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에 대한 담배 제조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 제기한 담배소송과 관련해 지난 2월 4일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이번 상고는 흡연과 질병 간 인과관계 판단, 담배 제조사의 제조물 책임 및 불법행위 책임, 공적 보험자의 비용 부담 구조 등 주요 쟁점에 대해 항소심 판결의 법리적 오류를 바로잡고 최고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항소심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공단은 항소심 판결이 1960~70년대 당시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에 널리 알려졌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판단을 전개했지만, 이는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해당 시기의 과학적 정보 접근성, 담배회사의 정보 은폐 및 축소 관행, 국가 차원의 규제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잘못된 전제하에 이루어진 책임 판단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은 폐암과 후두암 등 흡연과의 관련성이 높은 암종을 대상으로, 흡연으로 인해 발생한 진료비 부담을 담배 제조사에게 묻는 소송이다.
이는 단순한 개별 분쟁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 보호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공적 의미를 지닌 사안이다.
◆150만 국민과 76개 의학회가 지지
소송 과정에서 담배소송지지 서명 캠페인에는 150만 명의 국민이 참여했으며, 대한가정의학회를 비롯한 76개 국내 전문의학회 및 보건의료학회, 의약학 단체가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대한민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와 세종시의회 등 86개 지방의회가 결의안 채택과 성명서 제출을 통해 공단의 소송을 지지한 바 있다.
공단은 담배회사가 단순한 기호품 판매자가 아닌, 유해물질을 제조 및 판매한 주체로서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상고심에서 명확히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흡연과 폐암 사이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입증된 만큼, 이에 대한 법적 판단이 보다 분명하게 정리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해성 인지하고도 충분히 알리지 않아
담배회사가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충분히 알리지 않았던 점 역시 핵심 쟁점이다.
공단은 이러한 점들이 단순한 설명 부족이 아니라, 제품이 유해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소비자에게 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책임의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인식과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 법원으로서 대법원의 판단이 요구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사건은 사회적 파급력과 공공성이 큰 사안으로, 전원합의체 논의를 통해 종합적이고 정책적 관점에서의 검토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공개변론을 통해 쟁점을 투명하게 제시함으로써, 대법원의 판단과 논의 과정이 국민에게 충분히 공개될 필요성이 제기된다.
◆“승패 넘어 책임 배분 기준 묻는 과정”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이번 상고는 승패를 넘어, 흡연으로 인한 건강피해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인식하고 책임을 배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을 묻는 과정”이라며, “대법원이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파급력이 큰 이 사안에 대해 책임 있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공단은 향후 상고이유서 제출 등 상고심 절차에 성실히 임하는 한편,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논의가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의학계 “중독 인정하면서 자기결정권 강조는 모순”
이런 가운데 의학계에서는 최근 항소심 판결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실제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는 흡연이 단순한 생활습관이 아니라 의학적으로 명확히 규정된 중독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니코틴은 강한 의존성을 유발하며, 특히 청소년기 흡연은 평생 흡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현저히 높다는 것이다.
학회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흡연은 폐암 발생 위험을 수 배 이상 증가시키는 가장 강력하고 일관되게 입증된 위험요인이며, 이는 임상 진료와 공중보건 정책의 기본 전제라는 설명이다.
유광하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장은 “법원이 개별 환자에게서 흡연이 폐암의 직접적이고 유일한 원인임을 증명할 것을 요구한 것은, 현대의학이 채택하고 있는 확률적이고 역학적인 인과성 개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학회는 사법 판단이 과학적 근거와 공중보건의 현실을 보다 충실히 반영하기를 촉구하면서, 담배는 중독물질이며 폐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은 더 이상 논쟁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