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한국유방암학회가 대한유방갑상선외과의사회와 공동으로 ‘유방병변의 진공보조절제술에 관한 한국형 임상적 합의 기반 진료권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국내 진료 환경과 국제적 근거를 종합해 진공보조절제술(VAE)을 어떤 환자, 어떤 상황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공통의 임상적 판단 기준을 제시한 것이 핵심이다.
◆VAE ‘단순 시술 아닌 통합 진료 과정’
VAE는 영상 유도 하에 진공보조 장치를 이용해 유방 병변을 최소침습적으로 제거하는 시술이다.
양성 및 일부 고위험 병변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지만, 병변 특성과 영상·병리 소견, 시술 환경과 시술자 숙련도에 따라 적절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학회 설명이다.
학회는 VAE를 단순한 술기가 아니라 유방영상 평가, 병리 진단, 영상-병리 일치성 판단과 임상적 의사결정이 통합된 진료 과정의 일부로 규정했다.
이번 권고안은 VAE 사용을 확대하거나 제한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술 전 진단부터 시술 후 추적관리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공통 기준을 마련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 핵심 권고 세 가지
권고안이 제시한 핵심은 세 가지다.
▲양성 병변은 모두 제거할 필요 없이 추적관찰이 원칙
조직검사에서 양성(B2)으로 확인되고 영상과 병리 결과가 일치하면 추적관찰을 권고하되, 통증이나 반복적 불편감, 촉지되는 종괴, 미용적 문제, 의미 있는 크기 증가가 있거나 환자가 충분한 설명 후 제거를 희망하는 경우 VAE를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VAE 시행 전에는 정확한 조직진단이 우선
원칙적으로 중심침생검(CNB) 또는 진공보조생검(VAB)으로 조직학적 진단을 먼저 확인한 뒤 VAE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선행 조직진단 없이 바로 시행하는 것은 일반적 진료 경로로 권고하지 않는다.
다만 영상학적으로 전형적인 양성 병변 등 제한적 상황에서는 예외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암이 의심되거나 확진된 병변에서 VAE가 표준 치료를 대신해서는 안돼
악성이 의심되는 B4 병변은 수술적 절제를 우선 고려하며, 관상피내암(DCIS)이나 침윤성 유방암에 해당하는 B5 병변에서도 VAE를 근치적 치료나 표준 수술의 대체 수단으로 일상 진료에서 사용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

◆B1~B5, 병리 분류 따라 접근법 차등
권고안은 영국 NHS Breast Screening Programme에서 표준화돼 유럽에서 널리 쓰이는 B classification(B1~B5) 체계를 기반으로 적용 기준을 세분화했다.
B1은 정상 조직이거나 검체가 불충분한 경우로, 영상-병리 일치 여부를 먼저 재평가한 뒤 불일치가 의심되면 추가 조직검사나 수술, 필요 시 VAE를 고려한다.
B2 양성 병변은 영상-병리가 일치하면 원칙적으로 추가 침습적 처치 없이 추적관찰한다.
다만 통증·불편감, 6개월 이내 최대 직경 약 20% 이상 증가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으면 환자와 상의 후 VAE를 선택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
권고안은 ‘20% 증가’가 VAE 시행을 결정하는 단독의 절대 기준이 아니라 여러 판단 요소 중 하나라고 명시했다.
B3 불확실 악성 잠재 병변은 병변 종류에 따라 악성 상향진단 위험이 달라, 획일적 접근이 아닌 개별화된 접근을 권고한다.
비정형이 없는 유두종, 편평상피 비정형(FEA), 비정형이 없는 radial scar 등은 영상-병리 일치성과 잔존 병변을 고려해 추적관찰 또는 VAE를 선택할 수 있다.
반면 비정형이 동반된 유두종이나 비정형관상세포증식증(ADH), 비정형이 동반된 radial scar 등은 수술적 절제를 우선 고려하고 VAE는 제한적으로만 적용한다.
Non-classic LCIS(Pleomorphic/Florid LCIS)는 악성 상향진단 위험이 높아 VAE가 비권고 대상으로 명시됐다.
B4·B5 병변에 대해서는 치료 목적의 VAE 사용을 권고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다만 적절한 연구 설계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은 연구 환경에서의 적용 가능성은 권고 범위와 별개로 열어뒀다.
◆선행 조직진단 없는 VAE, 6개 조건 모두 충족해야
권고안은 선행 조직진단 없이 VAE를 시행하는 것을 예외적 상황으로 한정했다.
△병변이 BI-RADS category 2 또는 3의 영상학적 전형적 양성 병변에 해당할 것 △병변의 크기·위치상 안전한 접근과 충분한 제거가 가능할 것 △통증·불편감·촉지 종괴·미용적 문제 등 임상적 필요성이 있을 것 △적절한 추적관찰이 어렵거나 환자의 명확한 선호가 확인될 것 △시술 전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얻을 것 △관련 내용을 의무기록에 충분히 문서화할 것 등 6개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단순한 불안감이나 편의, 검진 목적만으로 관행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권고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시술 안전성 제한사항과 시술 후 관리
권고안은 시술 안전성 측면에서 조절되지 않는 출혈성 질환이나 항응고 상태, 안전한 접근·충분한 제거가 어려운 병변 위치·크기, 응급 대응이 어려운 의료기관에서의 시행 등을 VAE 비권고 사유로 제시했다.
시술 후에는 병리 결과와 영상 소견을 종합해 영상-병리 일치성을 재평가하고, 출혈·혈종·감염·통증·반흔 등 합병증을 추적 관리하도록 했다.
한국유방암학회 관계자는 “VAE가 적절한 환자에서 유용한 치료 옵션이지만 모든 병변을 제거하기 위한 시술은 아니다”며, “이번 권고안의 핵심이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병변 특성에 따라 VAE를 선택적으로 활용하고 시술 전부터 사후 관리까지 환자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기관 규모나 진료 환경에 관계없이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을 중심으로 VAE를 판단할 수 있는 공통의 임상적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권고안은 치료·절제 목적의 VAE만을 대상으로 하며 진단 목적의 VAB 전반을 다루지는 않는다.
또한 전문가 합의에 기반한 임상 진료 참고 기준으로, 건강보험 급여·심사, 보험금 지급이나 의료분쟁의 법적 판단 기준으로 사용하기 위해 개발된 문서는 아니라는 점도 명시됐다.
개별 환자의 최종 치료 방침은 병변 특성과 환자 상태, 의료기관 환경, 최신 의학적 근거를 종합해 담당 의료진이 판단하도록 했다.
학회는 이번 권고안이 임상 현장에서 근거 중심의 일관된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실질적 지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