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지난 12월 29일 오전 9시경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인한 충격과 관련하여 의료계 주요 단체들이 위로와 함께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기 위한 대처법을 제시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안용민),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회장 최윤경)는 “이 재난 참사와 관련하여 특히 중요한 것은 생존자와 유가족, 목격자 및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마음 고통과 트라우마를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이다.”라며,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와 사고 수습에 참여한 여러 관계자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하고 미디어를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되는 대중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와 관련하여 고통받는 모든 분과 관련자들이 경험하게 될 트라우마에 대처하고 회복하기를 바란다.”라며 다음과 같은 안내를 제시했다.
▲생존자와 유가족의 트라우마에 관심 필요
갑작스러운 사고와 상실에 직면한 생존자와 유가족은 불안과 공포, 정신적 혼란, 슬픔, 무력감, 분노, 죄책감, 수면 문제와 신체 증상 등 다양한 트라우마와 애도 반응을 경험할 수 있다.
재난과 같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의 회복에는 충분한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
건강한 대처와 더불어 당신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가족, 친척, 친구와 함께 슬픔과 고통을 나누어 볼 것을 권유한다.
같은 경험을 공유한 재난 회복 지원 그룹과 연결되는 것도 좋다.
고통이 심하고 일상생활이 힘들다면 즉시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면 된다.
▲언론과 미디어, 트라우마 인식 필요
언론의 취재와 보도가 트라우마를 유발하거나 악화시켜서는 안된다는 설명이다.
뉴스룸은 재난을 취재하는 기자에게 트라우마에 대한 지식과 대처를 숙지하도록 하여 취재원, 언론인, 국민을 트라우마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 재난보도준칙과 트라우마예방을 위한 재난보도가이드라인이 꼭 지켜져야 한다.
대중은 사고관련 언론보도는 시간을 정해 정보를 얻는 목적으로 제한적으로 시청하시길 권유하며, 자극적이거나 잘못된 정보를 생산, 공유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
▲정부, 생존자, 유가족의 트라우마 회복 위한 노력 필요
정부는 신체적인 회복과 더불어 생존자와 유가족이 안전한 환경에서 슬픔과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치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재난 트라우마는 사고 직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신체적·정신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생존자와 유가족이 적절한 치료와 심리지원을 충분한 기간동안 받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신건강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의 전문가들과 협력하여 생존자와 유가족, 국민의 정신건강 문제를 돌보며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사회적 취약계층, 어린이와 청소년, 외국인 등 소외되는 사람 없이 치료와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재난으로부터의 회복은 우리 모두의 힘 필요
사회적 지지는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핵심이다. 생존자와 유가족에 대한 평가나 판단, 섣부른 조언은 삼가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지지와 위로가 된다.
지역사회, 관계기관, 전문가, 언론, 정부와 사회구성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재난의 수습과 복구, 재난 경험자의 회복을 위한 역할에 충실하며 생존자와 유가족을 혐오와 비난, 2차 스트레스로부터 보호하고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는 “다시 한번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생존자의 온전한 회복을 기원한다. 참사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마음의 고통을 숨기고 혼자 참으려 하지 마세요. 여러분의 곁에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있다. 정신건강전문가들은 트라우마와 재난을 겪은 모든 사람과 함께 하며, 치유와 회복을 위해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회장 김동욱)는 “이번 사고는 21세기 들어 대한민국 항공사의 가장 큰 비극으로, 일상의 안전이 위협받는 그간의 많은 사고에 대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최근 대한민국의 정치 불안정 속에 불안한 국민들에게 더 무거운 불안을 안겨준 심리적 대참사이다. 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도 그 치유 방법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자 한다.”라며,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진상을 밝히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안전 개선에 실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 추측과 이를 근거로 한 비난 댓글 등으로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참사를 멀리서 지켜보고 함께 아파하는 국민으로서 일상을 내팽개친 채 뉴스에만 몰입하여 두려움을 증폭시키는 행동보다는, 우리들 각자의 생활에 집중해야 한다. 각자는 슬픔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행동에 있어서 자신만의 방식과 몫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희생자의 가족과 가까운 이들에게는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며,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한 감정적 고통은 생각보다 크고 복잡하며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심리적 지원과 조기 개입이 절실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적극적으로 치료와 상담을 제공할 것이다. 이번 사고에 대한 충격으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이 가까운 곳에서 바로 진료받기 위한 패스트트랙을 해당 지역 의사회 등 다른 전문가 집단과 연대하기 위해 애쓰겠다.”라며, “안타까운 사건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어려운 시기에 공허하고 우울해지기 쉬우니 가족을 비롯한 주변을 챙기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희망을 찾아가는 것이 필요한 때이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는 이와 같은 사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사회적 소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이사장 천근아) 재난과트라우마위원회(이사 배승민)는 “재난 시기에 중요한 것은 유가족, 목격자와 생존자를 포함하여 이 사고로 충격을 받을 수 있는 많은 사람의 고통을 다루고 회복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트라우마에 민감한 사회적 분위기와 전문적인 언론의 자세가 매우 중요하며, 특히 어른들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비통한 소식을 다각도로 접할 수 있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어른들의 세심한 손길 역시 필요하다.”라며, 트라우마를 접한 아이들을 대하는 어른들에게 당부 내용들을 제시했다.
