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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서울의대 교수들 의료개혁 토론회…입장차만 재확인 대통령실 vs 서울의대교수 2024-10-11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그동안 브리핑이나 성명, 집회를 통해 서로를 향해 비난을 쏟아내던 의정이 한 자리에서 의대증원이나 의료개혁 등의 과제에 대해 토론을 벌여 눈길을 모았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10일 서울의대 융합관에서 개최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라는 의료개혁 정책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번 토론회에 정부측 대표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실장급인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실무추진단장이 참석했다.


힘들게 성사된 의정 간 토론회인 만큼 대화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았지만, 양측은 결국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특히 대통령실 수석과 실장급 인사 등 정부 고위급 인사가 토론자로 나섰지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물론 참석자도 많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령화로 의료수요 급증 등 과학적 근거로 증원규모” 제시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의사 증원과 관련해 “3개의 전문가 연구에서 2035년에는 의사가 1만명 부족하다고 했고, 몇 가지 비현실적 가정들까지 보완한 결과 부족한 의사 수는 1만명이 아니라, 2배 이상 늘어나 사실상 (1년에) 4천명을 증원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의대생과 전공의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겠지만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만성질환 2개 이상인 65세 이상 인구가 매년 50만명씩 늘어나 의사 손길이 더 필요해지고, 의사의 사회·경제적 처우는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응급실 문제가 곧 의료개혁의 계기라는 입장도 제시했다.

장 수석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나 배후진료, 필수의료 전문의가 수도권도 부족하고 지역으로 가면 더 부족한 상황이며, 기본적으로 물리적 (의사) 숫자가 부족하단 점은 인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의대 5년’ 논란 일축

장 수석은 의대 교육과정을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럴 의도가 전혀 없다.”라고 일축했다.

(사진 : 사직 전공의 질문 듣는 장상윤 사회수석,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장 수석은 “의대 교육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말은 애초에 있지도 않고, 발표하지도 않았다. 교육부 발표 취지는 지금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8개월 됐으니, 의대생들이 나중에 복귀한 후에 잃어버린 시간만큼 프로그램을 단축하거나 방학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주자는 것이었다.”라며, “공백기가 있지만 리커버할 뭔가를 제시한다면 인정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율적으로 커리큘럼 할 때 학점을 이수하는 것으로 보자고 얘기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의대 교육과정 단축안은 의료인력 수급 비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이다. 강압적이거나 획일적으로 하지는 않겠다.”라고 밝힌바 있다.

(사진 : 토론 마친 정상윤 사회수석-강희경 비대위원장,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정책 반발 휴학은 개인적 사유로 보기 어려워”

장 수석은 “일부 학생들이 휴학은 권리라고 하는데, 휴학은 권리가 아니다.”라며, “현재 정부 정책에 반발한 의대생들의 휴학은 정당한 휴학이나 학생들의 권리로 볼 수 없다.”라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어 “고등교육법령상 휴학은 교육과정에 등록한 학생이 입대나 질병, 어학연수나 가족의 이사 이런 개인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사유가 생겼을 때 신청하고 학교에서 승인해주는 것이다. 현행 의대생들의 동맹 휴학은 법령상 맞지 않는다. 학교는 교육을 이어 나가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의료계는 휴학은 학생들의 당연한 권리이고, 교육부가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강희경 비대위원장도 “(고등학교로 따지면) 봄, 여름에 못 다녔는데 10∼11월부터 시작해서 그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불가하다.”라며, “의대생들의 휴학은 승인되는 게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사진 :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정 간 첫 공개 토론회,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내년부터 건강보험 재정 투입 

필수의료 살리기에 내년부터 국가 재정을 투입한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장 수석은 “현재 건강보험 적립금이 약 28조원 남아있으니 이를 최대한 활용할 텐데,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에 따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그에 따라 내는 건강보험료도 늘어서 전체 재정도 증가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서울의대 교수들 “의사 증원해도 지역 안가고, 의료비도 증가”

반면 의료계는 의사 증원시 의료비 증가는 물론 지역으로는 안간다는 입장이다.


강희경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은 “지난 10년간 서울에서는 의사 수가 증가했지만, 충남이나 경북 등 지역에서는 증가하지 않았다.”라며,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가게 해주자고 제안하고 싶다. 의사 수가 많아지면 의료비 지출도 늘어난다.”라고 말했다.


의사 증원보다는 동네 병의원에서 상급종합병원까지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상급종합병원으로 환자들이 쏠리는 현상을 먼저 해소하면 굳이 의사를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하은진 비대위원은 “아까운 돈을 의사를 늘리는 데 쓰지 말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먼저 쓰는 건 어떨까 싶다.”라며, “1차 진료 영역에서도 다학제 진료를 할 수 있게 수가를 만들면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미 국내 의사들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약 3배 의료 이용과 약 2배 가까운 입원을 커버해왔다.


◆기존 입장 반복, 현장 참석자와의 소통은 안돼 

의정이 각자 입장을 반복하며 의견차를 좁히지 못한 것은 물론 현장을 찾은 참석자들과의 소통도 되지 않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실제 사직전공의라고 밝힌 한 참석자는 “증원된 의대생들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지 얘기를 듣지 못했다. 지금도 약 800명이 전공의를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상황에서 6년 뒤에 1,500명~2,000명이 더 졸업하면 어떻게 이들의 수련을 소화할지 병원·학회와 논의했나.”라고 질의했다.


의료사고 환자 유족이라는 한 참석자도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에 대해 “환자 사망 시에도 의사에 의료 사고 특례를 추진할 것이냐.”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듣지 못한채 마무리됐다. 

양측은 토론회 말미에 “머리를 맞댄 이번 자리에서 희망의 싹이 텄다,”라고 했지만, 의정사이의 입장 차이로 인해 대화의 장 마련 등은 쉽게 마련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토론회는 첨예한 갈등의 해소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양측은 의의를 찾았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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