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전 세계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 최고 경영진들이 복제약과의 경쟁을 업계의 가장 큰 리스크로 꼽았다.
특히 프롤리아 등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 만료와 트럼프 행정부의 약가 인하 기조가 맞물려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 글로벌 제약사 ‘위기감’
20일 한국 딜로이트 그룹이 발표한 ‘2025년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5대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8~9월 전 세계 7개국 제약·바이오·의료기기 기업 CEO 등 1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37%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및 제네릭과의 경쟁을 가장 큰 우려 사항으로 지목했다.
이는 특허 절벽 문제와 직결된다. 응답자의 30%는 특허 절벽이 가장 우려된다고 답했다.
특허 절벽은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독점권을 잃고 매출이 급감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오리지널 의약품과 효능·효과·안전성에서 동등하면서도 가격 경쟁력을 갖춘 복제약들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8조원 매출 ‘프롤리아’ 특허 만료…복제약 전쟁 시작
실제로 올해 암젠의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의 특허가 만료됐다.
글로벌 매출이 연간 8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인 프롤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출시가 예정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월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오스포미브’와 ‘오보덴스’ 제품명으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받았고, 이달 초에는 국내 허가도 획득했다.
▲트럼프發 ‘약가 인하 압박’…글로벌 리더들 고민 가중
트럼프 대통령의 약가 인하 정책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고민을 가중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미국인을 우선시해 다시 한번 약값 인하’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이 행정명령에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이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지침 및 승인을 간소화하고, 의료진이 저렴한 경쟁 제품을 처방하도록 장려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M&A는 선택 아닌 필수”…AI로 R&D 혁신도 가속화
글로벌 제약사들은 인수·합병(M&A)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임원의 77%가 올해 M&A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화이자가 신경학 분야 강화를 위해 바이오헤이븐 파마슈티컬스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M&A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보고서는 “임상 시험의 불확실성, 기업 통합 과정의 어려움, 전략의 부조화 등 요인으로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얻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차세대 성장동력, ‘생성형 AI’에 베팅
글로벌 제약사들은 경영 혁신 차원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60%가 생성형 AI 도입을 위해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노피는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연구개발(R&D) 기간을 주 단위에서 시간 단위로 단축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제약사들은 글로벌 규제 변화(37%), 전쟁 등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36%), 인플레이션(36%) 등을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았다.
특허 절벽과 복제약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외부 변수들이 기업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