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최근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으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사회적 혼란과 심리적 공포감 등을 느끼고 있다.
최근 사건들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제기되고 있지만, 정신질환자 입원제도 전반을 검토하고, 외래치료 지원제도를 개선하는 등 정신질환자 치료 실효성 제고를 위한 논의도 진행, 일부 개선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문학회들에서는 “가해자가 정신과 치료경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신질환을 범죄의 원인으로 쉽게 단정하거나, 강제치료만을 강화하는 불필요한 논쟁으로 이어져서도 안된다”라며, 구체적인 내용들도 제시했다.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 제도개선 방안 논의
보건복지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 TF를 구성해 제도개선 방안을 강구,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법무부는 ‘묻지마식 흉악범죄’ 등으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큰 일부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입원 및 격리 제도가 적법절차에 따라 실효성 있게 운용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협의해 법관의 결정으로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사법입원제’ 도입 추진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행 제도가 가족이나 의사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면이 있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견 등을 감안해,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예를 참고하여 추가적으로 ‘사법입원제’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다.
과거 ‘안인득 사건’ 등 정신질환자의 흉악범죄 사건 당시 같은 문제의식으로 ‘사법입원제’ 도입이 심도 깊게 논의되었던 적이 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중증정신질환 관련 범죄 관련 7가지 제안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오강섭)는 이번 사고 후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제도변화를 추진하기로 한 결정을 환영하면서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 있기를 요청했다.
이를 위하여 주요 내용 7가지도 제안했다.
▲시스템 개선, 누구나 적절한 치료와 도움받을 수 있는 사회 마련
끔찍한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당연하다. 그러나 중증 정신질환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질병이 있어도 조기에 치료받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 수 있는 의료-복지 시스템의 부족이 문제라는 관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계기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예방적 차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 발생 시 국민의 안전과 정신건강 보호
불특정 다수를 향한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많은 사람들이 불안과 공포를 느끼고 사회에 대한 안전감을 잃어버릴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도 지장을 받는 등 큰 스트레스를 겪게 된다.
이에 사람들의 안전을 확보함과 동시에 폭력 사건이 일반인의 마음에 미치는 영향과 마음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질환 이송제도 포함한 법과 제도 개선 필수
미국과 유럽은 물론 대만은 자타해우려가 있는 정신질환 발견 시 경찰과 소방에 의료기관까지의 이송책임을 부여하고 있다. 일본도 신고가 접수되면 지자체가 전문의를 집으로 보내고 공무원과 함께 방문하여 평가를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증 정신질환에 대한 민원이나 신고가 들어와도 경찰과 지자체에서 관련 전국 통계조차 집계하지 않는 등 병원전단계와 이송에 대한 적극적 관리가 미비한 실정이다.
이에 초기 현장 대응 인력에 적절한 권한을 부여하고 최소한 전문적 정신건강평가를 의무적으로 시행,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대면을 위해 경찰에 의한 병원이송 또는 찾아가는 평가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중증 정신질환 국가책임제 도입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대의원회를 통해 만장일치로 보호의무자 입원제도의 폐지와 사법입원 또는 정신건강심판원제도의 도입을 학회의 공식의견으로 채택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비자의 입원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호의무자 입원과 의무조항의 폐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해 충분한 준비를 통해 혼란 없이 시행하여 인권과 치료가 동시에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신응급과 급성기치료 필수의료로 지원, 지역사회 치료와 재활에 적극적 투자 필요
코로나 이후 정신병원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늘리는 등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국내 정신병원의 병상은 2017년 6만 7,000병상에서 2023년 5만 3,000병상으로 급감하여 1만 4,000병상이 사라졌다.
또한 급성기 정신질환을 담당하려는 병원의 수는 줄어들고 있어 그 피해가 환자와 가족 그리고 지역사회가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증 신체질환 치료와 비교해 차별적인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응급과 급성기치료에는 의료 서비스가 최우선이며, 퇴원 후에는 외래치료와 함께 체계적인 재활이 이루어져야 사회에 건강하게 적응할 수 있다.
퇴원 후 외래치료와 함께 지역사회의 사례관리, 의료기관의 외래기반 정신사회적 중재 및 사례관리, 낮병원, 정신재활시설, 주거시설, 동료지원 등의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에서 회복할 수 있는 체계로의 변환이 시급하다.
▲법정신의학 활성화, 치료감호 시스템 전면 재검토 필요
폭력 난동은 불안과 공포가 퍼지며 관심이 집중됨에 따라서 모방범죄의 확산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대한 적극적 사후예방을 위해서는 법정신의학과 치료감호시스템의 전면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폭력성이 높은 일부 중증 정신질환의 경우는 보건복지부나 의료시스템이 아니라 법무부가 관장하는 법정신의학 시스템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법정신의학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기 때문에 이에 투자하고 전문성을 강화해 정신건강에 대한 선량한 환자와 가족, 일반 국민을 보호할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정신질환 치료와 회복 위한 과감한 혁신 필요
해외에서는 조현병이 주로 발병하는 청소년과 청년 시기의 정신건강 관리를 위한 특별한 지원 체계를 만들어 시행하고 국내에서도 청년 정신건강 지원을 위한 체계를 신설하고 강화해야 한다.
조현병 조기/집중치료 센터를 설립, 운영하고 지원할 필요가 있다.
조현병의 의료사회경제적 질병부담은 매우 크지만, 국가의 재정지원은 매우 열악한 현실이 개선되어야 한다.
오강섭 이사장은 “조현병은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조기에 적절하게 치료받고 재활하며 유지할 때 충분히 회복 가능한 질병이다. 이제라도 우리 사회의 중증 정신질환 체계를 손볼 수 있는 골든타임이 완전히 지나지 않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 3가지 제안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학회가 제안하는 대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적극적인 범죄 피해자 회복지원 필요
특정 범죄사건에 노출되면, 이를 경험한 피해자들은 언제 다시 똑같은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등으로 일상생활 전반에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직·간접 피해자에 대한 심리적·사회적 회복지원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이후 일상생활 적응과 회복하는 단계까지 장기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2차 피해자들이 발생되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제도개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역사회기반의 적극적인 치료와 회복지원체계 재정비
국가차원에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기관에서 정신건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신건강전문인력을 확보하고, 이들이 자·타해 위험과 정신건강문제 스크리닝을 수행, 적극적인 정신건강 상담과 사례관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중심의 정신건강서비스 지원체계 강화 필요.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과 같은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정신질환으로 인해 고립되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하고 적절한 치료를 제공받고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집중적인 사례관리를 통해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의 복합적인 욕구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정신건강서비스가 필요하며, 이는 공공 영역의 서비스 제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정신건강서비스의 지원체계가 다양화되고 접근성이 높아질 때, 치료와 상담이 시의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을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정신질환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