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27일 오후 법안심사1소위원회를 개최해 간호법 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이미 PA 간호사들이 의사의 의료행위에 준하는 처치와 시술 등을 현실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간호법을 제정해 이들에게 의료행위 자격을 부여하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입법으로 반영된 것이다.

◆PA 간호사 업무 범위…‘보건복지부령’ 위임  

여야 합의로 수정돼 소위를 통과한 이번 제정안은 최대 쟁점이었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해 야당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

시행령을 통해 PA 간호사들의 교육 과정, 자격 기준 등을 자세하게 담아야만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었다.

여당은 PA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검사, 진단, 치료, 투약, 처치’라는 내용을 법에 명시하자고 요구해오다 야당의 의견에 양보했다.

(사진 : 간호법 밤샘 심사 돌입,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간호조무사 학력 기준…부대 의견 반영

다만 간호조무사의 학력 기준은 법안에서 빠지고 추가 논의를 이어간다는 부대의견에 반영됐다.

여당은 간호조무사 시험 응시 학력 기준을 기존 특성화고등학교와 학원뿐 아니라 전문대 출신까지로 확대하자는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이에 반대해왔다.

▲의료기사들 업무…대통령령으로

의료기사법에 명시된 의료기사들의 업무는 간호사들의 업무범위에서 원칙적으로 제외하되 자세한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도 관철됐다. 

간호법 제정에 따른 의료기사 단체 측의 우려를 고려한 조항이다.

▲법안 명칭

법안 명칭도 여당안인 ‘간호사 등에 관한 법안’이 아니라 야당안인 ‘간호법안’으로 확정됐다. 의료법의 하위 법률이 아닌 별도의 제정 법안이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28일 오전 복지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를 거쳐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간호법은 지난 2023년 4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바 있다.

이번 국회에서는 여야가 각각 당론으로 발의해 입법을 재추진해왔다.

◆90만 간호조무사 “학력 제한 폐지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

이에 대한간호조무사협회(회장 곽지연, 이하 간무협)는 지난 27일 긴급 성명을 발표하면서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 없는 간호법은 결사반대한다.”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졸속인 여야 짬짬이 간호법 국회 통과 행위를 중단하고,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를 반드시 반영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간호조무사 시험응시자격 학력제한 폐지’가 이뤄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의협, 시국선언문 통해 “간호법 통과시 의료 멈출 것”

대한의사협회(의협)도 지난 27일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망국적인 간호법 제정에 국회 여야뿐 아니라 정부가 합세하고 있는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간호법 제정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료를 멈추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간호사와 의료기사를 주축으로 한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자 이를 임시방편으로 모면하고, 보건의료노조 달래기에 나선다면 의사들의 불같은 저항과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간호법 제정 시도는 물론 의대 정원 증원 및 의료개혁특별위원회 논의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14만명의 의사 회원은 국민을 살리고 의료를 살리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의료를 멈출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 “간호법 소위통과 ‘환영’…노사교섭에 긍정적”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은 간호법 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것과 관련해 환영의 입장을 보이며, 노사교섭에 긍정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보건의료노조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불법의료 행위에 내몰려온 PA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된다. 의사인력 부족과 전공의 진료거부 장기화로 인한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의료대란을 극복하면서 환자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라며, “여야가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합의점을 마련한 것은 노사 교섭 타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핵심 요구안 중 하나였던 PA 간호사 제도화가 해결됨에 따라 나머지 쟁점 사안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마련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의협의 시국 선언에 대해 “PA 간호사 제도화는 간호사를 의사로 둔갑시키고 전공의들의 설 자리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의 협력에 기반한 진료시스템을 올바르게 구축하는 정책이다. 의협이 진실을 호도하면서 의사와 간호사를 악의적 선동으로 이간질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