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의료계와 보험업계가 실손보험 입원 적정성 판별 기준을 둘러싼 갈등 해소를 위해 자체 분쟁 조정 시스템이 구축됐다.
대한신경외과의사회(회장 고도일)는 지난 26일 세종대 광개토관에서 개최한 제40차 추계학술대회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의협 중심 입원 적정성 평가 시스템 가동
그간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입원 치료 불인정 문제를 두고 ‘의학적 판단’과 ‘과잉 진료’ 논리로 첨예하게 대립해왔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법적 분쟁이 잦았고,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불편도 많았다.
고도일 회장은 “의협 산하에 ‘(가칭)실손보험 입원적정성TF’를 설치하고 입원 적정성 민원을 통합적으로 다룰 계획”이라며 “전문 학회가 사례별로 입원 치료 필요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보험업계와 소통하며 갈등 해소 방안을 모색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비용 효율적 논리로 접근하다 보니 형평성에 맞지 않고 갈등이 많았다”며 “의학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에서 입원 적정성 문제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전문학회-보험사간 소통의 결과
새로운 시스템은 대한신경외과의사회와 대한신경외과학회가 삼성생명 등 보험사와 직접 소통한 결과다.
의협이 관련 민원을 접수해 각 전문 학회에 보내면, 학회가 입원 적정성 여부를 검토한다. 학회가 회신한 평가 결과는 보험사에 공유된다.
고 회장은 “신경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 각 과 교수가 입원 치료 필요성을 판단해 이사장(회장) 명의로 회신하면 의사와 보험사 모두 결과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의료기관과 보험사, 환자 모두 상생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보험업계가 문제 삼던 ‘도덕적 해이’ 문제도 자체 정화가 가능해진다”며 “실제 문제 사례는 의료계가 감싸지 않겠다는 의미도 있다. 입원 적정성 분야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갖추게 되므로 피해 의료기관과 환자를 도울 수 있고, 보험사도 실질적인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규열 총무위원장은 “입원 적정성은 보험사와 의료기관 간 가장 논쟁이 많은 주제”라며 “질환의 종류만을 보는 보험사 기준과 환자 통증 및 증상을 우선하는 의료진 판단 사이에 괴리가 컸다. 이번 시스템은 합리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제도의 남용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도수 치료 등 비급여 항목으로 확대 가능
고 회장은 “우선 입원 문제부터 시작하지만, 이 시스템이 잘 정착되면 도수 치료 같은 다른 비급여 항목이나 내과계 질환으로 확장도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번 시스템은 개별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사를 직접 상대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협회가 공식 채널을 통해 해결하는 ‘객관화’가 핵심이다.
학회가 동료 의사의 행위를 직접 판단한다는 점에서 기존 행정 규제보다 훨씬 강력한 자정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주 72시간 근무 제한, 전공의 수련 부실화 우려
이날 간담회에서는 전공의 수련 부실 문제도 제기됐다.
수련 환경 개선을 목표로 주당 72시간 근무가 정착됐지만, 술기 실습이 강조되는 외과계에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고 회장은 “신경외과 레지던트가 주 72시간에서는 본래 2년 차에 배우던 술기를 4년 차가 돼도 하지 못할 수도 있다”며 “전공의 수련 시간이 부족해지면 펠로우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결국 외과계 지원율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를 보였다.
진료지원인력(PA) 확대가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제시했다.
고 회장은 “현재 PA 업무 분담이 원활하다고 해서 계속 이런 방식을 유지하면 또 새로운 문제가 발생한다”며 “레지던트 선발 인원 자체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와 달리 정부가 수련 비용을 지원하지 않으니 수련병원 입장에서 부담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장에서는 맹장 수술도 못하는 외과계 전문의가 나오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하고 있다”며 “한국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술 선진국인데 이대로면 10년 이상 뒤처질지도 모른다. 전공의 수련 제도에 대한 국민적인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RI 병상 규제, 지역 의료 접근성 저하
신경외과의사회는 신경외과 병원급 기관이 겪는 ‘MRI 병상 수 규제’ 문제도 지적했다.
현행 규정상 병원급 의료기관이 MRI를 설치·운영하려면 200병상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고 회장은 “실제 한 병원은 130병상인데, MRI 운영을 위해 70병상을 다른 병원에서 빌려와 기준을 맞추고 있다. 문제는 이 병원이 없어지면 그 순간 MRI를 찍지 못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상을 빌려오기 위해 병상당 연 300만 원씩, 연간 9000만 원을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복지부는 ‘구할 수 없다는 증명만 하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병상 구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의료현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규제가 결국 지역 의료 접근성을 낮추고 환자 불편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실전 위주 학술대회, 약 400명 참석
한편, 이번 학술대회에는 약 4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요추와 하지 질환’을 주제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실전 위주 프로그램과 심도 있는 학술적 강의로 구성됐다.
지규열 이사는 “영상진단기기 사용법, 주사 시술법 등 개원의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구성했으며, 강의 후 피드백을 반영해 프로그램을 지속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법 관련 법적 교육도 병행해 변화하는 법률 환경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제공했으며, 대학 및 학회와의 연결을 통해 개원의들의 연구 역량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구성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