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정부는 불통이지만 우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고, 지금 당장 발생할 수 있는 환자들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 휴진을 중단한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 강희경 교수)는 21일 투표 결과에 따라 이같이 결정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타 병원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73.6% “휴진 중단”
비대위는 향후 활동 방향과 관련해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강남센터)의 전체 교수 대상 투표를 6월 20일~21일 진행했다.
투표 결과 전체 응답자 948명 중 698명(73.6%)이 휴진을 중단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의 저항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휴진을 지속해야 한다는 의견은 192명(20.3%)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인 활동 방식을 묻는 질문에 75.4%가 “정책 수립 과정 감시와 비판,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라고 동의했으며, 55.4%가 “범의료계와의 연대가 필요하다.”라고 답했다.(중복 응답 가능)
이외에도 65.6%의 교수들이 “환자와 의료진의 안전을 고려해 지속 가능한 적정 수준으로 근무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답했다.
◆“무능한 불통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고, 저항을 계속할 것”
비대위는 “전면 휴진 결의 이후 정부는 전공의 처분 움직임을 멈추는 등 유화적 태도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을 발표하고 의협 해체 발언을 하는 등 여전히 의료계를 향해 으름장을 놓고 있다.”라며, “무너져가는 의료, 교육 현장을 하루하루 목도하고 있는 우리는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정부에 더 적극적인 사태 해결 노력을 요구한다. 지난 6월 19일 국회 상임위 회의에서도 무능력한 불통 정부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우리는 6월 26일 열릴 의료 사태 관련 국회 청문회를 환영하며, 이를 통해 이번 의료 사태를 초래한 정부 정책 결정 과정이 낱낱이 밝혀지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면 휴진 기간에도 미룰 수 없는 중증, 난치, 응급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해 왔지만 서울대병원 특성상 현 상황이 장기화됐을 때는 진료 유지 중인 중증 환자들에게도 실제적인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여전히 위정자들은 환자와 국민의 안위에 관심이 없어 보이므로, 결국 모든 피해는 환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다.”라며, “우리가 전면 휴진을 중단하는 이유는 당장 지금 발생할 수 있는 환자의 피해를 그대로 둘 수 없어서이다. 무능한 불통 정부의 설익은 정책을 받아들여서가 아니다. 앞으로 닥칠 의료계와 교육계의 혼란과 붕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정부에 있다. 우리는 저항을 계속할 것이며, 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국민 건강권에 미치는 위협이 커진다면 다시 적극적인 행동을 결의할 것이다. 우리는 정책 수립 과정을 감시하고 비판과 대안의 목소리를 낼 것이며, 이를 위해 의료계 전체와도 연대해 나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휴진 검토에서 다른 방법 재논의로 전향 가능성 높아져
비대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을 발표했던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은 물론 7월 4일부터 휴진을 결의했던 서울아산병원도 재논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가톨릭의과대학 교수들도 무기한 휴진 여부보다 다른 투쟁방법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도 오는 25일 총회를 열고, 휴진 여부를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올특위 출범…6월 22일 첫회의 예고
이런 가운데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9일 의협 회관에서 제 5차 연석회의를 개최해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협 산하에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를 출범했다.
올특위 구성은 교수 대표/전공의 대표/시도의사회 대표로 총 3인 공동위원장 체제로 운영된다.
대한의사협회는 위원과 간사로 2인 참여한다.
교수 및 전공의는 각각 공동위원장 1인과 위원 3인이 참여하며 시도의사회는 공동위원장 1인과 위원 2인이 참여한다. 의대생 대표도 위원 1인으로 참여한다.
이에 특위 구성은 총 14인으로 운영되며 모든 의결은 만장일치로 결정한다.
공동위원장 3인은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 전공의 대표, 임정혁 대전시의사회장이다.
시도의사회 위원은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이승희 제주도의사회장, 교수와 전공의 위원은 각 단체 추천을 받아 구성한다.
올특위 첫 회의는 오는 6월 22일(토)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전국 대학병원 등 휴진 현황 및 계획 등을 취합하고, 향후 구체적인 투쟁 계획을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전공의 대표는 참석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정함에 따라 첫 회의가 원활이 진행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서울의대의 휴진 철회를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환영한다. 휴진을 예고한 다른 병원들도 집단휴진 결정을 철회해주시기를 바란다. 정부는 의료계와 형식, 의제의 구애 없이 언제든지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