우, 2023년 1월 1일부터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에 이미 적용해 2023년 손실분 약 564억원(9개소)을 지원한 바 있다. 

이번에는 그 대상을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까지 확대한다.


이번 사후보상을 진행하면서, 사업 보완점 및 현장의 애로사항 등을 살펴 전체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대상 사후보상 시범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2026~)


김 회장은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외에 지역 분만병원까지 확대할 필요성이 증가하고 있다. 2026년 이후 사업에서 이번 시범사업에서 제외된 지역 분만병원을 포함한 사후보상 사업의 확대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 해외 산부인과 협력체계, 우리는 왜 못하나?

산부인과 의사로서 매일 고위험 산모를 진료하다 보면 의료 인프라와 협력체계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학술지에 게재된 ‘주요국의 임산부 및 신생아 진료협력체계 구축 현황 비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선진국들은 이미 효과적인 시스템을 확보하고 있다.


▲ 일본: 수가로 보상받는 의료기관 협력체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일본은 우리가 참고할 만한 좋은 모델입니다. 공동관리 수가라는 개념을 도입해 의사들이 협력하면 적절한 보상을 받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역 기반 의료기관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의료기관 간 협력에 대해 경제적 보상을 제공함으로써 산모들이 어디서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산부인과 의사의 업무 만족도와 환자 치료 결과 모두를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


▲ 영국: 산모 중심 네트워크 시스템

영국의 산모 건강 네트워크는 산모를 중심에 두고 임신부터 출산, 산후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15년 넘게 개원한 산부인과 의사는 “영국은 산모를 중심에 두고 모든 의료기관이 협력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어 산모들이 단절 없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도 이런 체계가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산부인과 의사가 고위험 산모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 호주: 환자 중증도에 따른 치료센터 연계

호주의 계층별 주산기 네트워크는 산모의 위험도에 따라 적합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하게 연계하는 체계다. 

지방에서 근무하는 한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의 상태가 악화되면 바로 상급병원으로 전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일선에서 진료하는 의사에게 큰 안전망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의사들이 자신의 역량과 병원의 시설에 맞는 환자를 진료하게 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높인다.


▲ 캐나다: 의료진 인센티브로 네트워크 활성화

캐나다는 가정의를 중심으로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의료진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최근 분만 진료를 중단한 개원의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적절한 보상 없이 24시간 대기하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캐나다처럼 인센티브 제도가 도입된다면 많은 의사들이 분만 진료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캐나다의 시스템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반면 한국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협력체계 없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김 회장은 “밤낮없이 일하고, 소송 위험은 높고, 수가는 낮은 상황에서 협력체계마저 없다면 누가 산부인과를 선택하겠습니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선진국처럼 의료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과 의료진 인센티브 확대를 통해 산부인과 의료 위기를 해결해야 할 시점이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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