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국내 출산율이 2023년 0.72명을 기록했고, 올해는 0.6명 선으로 붕괴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이 저출산으로 인해 소멸하게 될 국가 1호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 9일 국회에서 ‘한방난임치료비’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모자보건법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를 두고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간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와 한방대책특별위원회,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은 1월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모자보건법 개정안 철회 및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에 대한 근거를 엄격히 규명해야 하고, 정부는 지금이라도 한방난임치료사업 시행을 즉각 중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기에 급급하고, 이기적이고 편협한 시선이라고 반박했다.
◆의협, 한방난임치료 문제점들 제시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문제점을 제시하고,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에 초래할 심각한 위험성에 대해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김교웅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 연세의대 산부인과학교실 최영식 교수, 함춘여성의원 이중엽 원장)
이필수 회장은“한방난임치료의 성과 지표가 자연 임신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발표가 있었음에도 한방난임치료 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는 법이 아무런 문제없이 통과됐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치료 효과가 확실하지도 않고, 상대적으로 비용부담이 큰 한방난임치료를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임이 분명하다. 이에 대한 근거는 이미 여러 연구자료에서 확인된 바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초저출생 시대를 맞아 난임 부부의 임신과 출산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이 대폭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여성과 태아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고, 보험료 부담만을 증가시킬 근거가 불분명한 항목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국민 건강에 대한 국가의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는 일일뿐이다.”라며,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 등 명확한 과학적 입증이 우선되어야한다. 따라서 이러한 비과학적인 한방난임치료에 대해 국민의 혈세가 과다 지출돼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 이정근 상근부회장은 “그동안 대한산부인과학회 등에서 수많은 문제점 지적을 했음에도 이번 법 개정으로 보건복지부는 또다시 불필요한 예산투입을 고려해야 한다.”라며, “복지부는 최소한 기존 연구에 대한 사후추적연구나 적절한 대조평가 등을 거쳐 한방난임치료가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점을 반드시 소명되어야 할 것이며, 난임으로 고통 받는 난임 부부에게 적절한 치료 방법으로 인정되기 전에는 한방난임치료사업의 시행을 중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김교웅 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책임있는 자세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엄격히 규명해달라”며,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도록 지자체 지원사업의 데이터를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제공해주신다면 한약의 안전성 여부를 규명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 “‘한방난임치료지원법’통과에 반대”
대한산부인과학회도 “‘한방난임치료지원법’ 국회 통과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모체와 태아의 건강에 대한 안전성을 무시한 판단이라는 점과 해당 법률안의 통과에 대해 반대한다.”라고 밝혔다.
한방치료가 난임에 도움이 되는지 판단할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기존에 6억 2천만원의 연구비를 들여 동국대일산한방병원 김동일 교수에 의뢰하여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김 교수팀은 2015년 6월부터 2019년 5월까지 강동경희대병원, 원광대광주한방병원과 함께 임상연구를 진행했다.
연세대의과대학 산부인과학교실 최영식 교수는 “이 연구는 대조군(control group)을 생략한 채 연구를 진행해 과학적으로 효과를 비교할 수 있는 대상조차도 설정하지 않고 연구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영국 의료통계학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은 해당 팀의 연구에 대한 저널의 검토(peer review) 의뢰를 받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해당 한방난임치료 연구는 ‘과학이 아니고, 임상 연구가 아니며, 터무니없다(This is not science. This is not clinical research. This abstract is clearly ludicrous.)’”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해 기사화되기도 했다.
최영식 교수는 “이는 기본적인 소양을 가진 과학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판단이다. 연구 결과를 살펴보더라도 원인불명의 난임으로 진단된 20~44세의 대상 여성 100명에서 중도 탈락한 10명을 제외한 90명 중 13명이 임신해 임신율은 14.4%였고, 그 중 7명이 출산해 출산율은 7.78%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는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된 부부에서 같은 기간 기대할 수 있는 자연임신율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이며, 더구나 이 중 절반에 가까운 46.2%(6/13)명의 여성이 유산했다는 사실은 일반적인 임신 후의 유산율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결과로 한방난임치료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한다.”라며, “추가적으로 현재까지 발표된 지자체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의 결과를 정보 공개 청구를 통해 검토한 결과들을 분석 발표한 결과를 보더라도 상당히 높은 유산율을 보인 것을 알 수 있고, 심지어 이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조차도 수집하지 않은 보고가 대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여러가지 원료를 포함하는 한방제제의 특성상 모체와 태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원료가 포함된 사례도 보고되고 있고, 각종 원료에 대한 여러가지 중금속이나,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 기준이 부족하여 한방제제가 오히려 모체와 태아에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라고 밝혔다.
반면 난임 극복의 필요성에 대한 국가적인 공감대가 형성되고, 난임으로 힘들어하는 부부를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할 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심과 지원을 악용해 유효성도 부족하고, 되려 모체와 태아에 대한 안전성에 대한 위협이 의심되는 분야에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정부와 국회는 지금이라도 한방치료의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규명하여 이를 국민 누구나 알 수 있게 공개하고, 그 이후 비용/편익을 분석하여 그 효용에 따라 적절한 치료 적응증을 명시하는 작업을 통해, 국민의 세금이 근거없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고, 난임부부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만을 제공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하기를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한의협 “안하무인 ‘의사패권주의’ 버리고 겸허히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길”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대한민국 초저출산 상황과 난임부부들의 안타까운 마음은 외면한 채 모자보건법에 명시한 한의약난임사업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국민과 언론을 호도하기에 급급한 일부 의사단체의 한심한 작태에 우려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모자보건법 개정은 많은 난임환자들이 한의약난임치료를 선택해 치료 받고 있지만 국가의 지원이 없는 상태이므로 한의약난임치료비 지원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다.”라며, “초저출산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존폐가 달린 상황에서 출산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가정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지원해야할 필수 사업이다.”라고 덧붙였다.
한의협에 따르면 한의약난임치료는 약 10년 이상 동안 지방자치단체의 수많은 사업을 통해 검증됐고, 보건복지부 연구결과에서도 인공수정보다 높은 14.44%의 성공률을 보였다는 설명이다.
난임부부 역시 96.8% 응답률로 정부 차원의 한의난임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바 있다는 것이다.
한의협은 “난임가족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적인 아픔을 치유하는 일이자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일이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국가와 국민을 위해 건강한 출산을 지원하고자 민주적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추진한 입법 활동조차 왜곡된 자료와 극단적 직역이기주의의 행태로 딴지를 놓고 방해하는 일부 의사단체의 행태는 국민의 아픔과 대한민국의 미래마저도 오직 자신의 눈앞에 놓인 밥그릇으로만 보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시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풍전등화에 놓인 대한민국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라도 양의계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길 바란다. 사람의 병(病)은 한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양의사, 치과의사, 간호사)이 치료한다. 사회적 병폐는 국회와 법원, 그리고 정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다. 한의약난임치료를 폄훼하기 전에 국정감사에서도 문제가 되었던 임신 성공률 0%를 기록한 의료기관들에 대해 자성하고 반성하는 기회를 가지기 바라며, 이제는 의사만이 모든 것을 해야한다는 ‘의사패권주의’를 내려놓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생각하는 참의료인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라며, “대한한의사협회와 3만 한의사들은 오직 국민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모자보건법에 따른 한의약난임치료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것이며, 양의계가 보여준 우격다짐의 왜곡이 아닌 최선의 진료를 통해 높은 출산율이라는 결과로 국민에게 보답할 것을 천명한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