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외상 및 산후출혈 등에서 인터벤션 영상의학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전무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김창원(부산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회장은 1월 26일 서울대학교병원 암연구동 이건희홀에서 진행된 ‘필수의료로서의 영상의학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김창원 회장은 “저출산이 국가 단위의 가장 큰 문제인 현 시점에서 생명까지도 위태로울 수 있는 산후출혈의 치료에서 인터벤션 영상의학의 중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지만 산부인과를 주축으로 한 다학제적 진료환경영역에서 인터벤션 영상의학 전문의의 역할과 지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라며, “중증 외상환자에서도 가장 중요한 사망원인인 동맥 출혈의 치료에서 인터벤션, 응급영상의학이 가지고 있는 현재의 역할과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영상의학이 응급 외상치료의 체계를 완성하는데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사진 : 대한응급영상의학회 이충욱 회장, 대한영상의학회 정승은 차기회장, 대한인터벤션영상의학회 김창원 회장)
◆응급 시술 전수조사 진행
이와 관련해 인터벤션영상의학회가 발표한 응급 시술 전수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이번 조사에는 전체 외상센터의 90%(19/21)가 참여했고, 산후출혈에는 인터벤션 전문의가 근무하는 전국의료기관 55%(97/175)가 참여했다.
◆외상…인터벤션 영상의학전문의 한명당 한달에 평균 14일 당직 등
2022년 한 해 동안의 전국 권역외상센터와 서울시 중증외상 최종치료센터에서 시행한 응급 인터벤션 시술(동맥출혈에 대한 응급색전술, 대혈관 손상에 대한 스텐트 설치술 등)은 전체 시술 건수 1,200건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결과 19개 기관에 45명의 인터벤션 전문의가 근무 중이고, 대부분 응급 환자가 발생하면 전화를 받고, 병원을 가는 온콜 당직을 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의 한 명당 한달에 평균 14일의 당직을 서고 있으며, 혼자서 매일 응급 온콜 당직을 응대한다는 응답자도 2명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산후출혈…인터벤션 영상의학 중요성 높아져
2022년 한 해 동안 인터벤션 전문의가 근무하는 전국의료기관에서의 중증산후출혈에 대한 응급 동맥색전술에 대한 전수조사도 진행했다.
이번 조사 결과 전체 시술 건수는 742건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전문의 한 명당 월평균 약 16일 당직 근무를 서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주말·심야 시간을 포함하여 응급 환자가 병원에 내원하면 연락을 받은 이후 1시간 이내에 시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응대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는 배종면 등이 2010년 발표한 ‘2008년도 출산 후 자궁출혈증의 치료 시술에 관한 성과분석,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연구보고서 2010.6, 1-168’ 이후 첫 전국 단위 조사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2010년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에서 2008년 한 해 동안 자궁동맥색전술이 92건, 부산 지역은 10건, 경남 지역은 5건으로 보고되어 있고, 전남은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이번 연구결과가 2008년에 비해 2023년 현재 의료현장에서 산후출혈 치료에서 인터벤션 영상의학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이번 연구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서울지역 188건, 경기 185건, 부산 52건, 경남지역 34건, 광주전남 24건이 시행된 것으로 보고됐다.
◆전문의 번아웃 심각…응급의료체계도 ‘위협’
특히 이번 조사와 심포지엄을 통해 확인된 더 중요한 부분은 인터벤션영상의학과와 응급영상의학과 등 영상의학과 전문의의 번아웃이 심각하다는 점이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전창호(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전문의 대부분이 본인의 황금기 인생 중 절반 이상을 응급 대기 상태로 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근무 과부하로 인해 많은 전문의들이 개인적으로 가족 생활에 대한 어려움을 겪게 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번아웃 상태에 놓여 있다.”라며, “문제는 젊은 의사들이 종합병원 등에서 어렵게 일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응급 시술 인력으로 기능이 필요한 병원에서 근무하기 보다는 보다 여건이 좋고, 응급 당직도 없는 근무지만을 선택하다보니 현재 응급 시술을 하는 (인터벤션, 응급 등) 영상의학전문의들이 노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원광대학교병원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는 3명의 인터벤션영상의학 전문의는 1명으로 줄어들면서, 개소 이래 지속해오던 365일 병원내 당직근무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충북대학교병원 외상센터를 담당하는 인터벤션영상의학 전문의는 1명이다 보니 매일 혼자서 응급 온콜 당직을 서고 있다.
문제는 조만간에 응급 시술을 할 수 없는 전국 권역외상센터, 1분 1초가 소중한 산후 출혈에 대한 응급 시술할 전문의가 없는 병원이 더욱 많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이로 인해 응급 체계를 떠받치는 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창호 교수는 “이는 외과에서 수술할 의사들이 점점 노화하며 그 수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과 비슷한 현실이다.”라며, “아무리 좋은 시설이 있어도 이를 운용할 실력있는 전문의가 없다면 ‘빛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창원 회장은 “‘필수의료’에서 이탈하는 의사들을 붙들어 두기 위해서는 ‘필수의료’관련 수가를 현실화하고, 불가피한 의료사고의 책임을 면해주어 어렵고 힘든 분야에서 일하는 의사들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역책임의료기관인 국립대병원을 중심으로 환자의 전원, 회송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지역의 응급, 중증환자의 치료가 완결될 수 있는 ‘지역완결의료’를 구축해야 수도권으로 집중하는 환자와 의료서비스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