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한국 청소년의 피임 실태와 호르몬 피임 기피 현상에 대한 임상적 대응 전략이 제시됐다.
순천향대학교 의과대학 산부인과 이은실 교수는 지난 3월 15일 삼성서울병원에서 개최된 2026 대한피임·생식보건학회 춘계연수강좌에서 ‘청소년·젊은 여성의 피임 태도와 선택: 호르몬 피임 거부, 대안, 임상 접근’을 주제의 발표를 통해 이같은 내용들을 소개했다.

◆한국 청소년, 콘돔 편중·호르몬 피임 사용 극히 저조
이은실 교수는 2023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 청소년의 피임 실태를 분석했다.
전체 중·고등학생 52,880명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6.5%(3,349명)였다.
이들의 피임 방법은 콘돔이 63.3%로 압도적이었으며, 경구피임약은 3.2%, 질외사정은 8.5%에 불과했다. 자궁내장치(IUD) 사용은 0.3%로 거의 전무했다.
피임 실천 빈도에서도 “항상 피임한다”고 답한 비율은 47.2%에 그쳤고,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39.2%였다.
2018년과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를 비교하면 “항상 피임” 비율이 여성 45.8%에서 50.5%로, 남성 45.7%에서 50.6%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특히 피임 실천 여부에 따른 임신 경험률 차이가 뚜렷했다.
2018~2021년 통합 분석에서 “전혀 피임하지 않는” 청소년의 임신 경험률은 17.8%로, “항상 피임하는” 청소년(2.4%)의 약 7.4배에 달했다.
◆어린 나이 첫 성관계, 피임 시작까지 더 오래 걸려
이 교수는 한국 청소년의 피임 실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도 분석했다.
첫 성관계 시기가 늦을수록 피임 실천 교차비가 유의하게 높았다.
고등학교 시기에 첫 성관계를 한 경우 OR은 6.18(95% CI 2.99~12.77)이었지만, 초등학교 이하에서 시작한 경우를 기준으로 중학교 시기 시작은 OR 3.28(95% CI 1.74~6.19)로 낮아졌다.
음주 후 성관계 경험이 있는 경우 피임 실천 OR은 0.44(95% CI 0.29~0.68)로 유의하게 낮았다.
해외 연구에서도 12세 이하에 성관계를 시작한 청소년은 첫 성관계 달에 피임을 사용하는 비율이 52%에 불과했으며, 15세에 시작한 경우에는 성인 여성과 유사한 피임 사용 양상을 보였다.
이 교수는 “어린 나이에 성관계를 시작할수록 피임 사용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호르몬 피임 기피의 주요 원인
이 교수는 청소년과 젊은 여성이 호르몬 피임을 기피하는 주요 원인으로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 가임력에 대한 오해, 합성 호르몬에 대한 불신, 또래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잘못된 정보, 비밀 보장 우려, 의료 접근성 장벽을 제시했다.
부작용 우려와 관련해 미국 피임선택 프로젝트(CHOICE project) 데이터에 따르면 1,796명 중 55.1%가 체중 증가를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38.4%가 기분 변화를, 37.5%가 불규칙 출혈을 보고했다.
사용 중단 사유로는 체중 증가(40.9%), 기분 변화(26.8%), 불규칙 출혈(25.6%) 순이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이러한 우려 중 상당수가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체중 증가에 대해서는 청소년 대상 연구에서 경구피임약 사용군의 체중 증가가 비사용군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으며, 주사형 피임제(DMPA)만이 비만 청소년에서 현저한 체중 증가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프로게스틴 단독 피임법의 6~12개월 사용 시 평균 체중 변화가 2kg 미만이었다.
기분 변화에 대해서는 덴마크 전국 처방 등록 연구에서 호르몬 피임제 사용이 항우울제 첫 사용과 연관됐다는 결과를 소개하면서도, 다른 연구들에서는 호르몬 피임이 정신건강에 전반적으로 안전하며, 월경전불쾌감장애(PMDD) 등 특정 질환에서는 오히려 증상을 개선한다는 상반된 결과도 있다고 균형 있게 제시했다.
가임력에 대한 오해에 대해서는 체계적 문헌고찰 결과를 인용해 “피임 사용은 기간이나 종류에 관계없이 중단 후 여성의 임신 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가임력 회복을 유의하게 지연시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LARC, 높은 지속률과 낮은 실패율로 청소년에 적합
이 교수는 장기작용가역피임법(LARC)의 우수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도 제시했다.
미국 피임선택 프로젝트에서 14~17세 청소년 중 접근 장벽(비용·의료진)을 제거했을 때 69%가 LARC를 선택했으며, 이 중 63%가 임플란트를, 37%가 IUD를 택했다.
3년간 피임 지속률은 LARC군 67.2%, 비LARC군(경구피임약·패치·링·주사제) 31.0%로 2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피임 중단 사유에서도 LARC군은 출혈 변화와 부작용이 주요 원인이었던 반면, 비LARC군에서는 시간 관리의 어려움, 복용 기억 등 ‘물류적 요인(logistics)’이 경구피임약 42.5%, 패치 16.9%, 링 23.7%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ACOG 권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부터 상담
이 교수는 미국산부인과학회(ACOG) 권고를 소개하며 청소년 피임 상담의 원칙을 제시했다.
ACOG는 환자의 나이나 성 경험 여부와 관계없이 정기적으로 피임에 대한 필요, 기대, 우려 사항을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LARC가 단기 피임법보다 효과가 높고 지속 사용률과 만족도가 높아 청소년에게 우수한 선택지가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의료인이 부모의 입장이 아닌 전문가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호르몬 피임의 장단점과 흔히 알려진 오해에 대해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LARC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청소년에서 호르몬 피임법을 사용할 경우 정신건강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첫 성관계 나이를 늦추기 위한 포괄적 성교육(holistic sexual education)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청소년 피임 접근 장벽으로는 성적 활동에 대한 수치감, 비우호적인 의료 서비스 태도, 숙련된 상담 인력 부족, 성·생식건강 교육 부재, 피임 방법에 대한 오해 등이 지적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