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국내 혈액학 분야의 인력 부족과 근무 환경 악화로 인해 관련 전문의들의 불만이 증가하고 있으며 미래를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혈액학회가 국내 혈액학 관련 의사 14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대한혈액학회가 학회 창립 후 처음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결과 국내 혈액내과 전문의는 160명, 소아혈액 전문의 74명, 진단검사의학과 골수 판독의 82명, 병리과 혈액암 판독의 55명으로 집계됐다.
김혜리 홍보이사는 “인구 10만 명당 혈액학 전문의 수는 0.307명이다. 이는 영국(2.92명), 일본(1.109명), 미국(0.707명) 등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고 설명했다.
◆ 혈액학 전문인력…고령화·지역 불균형 심각
▲ 수도권 쏠림 현상 뚜렷
혈액학 의료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뚜렷했다.
혈액내과 전문의의 경우 서울에 74명, 서울 수도권에 111명이 집중된 반면, 그 외 지역에는 49명에 불과했다.
소아혈액 전문의와 골수 판독의, 혈액암 판독의도 비슷한 지역 불균형을 보였다.
▲ 고령화 심각
혈액학 전문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한 수준이다.
혈액내과 전문의의 45%, 소아혈액 전문의의 53%, 병리과 전문의의 49%가 50세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60세 이상은 각각 19%, 26%, 13%를 차지했다.
즉, 절반 이상의 인력이 50세 이상의 고령 전문의인 것으로 조사됐다.
◆ 과도한 업무량 속 근무 환경도 열악
설문에 응한 혈액학 전문의들의 46.3%가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고 있으며, 이 중 16.8%는 주당 100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월별 야간 당직 횟수는 47%가 월 5회 이상이었으며, 응답자의 80.5%는 야간 당직 다음 날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러한 과도한 업무량은 건강 문제로도 이어졌다.
응답자의 86.6%가 피로감, 44.3%가 우울증, 40.9%가 불면증 등의 건강 문제를 호소했다.
◆ 의료 소송과 직업 만족도에도 문제
의료 소송 경험에 대해서는 32.9%가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37.5%는 3건 이상의 의료 소송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 소송이 일상 진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40.9%가 “매우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전반적인 직업 만족도 조사에서는 29.5%가 불만족, 5.4%가 매우 불만족을 표시했다.
향후 5년 내 국내 혈액학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서는 응답자의 73.2%가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 전망의 주요 이유로는 근무 시간(71.8%), 급여 문제(60.4%), 의료의 자율성(51%), 소송의 위험성(58.4%), 의정 갈등(55%) 등이 지적됐다.
◆ 대책 마련 시급
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의 의료진 의견 경청, 후임 전문의 양성과 진료지원인력 확대, 고강도 근무와 위험도에 상응하는 적절한 보상, 의사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사회적 컨센서스 및 법적 보호 등을 제안했다.
김석진 이사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앞으로 다양한 방향에서 혈액내과 전문의들의 복지 향상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홍경택 부총무는 “이번 의정사태에서도 혈액종양만 환자를 줄이지 못했다. 그만큼 중환자들이라는 의미이다”며, “앞으로 젊은 의사들이 혈액내과를 지원할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인 지원과 인식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혜리 홍보이사는 “이번 연구는 혈액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혈액학 전문 인력의 부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복잡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혈액학 전문 인력을 유지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개입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