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최근 6년간(2016~2021.9)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처방을 받은 횟수가 23만 3,040건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도용이 적발된 인원은 총 4,369명이며, 이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건보 도용 결정금액)는 51억 5,800만 원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병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을)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같이 조사됐다.
◆건보 재정 사각지대…누수 지적
이처럼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운용돼야 할 건보 재정이 법률과 제도의 허점의 사각지대를 틈타 줄줄 새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반면 도용 적발 인원 중 징역·벌금 등으로 처벌받은 인원은 950명에 불과했다.
건보공단 측은 “도용한 개인 그리고 도용당한 개인의 합의로 끝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적발 인원에 비해 처벌이 적은 것이다”고 설명했다.
◆도용 결정 건수 8,011건…누수액 환수율 낮아
같은 기간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경우도 상당했다. 도용 결정 건수가 8,011건, 도용이 적발된 인원은 875명이었다. 이로 인한 건보 재정 누수도 1억 8,100만 원 이었다.
반면 건보 도용으로 인한 누수액의 환수율은 낮았다. 건보공단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도용 결정금액 환수율은 2016년 57.1%, 2017년 55.7%, 2018년 54.8%, 2019년 54%, 2020년 72.4%, 2021년(8월까지) 58.9%로 평균 환수율이 약 58%였다. 평균 환수율이 91%에 달하는 건강보험증 양도·대여와는 대조적이다.
◆건보 부정사용 만연
요양기관 종류를 가리지 않고 건보 부정사용(명의 도용 및 건강보험증 대여 포함)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요양기관 종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건보 부정사용이 가장 많은 곳은 의원(일반의원·치과의원·한의원·보건소 등)으로, 도용 결정건수가 총 14만 3,294건(적발 인원 6,755명, 누수액 21억 5,500만 원)이었다. 다음은 약국으로 총 10만 5,164건(적발 인원 4,567명, 누수액 18억 4,600만 원)이었다.
약국 다음으로는 병원(일반병원·요양병원·치과병원·한방병원)이 총 9,167건(적발인원 1,203명, 누수액 6억 3,200만 원), 종합병원 총 6,721건(적발인원 807명, 누수액 11억 7,900만 원), 상급 종합병원 총 4,323(적발인원 289명, 누수액 8억 2,700만 원 ) 순이었다.
◆근본적인 원인…현행 법률 허점 때문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현행 법률의 허점에 있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제12조는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요양급여를 받고자 할 때, 건강보험증 혹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별도의 증명서를 요양기관에 제출하도록 한다.
그러나 현행법은 가입자와 피부양자가 요양기관에 신분증을 제출할 의무는 두면서도, 정작 요양기관이 이를 확인할 의무는 규정하지 않는다. 해당 조항이 유명무실한 유령조항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강병원 의원은 “타인의 건보 명의를 도용해 진료와 처방을 받는 것은 건보의 재정 누수를 불러온다는 점에서 문제가 크다. 또한 국민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개선이 절실하다. 현재는 건보 명의 도용이 신고나 제보, 수사기관 접수 등에만 의지하고 있어 한계가 큰 상황이다”며, “가장 근본적인 예방책은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을 개정해 요양기관이 요양급여를 받는 가입자·피부양자의 본연 여부를 확인하게 하는 의무를 두는 것이다. 부당이득 징수 강화도 필요하다. 관련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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