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항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둘러싼 효과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기진단·치료의 중요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갈수록 쌓이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정책 기반은 여전히 미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실한 연구가 진단·치료 시점 늦추면 그 책임은 누가 지나”
레카네맙 3상 임상시험 CLARITY-AD의 3년 공개라벨연장 연구는 치료 시작 시점이 곧 치료 효과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아밀로이드가 비교적 적게 축적된 초기 환자 436명 중 79%가 36개월간 인지 기능을 유지하거나 개선한 반면, 18개월 뒤늦게 치료를 시작한 지연치료군은 조기치료군의 수준을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고대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대한치매학회 전략연구이사)교수는 “적절한 환자를 선별해 레카네맙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분명한 의미가 있다”며 “이 치료는 기억력을 되돌리는 약이라기보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빠지는 속도를 늦춰 환자와 가족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치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리 변화가 아직 많이 진행되지 않은 초기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가장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진단과 조기치료”라며, “해석에 논란이 있는 분석에 기반해 항아밀로이드 치료의 효과를 단정적으로 부정하는 해석이 퍼지면, 환자들의 진단과 치료 시점을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누가 책임질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연간 치료비 약 3,800만 원…전액 환자 부담
조기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비용 장벽은 여전히 높다.
레카네맙은 현재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약제비와 모니터링 비용을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약제비는 체중에 따라 투여 용량이 달라지지만, 1회 투여 비용이 일반적으로 80만~130만 원 수준이다.
격주 투여 기준으로 1년 6개월간 치료할 경우 약제비만 약 3,600만 원이 소요된다.
여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 권고에 따라 투여 기간 중 총 6회 이상 시행해야 하는 비급여 뇌 MRI 비용(1회당 약 30만 원 기준 약 200만 원)까지 더하면, 환자 1인당 연간 치료비는 약 3,800만 원이다.
묵인희 서울대 의대 교수도 “치료 전후에 필요한 반복적인 MRI 모니터링과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개인뿐 아니라 국가 건강보험 체계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여 기관 수도권 편중…지역 환자 접근성 격차 심화
치료 접근성의 지역 격차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 국내에서 레카네맙 투여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약 70곳으로, 이 중 약 60%(약 40곳)가 서울·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경상도(부산·대구 포함)에 15~20곳이 있으며, 그 외 지역은 투여 기관이 더욱 제한적인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한국에서 알츠하이머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지방 거주 환자들은 격주 투여를 위해 장거리를 반복 이동해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된다.
고가 신약의 도입이 오히려 의료 형평성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30분 이상 면담해도 보상 전무”…상담수가 신설 필요성 대두
현장 의료진의 부담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강 교수는 “레카네맙 치료는 의사가 단독으로 결정하는 치료가 아니라 환자 및 보호자와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이 핵심인 치료”라고 설명했다.
치료 전 기대할 수 있는 효과와 기대할 수 없는 효과, 부작용 가능성, 증상 변화를 관찰하는 방법 등에 대해 환자·보호자 1인당 30분 이상 면담을 진행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혀 없는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형태의 치료를 유지하려면 ‘알츠하이머병 신약치료에 대한 교육 및 치매·인지장애에 대한 상담수가’ 신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코크란 리뷰 논쟁으로 자극적이고 단정적인 해석이 확산될 경우 “현장에서는 추가 설명과 설득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도 호소했다.
◆“통계적 수치 매몰 말고, 비용 대비 효과성 정밀 검토해야”
전문가들은 고가 신약 도입 정책에서 ‘통계적 수치상의 개선’에 매몰되지 않으면서도, 제한된 분석 결과만으로 치료 자체를 부정하는 극단적 해석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APOE ε4 유전자 보유 여부에 따른 ARIA 위험도 차이, 초기 환자 선별 기준, MRI 모니터링 체계 등 비용 대비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을 보다 정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항아밀로이드 치료는 만능 치료도 아니고,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결과를 보장하는 치료도 아니다”면서도 “실제 임상 경험과 누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평가가 이뤄져야 하며, 무엇보다 환자와 보호자가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를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