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관 newsmedical@daum.net
대한의사협회·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국회가 지난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사직 전공의들이 열악한 수련 환경 실태를 토로하며 근무 여건 개선을 촉구했다.
◆ 전공의 노동 착취 현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2015년 전공의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전공의 근무 환경은 열악한 상황”이라며 “법안 위반에 대한 벌칙은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에 불과해 수련이라는 명목하에 전공의 노동 착취가 합리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2022년 대전협이 1만 3,000명의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를 인용해 “전공의 평균 근로 시간은 77.7시간이었고, 인턴 응답자의 75.4%는 평균 주 8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다”며, “66.8%는 24시간 초과 연속근무를 주 1회 이상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은식 전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는 “세브란스에서는 임신 전공의에게 임신 초기부터 출산 직전까지 당직을 서도록 했다”며, “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임신 당시 심정지 온 환아에게 1시간 가까이 심폐소생술을 하며 태아가 유산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증언했다.
(사진 : 국회의장 축사 듣는 김택우 회장-박단 비대위워장,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열악한 처우와 교육 부재
박 위원장은 “실태조사에서 전공의 평균 급여는 397만원이었고 이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약 1만 1,700원에 불과했다”며, “포괄임금제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실제 근로 시간에 따라 임금을 지급해야 하며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 가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영 전 순천향대병원 전공의는 “과중한 업무에도 전문의가 되기에 필요한 경험은 채우지 못했다”며, “정부가 고시한 수련 과정의 절반 이상은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전공의는 몇 장짜리 인계장과 상급 연차 전공의의 조언, 인터넷 검색에 의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 근무환경 개선 위한 구체적 방안 제시
박 위원장은 “유럽과 일본 등의 사례, 국제노동기구 지침 등을 참고해 전공의 수련 시간을 주당 80시간에서 64시간으로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근로기준법 특례 업종에서 의료인을 삭제해 주 52시간제를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연속 수련 시간을 현행 36시간에서 24시간으로 단축하고, 휴게 시간을 근로 시간으로 인정하고 법에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독립적 시술·수술 수행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전공의를 위해 교수 평가 제도를 도입해 지도전문의의 역할을 강화하고, 13명 중 2명에 불과한 수련환경평가위원회 전공의 위원 비율을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 “의대 모집인원 동결은 문제 덮어놓는 행위”
박 위원장은 최근 정부가 의대생 복귀를 전제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증원 없이 동결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학기만 엇갈리게 했다고 24, 25학번 동시 수업이 가능할지 납득이 잘 되지 않아 이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원도 아니고 모집 인원을 바꾼 것뿐이라 ‘(문제를) 덮어놓고 돌아오라’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토론회 축사를 통해 “의료계와 정부, 국회가 전공의의 목소리를 듣고 논의하며 서로 간에 신뢰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부터 의정 갈등의 해법을 찾아가야 한다”며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