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서울대의대 서울대병원,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 중단·유예를 선택하면서 휴진 확산세가 주춤했지만 정부의 의료 정책에 반발하는 대형병원 교수들의 집단 휴진 선언이 이어지면서 집단 휴진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연세대학교의과대학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지난 6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데 이어 오는 4일에는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1주일 휴진, 12일에는 고려대의료원 교수들의 무기한 휴진이 예정돼 있다.
이번 휴진 결정에 대해 의대 교수들은 “환자를 볼모로 잡고 있는 건 의사가 아니라 불통 정부이다. 휴진은 망가져 가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고, 전공의와 의대생과 함께하기 위한 결단이다.”라고 밝히고 있다.
◆고려대의료원 교수들 80% 12일부터 무기한 휴진 결정 찬성
고려대학교 의료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고려대의대 비대위)는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한 휴진 찬반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80% 이상의 찬성이 나왔다.”라며, “현 의료사태로 인한 의료인들의 누적된 과로를 피하고, 환자 안전을 지키기 위해 7월 12일을 기점으로 응급·중증 환자를 제외한 일반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기한 자율적 휴진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6월 26일 국회 청문회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결정해 전공의들의 단체행동을 유도했음이 밝혀졌고, 의대 증원과 관련된 교육 예산 계획이 없다는 것도 드러났다.”라며, “완전한 휴진이라기보다는 진료 축소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고려대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의료계가 해결책과 중도안을 제시하며 대화를 시도했지만, 정부는 단 하나의 조건도 들어주지 않은 채 초법적인 행정명령을 남발했다는 주장이다.
고려대의대 비대위는 “정부는 지난 2월 휴학신청서를 제출한 의대생의 휴학 승인을 하지 않도록 압박을 가해, 등록금 반환 불이행과 2학기 미등록 제적으로 학생들의 자율성과 미래에 교육을 받을 권리까지 침해하고 있고, 의대의 학기제에서 학년제로의 학칙 변경까지 강제하고 있다. 또한 전공의 사직 처리를 2월이 아닌, 6월 초로 하도록 병원 집행부에 지속적으로 압력과 협박을 가하고 있다.”라며, “정부가 학생 휴학 승인 및 전공의의 사직처리에 대한 억압을 철회할 것과 현 의료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전공의 요구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전공의와 대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촉구했다.
(사진 : 사직서 제출하는 고대병원 교수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충북대병원 교수들도 26일부터 무기한 휴진
충북대병원·의대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충북대의대 비대위)에 따르면 최근 2일간 전체 교수 225명을 대상으로 무기한 휴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134명 중 84명(62.7%)이 휴진에 찬성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입원환자 및 중환자에 대한 진료와 응급실은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휴진 종료는 향후 정부의 협상 태도 등을 지켜본 후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의대생들 “의협 주도 ‘올특위’ 참여 불가”
이런 가운데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는 2일 “무능·독단의 대한의사협회 임현택 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 특히 지난 6월 국회 청문회에서는 의료계 입장을 대변하기는 커녕, 본인의 발언에 대해서도 수습하지 못하는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자리에 있음에도 ‘표현의 자유’라며 부적절한 공적 발화를 일삼고 있다. 임 회장의 연이은 막말, 개인의 무례 때문에 의료계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됐다.”라고 규탄했다.
이어 “임 회장이 의대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고 있으며 학생과 전공의의 목소리도 무시하고 있다.”라며,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 참여를 수용할 일은 없을 것이며, 학생들은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의대협이 요구하는 내용은 ▲ 필수의료패키지·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 의·정 동수의 보건의료 거버넌스 구축 ▲ 의료 정책 졸속 추진에 대한 조사 및 사과 ▲ 의료행위 특수성을 고려한 의료사고 관련 제도 도입 ▲ 합리적 수가 체계 ▲ 의료전달체계 확립 ▲ 수련환경 개선 ▲ 휴학계에 대한 공권력 남용 철회 등이지만 임 회장과 의협 집행부는 자의적인 ‘3대 요구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했다.
한편 임현택 회장은 지난 6월 26일 국회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에게 했던 “미친 여자” 발언 등으로 강 의원과 설전을 벌였고, 그의 막말 전력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환자들 휴진 불참 의사에 감사 메시지…4일 집회 예고
이에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은 지난 1일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고대안암병원에서 ‘감사 피케팅’을 진행했다.
환자단체들은 “의사와 환자는 함께 가야 합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스케줄에도 묵묵히 버텨주셔서 고맙습니다. 존경합니다.”, “환자 곁을 지켜주신 의료진 여러분 감사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휴진에 불참하는 의사들에게 신뢰와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오는 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예고했다.
환자단체들은 “지금까지 정부와 의료계의 소모적인 논쟁을 규탄하고 환자 요구를 담은 목소리를 전달할 것이다.”라며, “의료공백 사태가 130일 이상 이어지는 상황에서 환자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와 참담함을 느끼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대부분 진료과목이 정상 운영하는 등 무기한 휴진 선언에도 불구하고 병원 운영에 큰 차질은 없는 상황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