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대한뇌졸중학회(회장 차재관)가 지난 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국회 소병훈(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위원장과 ‘초고령화 사회에서 급성 뇌졸중 치료환경 혁신 및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열고, 응급신경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정책 방안을 논의했다.
◆초고령사회, 뇌졸중 환자 급증 전망
현재 국내 뇌졸중 환자는 연간 약 11만~15만 명 수준이지만,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향후 3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뇌졸중은 치료까지 걸리는 시간이 환자의 생존과 장애 여부를 결정하는 대표적 필수중증응급질환이다.
특히 뇌경색의 경우 뇌혈관이 막힌 이후 1분마다 약 200만 개의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병원 전 단계부터 응급실·치료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신속한 대응이 필수적이다.

◆구조적 한계로 골든타임 소실 반복
그러나 현재 국내 뇌졸중 치료체계는 지역 간 의료격차, 응급실 미수용 현상, 전문 인력 부족 등으로 골든타임 내 치료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중증 응급환자가 여러 병원에서 수용을 거부당하거나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병상 부족이 아닌 구조적 의료체계 문제로 지적된다.
응급실 미수용의 주요 원인으로는 응급의학과와 배후 전문진료과 간 소통 부족, 뇌졸중 등 필수중증응급질환 담당 전문의의 응급실 부재, 배후진료과 인력 배치가 의무가 아닌 현행 제도의 한계 등이 꼽힌다.
임상 현장에서는 119 단계에서 치료 가능 병원을 찾지 못하는 경우, 배후진료과는 치료 가능하지만 응급실 수용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 응급실에서 뇌졸중이 조기 인지되지 못하거나 전문의 부재로 치료가 지연되는 경우 등 다양한 경로로 골든타임이 소실되고 있다.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체계 구축 강조
이경복 대한뇌졸중학회 부이사장은 이 같은 문제 해결의 핵심 방안으로 응급실 내 신경계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 전문의 상주 체계 구축을 강조했다.
이경복 부이사장은 “응급실 단계에서부터 전문적인 판단이 동시에 이뤄져야 환자 분류, 병원 선정, 치료 결정이 지연 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배후진료과 전문의가 응급실에서 119와 실시간으로 연계되고, 병원 간 협력이 이뤄지는 구조를 갖춘다면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체계는 단순한 인력 보강을 넘어 중증응급환자의 감별진단, 신속한 치료 결정, 병원 간 전원 조율 등 응급의료 전 과정의 효율성을 높여 골든타임 확보에 직접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후진료 법제화 법안 발의, 제도적 전환점 기대
학회는 최근 국회에 발의된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한지아 의원 대표발의)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법안은 응급의료기관 내 중증응급환자의 근본적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진료’ 개념을 법에 신설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배후진료에 필요한 시설·장비·인력 확보와 운영을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의 업무 범위에 배후진료를 명시해, 응급실에서 응급의학과와 신경과·심장내과 등 배후진료과가 함께 중증응급환자를 책임지는 체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려는 취지다.
◆KTAS 중증도 분류, 현장 현실 반영 못해
고상배 대한뇌졸중학회 정책이사는 “뇌졸중 환자의 중증도 분류 체계가 현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급대 단계에서 사용하는 pre-KTAS는 24시간 이내 뇌졸중을 긴급 환자로 분류하도록 개선됐지만, 응급실에서 적용되는 KTAS 본체는 관련 법·제도와 시행규칙 개정이 뒤따르지 않아 과거 기준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고 교수는 국내 병원 조사에서 전체 뇌졸중 환자의 약 65%가 KTAS 3단계(응급)로 분류되고, 초급성 환자 일부만이 KTAS 2단계(긴급)로 인정되는 등 임상적 긴급성과 행정적 분류 사이에 큰 괴리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병원 전 단계에서 이미 개선된 pre-KTAS와 응급실 KTAS, 그리고 실제 치료 의료진의 평가 사이의 기준을 일치시키기 위해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과 세부 중증도 분류 기준의 정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주기적 관리 시스템·전문 인력 확충 필요
하삼열 대한뇌졸중학회 보험이사는 뇌졸중 환자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119 단계부터 응급실, 치료까지 이어지는 전주기적 관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아울러 증가하는 환자 수에 대응하기 위해 신경과 전공의 확충 등 전문 인력 확보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됐다.

◆정부·국회, 제도 개선 의지
종합토론에는 홍근식 이사장을 비롯해 의료계, 언론, 보건복지부 송영진 응급의료과장이 참여해 정책적 지원과 제도 개선 방향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초고령화로 급증이 예상되는 뇌졸중 환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응급신경학을 포함한 전문 인력 기반의 지역 네트워크 구축과 국가 차원의 전략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데 공감했다.
송영진 과장은 “현재 응급의료체계 및 심뇌혈관질환 치료 체계 문제점은 인식하고 있다. KTAS 개정 필요성에 대한 부분도 정부에서 인식하고 향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해 보겠다”고 밝혔다.
소병훈 의원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 질환에 대한 대응이 국가적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골든타임 확보를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 간담회에서 논의된 현장의 의견이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차재관 회장은 “뇌졸중은 시간과의 싸움이며, 골든타임 내 치료 여부가 환자의 삶을 결정한다”며 “초고령화 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응급의료체계 전반을 재정비하고, 전국 어디서나 신속한 뇌졸중 치료가 가능하도록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근식 이사장은 “응급신경학 전문의를 포함한 배후진료과의 응급실 상주와 중증도 분류 체계 개선, 배후진료를 뒷받침하는 법·제도 정비가 이뤄진다면 뇌졸중 치료의 지역 격차를 줄이고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대한뇌졸중학회는 정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력해 지속 가능한 뇌졸중 치료 안전망 구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