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한 가운데 지난 2월부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의 휴학도 승인할지를 두고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의사 국가시험을 예정대로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의사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의사 수급 여파는 1~2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연쇄적으로 필수 의료·지역의료 위기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인해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의교협, 대학 총장에 민사소송 예고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은 지난 5월 31일 총장들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의교협은 소송이유로 “의대 학생들이 유급되고 2025년 3월부터 신입생들이 들어오면 학생들의 수업권과 학습권이 침해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교육부 “총장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지난 3일 “소송 진행과 관련해 구체적인 부분은 알기 어렵지만 의대 증원 과정에서 총장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같이 협력해서 학생 복귀를 도와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서울고등법원에서도 (의대 증원으로 인한) 공공복리 증진이 더 중요하다고 결정했기 때문에 총장이 불법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고, 학교 측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의무 제공을 다 하지 않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픽] 의대증원·의료개혁 관련 국민 여론조사 결과
◆총장협의회 구성
이런 가운데 총 33개 대학 총장(의대 정원 증원분 배정받은 32개 대학+서울지역 1개 대학)들은 지난 4일 ‘의과대학 정상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 홍원화 경북대 총장)’를 꾸리고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의대생 복귀 방안을 논의했다.
대학 총장들은 첫 회의를 시작으로 전국 의대를 보유한 40개 대학 총장이 참여하도록 협의체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홍 회장은 “의대 정상화 방안을 고민해 보기 위해 총장 협의체를 구성하게 됐다.”라며, “정치적인 행위도 아니고,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발버둥이다. 총장들이 모여서 교수들에게 호소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의대생 복귀를 도울 체계적인 대책은 교육부·복지부와 협의가 필요하고, 교육 정상화를 위한 인원·시설·장비 등 교육환경 개선 지원 등과 관련해서는 정부에 집중적으로 요청하기로 했다.
오는 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면담 추진은 물론 학생·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성명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의교협의 민사소송에 협의회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논의를 했다.
◆학생들 동맹휴학 승인 요구 확대
학생들의 동맹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협의회에서는 이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고려대, 연세대 의대 학장 등은 최근 휴학을 승인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대규모로 휴학을 승인할 경우 2025학년도에는 기존보다 1.5배 늘어난 신입생에 더해 복학생들까지 한꺼번에 수업을 들어야 하고, 이들이 약 10년간 함께 교육과 수련을 받아야 하므로 ‘교육 불가’ 상황이 예고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휴학을 승인하지 않을 경우 학생들이 유급 등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휴학을 승인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유급될 경우 휴학과 달리 등록금을 환불받을 수 없고, 기존에 유급한 이력이 있는 학생은 학칙에 따라 퇴교 등 더 큰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법정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충북대 ‘수업 거부 의대생 2학기 미등록시’ 제적 경고
충북대가 의대정원 증원에 항의하며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게 학사 안내문을 통해 유급 기준과 방지 방법, 당부 사항들을 발송했다.
고창섭 총장은 안내문을 통해 조속한 수업 복귀를 촉구했다.
대학측은 “현재 의대생 약 300명 중 80∼90%가 휴학을 요구하며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데, 2학기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경우 제적이 불가피하다는 안내자료를 학생들에게 보냈다.”라며, “의대생들이 2학기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제적돼 재입학도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의대 최중국 교수협의회장은 “학생들을 압박하기 위해 ‘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6월 11일 총장과 면담을 통해 휴학계 수리를 촉구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사진 : 돌아오지 않는 의대생, 대구=연합뉴스 윤관식 기자)
◆의대 대부분 수업 재개…출석률 저조
교육부에 따르면 6월 3일 기준 40개 의대 중 39개 의대가 수업을 재개했다.
대부분 온라인 비대면 수업이며, 출석률은 저조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복귀를 위해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지만 아직 의대생들의 복귀 조짐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연세대 미래캠퍼스가 지난 4일 개정된 학칙을 공포함에 따라 의대 증원분을 배정받은 32개교가 모두 학칙 개정을 마무리했다.
마감일을 넘긴 곳은 연세대 미래캠퍼스뿐이지만 학칙을 개정함에 따라 교육부가 시정명령을 내리지 않게 됐다.
◆의사 국가시험 예정대로 진행
의료법에 따르면 ‘의대 졸업자’나 ‘6개월 이내 졸업예정자’가 국가시험에 합격했을 때 의사면허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면 의대 4학년이 국가시험을 치르더라도 제때 졸업하지 못해 의사 면허를 취득하기 어려울 수 있다.
대학들은 9월 시작하는 의사 국가시험 일정과 7월 원서접수 기간을 연기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대학들은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 등을 통해 시험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실기→필기’ 순서인 시험을 ‘필기→실기’ 순서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전병왕(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제1통제관은 지난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대본 브리핑에서 “현재 (의사 국가) 시험을 준비하는 응시자들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신뢰 보호를 위해 예년과 동일한 시기에 시험을 시행하고자 한다.”라며, “올해 ‘제89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9월 2일부터 11월 4일까지 총 39일간 시행한다. 응시원서 접수 기간은 7월 22일부터 7월 26일까지 5일간이며,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자는 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내년부터 의사인력 수급 차질
이런 상황이라면 내년 의사 수급은 차질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수업을 거부하는 경우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돼 결국 의사 면허를 취득하지 못할 수 있다.
현 의대 정원을 고려하면 당장 내년 최대 3,058명의 의사 공급은 물론 앞으로 4∼5년 후 전문의 공급도 부족할 수 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기피 대상인 필수의료 분야 의사 공급에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급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졸업을 앞둔 의대 본과 4학년 학생들을 대학 측이 일대일로 만나면서 계속해서 수업 복귀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