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보건복지부가 7월 24일 2024년 제1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위원장 : 박민수 제2차관)를 개최해 지난 5월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협상이 결렬되어 환산지수 계약을 체결하지 못했던 병원과 의원 유형에 대한 2025년 환산지수를 결정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등은 이번 결정에 대해 철폐를 촉구하고 나섰다.
◆심의결과
▲의원 유형 0.5% 인상
먼저 의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94.1원이며, 올해 대비 0.5% 인상됐다. 또한 외래 초진 및 재진 진찰료를 각각 4% 인상하는 안이 논의됐다.
▲병원 유형 1.2% 인상
병원 유형의 환산지수는 82.2원으로, 올해 대비 1.2% 인상됐다.또한 △수술·처치 및 마취료에 대해 야간 및 공휴일 가산이 50%에서 100%로 확대되고(병원 이상에 적용), △응급실에서 시행되는 응급의료행위에 대한 가산도 50%에서 150%로 확대, △의원급 토요가산을 병원까지 확대 적용하는 안이 함께 논의됐다.
외과계 의원에 대한 수가 개선방안을 관련 의사회 등 협의를 거쳐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는 부대의견도 의결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우리나라 의료의 수가체계는 행위별 수가제가 절대적인 비중을 가지고 있는데, 오늘 위원회 논의를 통해 행위별 수가제의 두 축을 이루는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하여 합리적인 수가체계로 정상화하는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 큰 의미가 있다.”라며, “저평가 행위에 대한 집중 보상을 비롯하여 보상체계의 공정성 강화를 통해 합리적인 보상에 기반한 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가 체계 개편을 근본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번 위원회에서 결정된 의원·병원 유형의 환산지수와 논의된 상대가치점수 조정방안은 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을 통해 확정 시행될 예정이다.
◆의협 “파국 치닫는 의료사태 해결 의지 없음 재확인”
반면 대한의사협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좌절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라며, “우리 의료계가 줄기차게 반대한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어김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진정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별도의 재정을 투입하여 저평가된 유형의 수가를 인상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쳤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법령에서 위임받지도 않은 ‘환산지수 쪼개기’라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진찰료 일부 수가만 인상하여 생색을 내면서 정부가 필수의료라고 주장하는 외과계 죽이기에 앞장서며 저수가로 허덕이는 일차의료기관을 다시 한 번 짓밟았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결정은 의료현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저수가로 일관하는 행태에 해결의지가 전혀 없음을 재차 확인했다는 주장이다.
의협은 “정부가 진정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건정심의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 결정을 철회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수가인상과 별도의 재정을 투입하여 저평가된 필수의료의 수가를 정상화하고, 불공정한 수가협상 결정방식과 고질적인 건정심의 불공정한 결정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해야 한다.”라며, “명분도 없는 돌려막기 식의 수가결정을 강행한다면, 필수의료 뿐 아니라 동네의원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져왔던 일차의료까지 망가뜨리는 재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그에 대한 책임은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의료계는 앞으로 법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무소불위 불통 정부에 강력히 저항할 것이며, 이번 건정심의 무모한 결정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정형외과의사회 “정책 폐기 촉구”
대한정형외과의사회(회장 김완호)도 행위유형별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 폐기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형외과의사회는 “현재의 원가 미만의 수가에 행위 유형별 수가를 왜곡시켜 진료과목 간 갈등을 유발할 것이다. 원가의 50% 수준으로 시작된 체계에서 5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원가에 못 미치는 수가체계를 정부가 고수하고 있다.”라며, “수가 정상화는커녕 일부 행위 유형 숫자를 동결해 마련한 재원으로 필수의료에 투입해 현행 수가 체제를 더욱 기형적으로 왜곡시키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의료사태의 근본인 저수가 기조의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 보완하려는 노력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으며, 의협 전문가들이 계속 강력하게 철회를 요구했던 행위 유형별 환산지수 차등 적용을 결국 공단이 하겠다는 것은 올바른 대한민국 의료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다고 여겨진다.”라며, “대한민국 의료를 두 번 죽이는 행위유형별 환산지수 쪼개기 정책을 폐기하고, 올바른 수가협상 협의체 내에서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수가 정책수립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수가 결정체계
보통 ‘수가’로 표현하는 의료행위에 대한 급여 가격은 개별 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와 이에 대한 점수당 단가 및 의료기관 종별 가산율의 곱으로 이루어지며, 이때 점수당 단가를 ‘환산지수’라 한다.
