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벨마비 진단을 받고도 회복이 더딘 안면마비 환자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종양이 원인일 수 있다”
대한안면신경학회(회장 이종대, 순천향대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지난 7일 ‘안면신경의 날’을 맞아 순천향대서울병원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안면마비, 항상 벨마비는 아니다
안면마비 환자의 절반 이상은 벨마비에 해당하며, 전체 말초성 안면마비의 약 60~75%를 차지한다.
▲3분의 1, 초기에 벨마비로 오진
약 70%는 자연 회복되고 적절한 스테로이드 치료를 병행하면 회복률은 90% 가까이 올라간다. 그러나 외상, 람세이헌트 증후군, 중이염, 종양 등이 나머지 약 30%의 원인이 된다.
특히 종양에 의한 안면마비는 전체 안면마비의 약 5~7%로 보고된다.
안면신경 재건 전문 클리닉에 의뢰된 환자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벨마비로 진단됐던 환자 중 14.3%에서 잠복 종양이 확인되기도 했다.
안면신경초종 환자의 약 3분의 1은 초기에 벨마비로 오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종양이 안면마비를 일으키나?
안면신경은 뇌간에서 시작해 측두골 안의 좁고 긴 골관을 지나 얼굴로 빠져나오는 경로를 가지며, 이 경로 어디에서든 종양이 신경을 직접 침범하거나 압박할 수 있다.
전정신경초종은 청력저하·이명·어지럼증을 동반하고, 안면신경초종은 서서히 진행하는 마비와 안면 떨림을 특징으로 한다.
진주종은 만성 이루와 청력저하를, 이하선 종양은 귀 앞 종괴 촉지를 동반한다.
국내 한 단일기관이 1990~2008년 측두골 내 안면마비 종양 36례를 분석한 결과, 진주종이 23명(64%)으로 가장 많았고 안면신경초종 7명(19%), 전정신경초종 6명(17%) 순이었다.
◆“치료 후 회복 더디면 다시 의심해야”
대한안면신경학회 조영상(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홍보이사는 “외래에서 만나는 안면마비 환자의 다수는 벨마비가 맞지만, 치료를 받았는데 회복이 더디다는 이유로 다시 찾아오는 환자 중 일부에서 종양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안면신경초종이나 전정신경초종처럼 측두골 안에 숨어 자라는 종양은 영상검사 없이는 발견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 이사는 “현재 외래 안면마비 환자 중 종양 의심으로 MRI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10명 중 1~2명에 불과하지만, 이 검사가 결과적으로 환자의 평생 안면 기능을 좌우한다”고 강조했다.

◆진단의 핵심은 ‘조영증강 MRI’
벨마비 진단은 본질적으로 다른 원인을 배제한 후에 내리는 진단이다.
그러나 응급실이나 일차 진료에서는 시간과 비용 문제로 영상검사 없이 임상적으로 진단되고 곧바로 치료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90% 이상의 환자에서는 합리적 접근이지만, 나머지 5~10%에서는 결정적인 진단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 다기관 후향연구는 안면마비 환자 509명을 분석한 결과, 조영증강 MRI가 신경 종양 발견에 88%의 민감도를 보였다고 보고했다.
조 이사는 “캐나다의 한 대형 안면신경 클리닉 분석을 인용해, 벨마비로 진단됐다가 결국 종양으로 밝혀진 환자들의 평균 진단 지연 시간이 43.5개월이었다”며, “이 기간 동안 종양은 자라고 안면신경은 계속 손상되며, 이후 종양을 제거해도 신경 기능을 되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종양 확인 시 : 수술과 신경 재건
안면신경에 종양이 확인되면 치료는 종류·크기·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작고 증상이 미미한 전정신경초종은 관찰 또는 감마나이프 방사선수술이 우선 고려된다.
안면신경초종처럼 신경 자체에 자라는 종양은 신경을 살리는 부분 절제나 종양 절제 후 신경 재건술이 표준이 되고 있다. 다만 어떤 수술로도 완전히 절단된 안면신경 기능을 온전히 회복시키지는 못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조 이사는 “한 달 이상 호전이 없거나 서서히 진행하거나 반복되거나 난청·어지럼증을 동반하는 안면마비라면 반드시 이비인후과 또는 안면신경 전문의에게 영상검사를 받아야 한다”며, “종양이라도 조기에 발견하면 안면신경 기능을 보존하면서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한안면신경학회는 회원 의료진과 시민을 대상으로 비전형적 안면마비 체크리스트 배포 등 후속 홍보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벨마비 진단을 받았어도 회복이 더디다면 한 번 더 의심하라’는 것이 이번 캠페인의 핵심 메시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