▲아이들 충격 노출에 대한 배려
방송에 노출되는 많은 사고 장면과 이에 대한 자세한 브리핑은 아직 다양한 자극을 받아들여 소화하기 위한 뇌의 발달이 완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지나친 자극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아이들이라면 과도한 상상과 감정의 자극으로 수면, 식사 습관의 이상 등 다양한 문제 행동이 나타날 수 있다.
어른들의 필요로 인해 무심코 틀어진 화면이나 방송의 내용이 아이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리 어른들의 시선 밖에서 아이들이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에 노출될 수도 있다. 과도하거나 잘못된 정보의 노출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아이들 노출시…반복 노출 예방 등 필요
이미 사건을 다룬 화면과 글에 아이가 어쩔 수 없이 노출되었다면 최대한 노출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아이의 반응을 관찰하여 필요한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마다, 발달 상태에 따라 충격에 대처하는 아이들의 반응은 매우 다양하다. 엉뚱한 행동을 하거나 신경쓰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고, 충격과 공포로 일상생활을 이어나가기 어려워할 정도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을 수 있다.
당장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악몽이나 공포증 등으로 뒤늦게 후유 증상을 보이는 아이들도 있다.
따라서 아이들을 대하는 위치의 어른들은 이러한 반응들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를 세심히 관찰, 아이가 추가적인 고통에 다시 노출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한다.
아이들이 질문할 경우, 이를 막지 말고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와 자세로, 사실에 입각한 정보만 대답해 줄 수 있는 선에서 간단히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일상 안에서 가능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규칙적인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어떤 감정이라도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하며 이를 비난하거나 무시하지 않아야 한다.
다만 일상생활을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로 반복하여 사건에 관련된 질문을 하거나, 지나치게 몰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태일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 살펴보고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구해야한다.
▲어른들의 마음 상태도 함께 살펴야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재난, 예상할 수 없었던 사고를 접하게 되면, 어른들의 뇌 역시 이 충격을 소화하기 매우 어렵다.
게다가 소중한 생명이 이렇게 일시에 많이 희생된 상황에서는 유가족과 생존자, 목격자 및 관련자뿐 아니라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많은 국민들이 이차적인 충격과 어려움을 맞닥뜨리게 될 가능성 역시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많은 의구심과 비난이 발생할 수 있다. 모두의 애도는 모두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나와는 다른 형태로 애도하며 충격을 소화하는 반응에 대해 비난과 지적을 하며 다툼이 유발될 수 있다.
이러한 반응은 그 어느 때보다 주변을 돌아보고 도우며 함께해야 할 이 시기에 지양해야 할 태도이다.
지나친 세부 내용의 노출과 반복, 또는 명백히 잘못된 형태로 희생자 및 관련인들을 괴롭히거나 문제의 해결을 막는 형태가 아니라면, 이 비탄의 시기에 다양한 애도의 형태가 있음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불어 어른들 역시 자신이 고통을 해결하고 있는 방식을 잘 살펴보고 몸과 마음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야 한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는 “최대한 일상 생활이 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되 만약 스스로도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다루기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이러한 모습이 아이들에게 이차적인 자극이 될 수 있다. 다른 어른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재난과 트라우마의 시기에는 서로를 위하는 지지와 사회적 연결감이 필요하다.”라며, “생존자의 온전한 회복을 기원하며, 다시 한 번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분들과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재난은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다. 우리 학회는 트라우마와 재난을 겪은 모든 이들 곁에서, 회복과 치유를 위해 함께하겠다.”라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이번 사고로 인해 정신적 어려움을 겪으실 유가족과 생존자 그리고 관련자분들에게 전문적인 심리 치료와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있어 필요한 사항을 적극 지원하겠다. 아울러 정부, 지방자치단체, 회원병원들과의 협력을 통해 체계적이고 신속한 의료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이번 사고의 상처가 하루빨리 치유되기를 바라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