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감사원이 지난 정부의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결정 과정에서 논리적 정합성 부족과 절차적 정당성 미흡 문제를 지적하고, 대학별 정원 배정 과정에서도 일관되지 않은 기준 적용으로 타당성과 형평성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의사협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감사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정부의 책임 인정과 의정협의체 개선, 책임자 문책 등을 강력히 촉구했다.

◆의사 부족 추계의 신뢰성 문제
감사원은 11월 20일 발표한 의대정원 증원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보고서에서 보건복지부가 증원 규모 결정의 근거로 활용한 2035년 부족 의사 수 약 1만 5,000명 추계의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건복지부는 2023년 6월과 10월 두 차례 대통령에게 증원 규모안을 보고하고, 같은 해 10월부터 12월까지 부족 의사 수를 추계한 뒤 12월 다시 증원 규모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후 2024년 2월 6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 2천 명 일괄 증원안을 상정하여 원안 가결시키고 같은 날 의사인력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대한의사협회와의 협의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 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현장의 목소리를 실질적으로 반영하는 절차가 부재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향후 정책 추진 시 부족 의사 수 추계의 문제점 분석 결과를 참고하고 실질적인 의견수렴과 심의를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대학별 정원 배정의 형평성 논란
의대 정원 대학별 배정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의대 정원 배정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교육여건 평가역량 고려가 미흡했고, 현장점검을 하지 않고 배정기준을 일관되지 않게 적용하여 정원 배정의 타당성과 형평성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한 정원 배정에서 대학별 학생 수용 역량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일관성 없는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배정 기준은 지역, 대학 유형, 필수의료센터 지정 여부 등에 따라 달랐지만, 동일한 조건의 대학들 사이에서도 배정 규모에 차이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일부 대학은 신청 인원을 그대로 배정받은 반면, 다른 대학은 지역 인구 규모나 실습여건 점수 등을 이유로 감소 조정을 받았다.
◆의협, 정부 책임 인정과 의정협의체 개선 촉구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감사원이 지적한 모든 절차적 문제점을 인정하고, 앞으로 의료 현안에 대한 어떠한 중대 정책도 의료계를 포함하여 충분한 협의 및 논의 과정을 거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현재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의정협의체를 점검하고 개선하여 의료계와 보다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협은 “의대정원 증원정책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현재 운영 중인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역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며, “해당 위원회에 참여하여 합리적 결과 도출에 노력하고 있으나, 여전히 전문가 의견 반영이 미흡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리하게 강행한 의대정원 확대의 후유증으로 의대생과 전공의에 대한 의학교육의 혼란을 이제서야 바로잡아가는 과정에 있다고 지적했다.
급격히 불안해진 의료체계의 질서와 정상화를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각자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잘못된 정책의 대가와 폐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한번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정책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제도 설계와 정책적 타당성을 확보하여, 나아가 의료계와 협력하여 무너진 의료체계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보건의료전문가단체로서 우리나라 의료의 올바른 방향을 위해 협력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함께 밝혔다.
특히 의협은 2년 동안 국가적 혼란을 야기한 책임자들에 대한 분명한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전공의들의 수련 포기, 교육 인프라 부족 심각
대한전공의협의회는 11월 27일 입장문을 통해 감사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절차 개선을 넘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대전협은 “증원과 함께 약속했던 강의실과 실습실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선발된 학생들은 공간이 부족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처지이며, 앞으로 6년간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이 이어질 것도 우려했다.
대전협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전공의들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절망하여 수련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감사에서 밝혀진 대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절차가 부재했고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심의의 절차적 정당성마저 확보되지 못했다는 점이 사태의 핵심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바로잡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는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과대학 학생들이 적절한 환경에서 충분한 교육을 받고 역량 있는 의사로 성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을 받고 졸업 후 적절한 수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 부처의 책임 있는 조치도 강력히 요구했다.
대전협은 “지난 계엄으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전국 각지의 1만 명이 넘는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 일선에서 눈앞의 생명을 지키고 있다”며,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전망과 과제
감사원의 이번 지적으로 2027학년도 이후 의대 정원에 적용될 수급추계를 실시할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2025년 8월부터 운영 중인 이 위원회는 보건의료기본법 개정에 따라 설치됐으며, 이전 정부의 증원 결정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보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개선하고, 실질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마련하며, 교육 인프라 확충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의정협의체의 실질적 개선과 전문가 의견 반영 확대, 책임자에 대한 법적 조치 등을 통해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