2001년 상대가치점수제와 환산지수를 기반으로 한 현재 수가 결정체계가 도입됐고, 2001년부터 2007년까지는 의약계 대표와 공단의 협상·계약을 통해 결정된 단일한 환산지수를 적용했지만 2008년부터는 7개 의약단체(병원협회, 의사협회, 치과협회, 한의사협회, 약사회, 조산사협회, 보건기관)가 공단과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된 유형별 환산지수를 적용하고 있다.
(표)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 비교
◆수가 결정체계의 구조적 한계
이러한 수가 결정체계에서는 모든 의료행위에 적용되면서 매년 인상되어온 환산지수의 영향이 크게 나타나는데, 이러한 ’획일적 인상구조‘로 인하여 일부 수가 체계가 왜곡되는 문제가 있었다.
▲행위간 보상 불균형 심화
환산지수의 획일적 인상구조는 행위간 보상 불균형을 심화시킨다.
의료기술의 발전, 진료행태 변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개별 행위의 상대가치점수가 충분히 그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실제 가치보다 고평가될 수 있어, 5~7년 주기 대규모 개편(2008, 2017, 2023)을 통해 단계적으로 불균형을 해소하고 있다.
환산지수가 이보다 빨리, 매년 일괄적으로 인상되면서 상대가치점수 조정에 따른 불균형 해소 효과가 일부 반감되는 문제가 있다.
특히 검체·영상 검사와 같이 고가의 장비를 이용하는 행위의 경우 상대가치점수도 고평가된 반면, 수술·처치와 같이 인적 자원 투입 강도가 높은 행위는 필수의료이면서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환산지수가 모든 행위에 동일하게 인상 적용될 경우, 고평가된 행위는 더 크게 수가가 인상되고, 저평가된 행위는 상대적으로 작게 인상되어 행위간 보상 불균형이 심화된다는 설명이다.
▲동일한 의료행위에 ‘수가 역전’
동일한 의료행위에 대하여 병원과 의원에서의 가격 차이가 점차 커지고, 특히 병원보다 의원에서 더 가격이 높아지고 있다.(이른바 ‘수가 역전’)
2008년 유형별 환산지수를 결정한 초기에는 의과의 같은 의료행위에 대해 환산지수와 종별 가산율 적용 시 병원에서의 가격이 의원에서보다 높았지만 환산지수 결정모형의 특성상 총 진료비 중 차지하는 비중이 제일 큰 병원은 의원보다 대체로 환산지수 인상률이 낮게 결정됐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서 의원의 환산지수 인상률은 매년 상대적으로 높게 결정돼 2021년부터는 상급종합병원의 종별 가산율 적용 후에도 의원의 환산지수가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
◆수가 결정체계 개선 방향
▲중장기 수가 결정체계 개편방안 검토 중
환산지수의 획일적 인상구조에서 탈피하여 단기적으로는 우선순위가 높은 행위부터 집중적으로 보상을 강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수가 결정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2024~2028)을 통해 이러한 보상의 불합리·불균형 해소를 위하여 환산지수와 상대가치를 연계하고 객관적 비용조사를 기반으로 신속하고 합리적인 수가조정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의료개혁특별위원회의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 논의를 통해 중장기 수가 결정체계 개편방안을 검토 중이다.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 연계·조정 논의
이번 위원회에서는 이러한 문제 인식을 공유하고, 다시 한번 일괄적인 환산지수 인상으로 인한 수가 체계 왜곡이 확대되지 않도록 단기 개편방안으로 환산지수와 상대가치점수의 연계·조정을 논의했다.
지난 6월 소위 및 위원회 논의에서와 같이 재정운영위원회의 부대의견을 참고해 병·의원의 환산지수 인상에 투입키로 했던 재정 규모의 범위에서 △일부 재정은 환산지수 인상, △일부 재정은 저평가 행위의 상대가치점수를 집중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임재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