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37년 만에 임신 32주 전에 태아(胎兒) 성별을 미리 확인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의료법 조항이 위헌(違憲)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임신 기간에 상관 없이 자신의 태아 성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28일 헌재 대심판정에서 의료법 20조 2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선고기일에서 재판관 9명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내 이같이 결정됐다.
이와 관련해 대한산부인과의사회(회장 김재연)가 밝힌 태아 성감별 금지법 폐지의 필요성은 다음과 같다
◆남아선호 경향 감소 뚜렷
한국의 남성 고용률 및 임금 대비 여성고용률 및 임금은 꾸준히 증가해 여성의 상대적인 경제적 지위는 과거보다는 개선됐다.
이러한 변화가 남아선호 경향을 감소시키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출산율 변화 양상과 성비변화
2010년대 초반까지는 셋째아 이후의 자녀를 낳는 동기 중 남아 출산이 주요했다고 추정할 수 있지만, 2010년대 중반부터는 출산순위에 관계없이 자녀의 성별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임신중지의 원인 분석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가임기(15~44세) 여성 1만명을 대상으로 시행한‘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인공임신중지를 한 임신주수는 평균 6.4주였고, 절반 이상(55.8%)이 4~6주(4주 19.9%, 5주 19.6%, 6주 16.3%)였다.
누적 비율로 보면 임신주수가 4주 이하는 31.5%, 8주 이하는 84.0%, 12주 이하는 95.3%, 16주 이하는 97.7%로 나타났다.
적어도 97.7%는 태아의 성별을 모른 채 인공임신중지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태아 성감별 금지법이 갖는 모순과 부작용
태아성감별로 인한 인공임신중지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별개로 태아 성감별 금지법이 갖는 모순점과 그 존재 자체가 갖는 부작용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실적으로 태아의 성별 확인은 의료인이 아닌 부모가 원한다.
의료인이 아닌 부모의 이익 또는 희망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부모가 먼저 의료인에게 태아의 성별을 확인·고지해 줄 것을 요구하고 의료인이 이에 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태아 성감별 금지법 위반은‘의료인’에게만 적용된다.
‘의료인’이 아닌 이가 태아성별감별을 했을 때에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임부가 자신의 태아 초음파 영상을 의료자료의 목적으로 받아 인터넷에 올려 초음파 영상 해독 능력이 있는 불특정 인물로부터 성별 정보를 얻는 경우가 실제로 발생하고 있고, 이 경우 어떠한 법적인 문제도 없다.
김재연 회장은 “최근 태아 성감별 금지법에 따라 처벌받는 사례가 거의 없기에 사실상 사문화된 만큼 굳이 논의할 필요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