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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선근증 치료제 급여 사각지대…“같은 약인데 진단명 다르다고 보험 차별” 자궁내막증엔 급여, 선근증엔 비급여…동일 약물 처방에 형평성 논란 2026-04-09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가임기 여성의 삶의 질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자궁선근증에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들이 보험 급여를 받지 못하면서 환자들이 치료비 전액을 부담해야 하는 현실이 확인됐다. 

대한자궁내막증학회는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관련 당국에 급여 기준 재검토를 촉구했다.


◆자궁내막증 치료제, 선근증에도 효과…근거 잇따라

자궁선근증은 자궁 근육층에 자궁내막 조직이 침투해 자라는 질환으로, 극심한 월경통·과다출혈·만성 골반통을 일으킨다. 유병률은 전체 여성의 20~35%에 달하며, 자궁내막증과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두 질환은 에스트로겐 의존적 병태생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자궁내막증 허가 약물이 자궁선근증에도 유사한 치료 효과를 낸다는 임상 근거가 꾸준히 축적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디에노게스트(dienogest)다. 자궁선근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메타분석에서 디에노게스트는 VAS(시각적 통증 척도) 점수를 10점 만점 기준 평균 6점 감소시켰으며, 125명을 대상으로 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서도 6개월 복용 후 월경통과 과다월경 증상이 유의미하게 호전됐다.

LNG-IUS(레보노르게스트렐 자궁 내 장치)의 근거도 강력하다. 

10개 전향적 연구, 총 551명을 분석한 메타분석에서 LNG-IUS는 12개월, 24개월, 36개월 모든 시점에서 통증 점수를 유의미하게 낮췄다. 자궁 용적 감소와 혈색소 수치 개선 등 객관적 지표도 함께 호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최신 근거는 경구용 GnRH 길항제에서 나왔다. 

릴루골릭스(relugolix) 병용요법의 대규모 3상 임상시험(LIBERTY 연구) 하위분석에서 자궁선근증 동반 환자 111명 중 릴루골릭스 병용군의 치료 반응률은 83.8%로 위약군(27.6%)을 압도했다. 

자궁 용적도 릴루골릭스군이 22.2% 감소한 반면 위약군은 5.8%에 그쳤으며, 이 결과는 지난해 ‘Fertility & Sterility’에 게재됐다.

◆학회, 2018년부터 임상 진단 기반 처방 권고…가이드라인도 두 차례 개정

대한자궁내막증학회는 2018년 가이드라인을 처음 발표하면서 영상 검사와 임상 증상만으로 호르몬 제제 처방을 시작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공식화했다. 

이 원칙은 자궁선근증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며, 자궁선근증은 초음파와 MRI로 임상 진단이 가능한 데다 자궁내막증과 병태생리적 기반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후 학회는 2022년 ESHRE(유럽생식의학회) 지침 개정에 맞춰 치료 알고리즘을 대폭 업데이트했다. 복강경 대신 영상 검사를 우선 시행하고, 악성 종양 가능성이나 장·요로 폐색 등 특수 상황이 아닌 한 약물치료를 먼저 시행하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2024년에는 디에노게스트의 장기 안전성 데이터(최대 7년 추적)를 반영해 진료지침을 재개정하고, 바이엘코리아와 공동으로 통증 문진표도 개발해 공개했다.

김성훈(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 대한자궁내막증학회 회장은 “자궁선근증과 자궁내막증은 병태생리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된 질환이며, 국내외 여러 임상 연구를 통해 자궁내막증 치료제가 자궁선근증에서도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며, “학회 가이드라인에서도 임상적 진단에 기반한 약물 처방을 권고하고 있는 만큼,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보험 급여 적용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여 장벽이 만드는 의료 불평등

현재 국내에서 디에노게스트는 자궁내막증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그러나 동일한 약물을 자궁선근증에 처방하면 비급여로 분류돼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두 질환이 함께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현실에서 자궁내막증 진단이 있으면 급여가 적용되고 자궁선근증만 있으면 같은 약을 써도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은 명백한 형평성 문제라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자궁선근증은 폐경 전까지 증상이 지속되는 만성질환으로, 효과가 입증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특성상 비급여 부담이 누적된다.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가능성도 높아 지속적 관리가 필수적임에도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이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보험 급여 결정의 핵심 요건인 '안전성·유효성·경제성'을 해당 약물들이 이미 충족하고 있다고 본다. 

국내외 메타분석과 RCT(무작위 대조시험)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이 반복 검증됐고, 대형 학술지에 근거가 공개돼 있어 급여 확대 결정을 위한 과학적 기반은 이미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치료 패러다임도 ‘수술 우선’에서 ‘약물 우선’으로

자궁내막증 치료 패러다임 자체도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김성훈 회장은 “과거에는 수술을 통해 자궁내막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었지만, 최근 10여 년 전부터는 수술 없이 영상의학적 진단으로 확인된 경우에도 약물치료를 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제시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궁내막증은 전형적인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어떤 일회의 치료로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떠한 치료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통증 해소와 가임력 증진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전 생애에 걸친 장기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자궁내막증은 월경통, 성교통, 만성골반통과 난임을 유발하여 여성의 삶의 질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진행성 질환이다. 

1860년 최초로 증례보고 된 이후 많은 연구와 임상 경험이 축적되었지만 아직 확실한 병인 기전은 밝혀지지 않은 상태이다. 

이로 인해 자궁내막증의 초기 진단과 특이적 치료제 개발은 아직 미해결 과제로 남아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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