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해 혈액 수급이 급감하는 가운데 수혈관리위원회의 올바른 역할 수행, 수혈적정성평가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김태엽 회장)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실(국민의 힘)과 공동으로 진행한 ‘혈액공급 부족사태 대응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간담회’를 통해 이같이 촉구했다.
◆국내 혈액 공급 부족…헌혈인구 감소 vs. 고령증 급증
우리나라는 인구 고령화와 저출산, 신종 감염병 등으로 혈액 공급 부족 문제에 봉착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계청 혈액정보통계에 따르면 2022년 헌혈 실적은 264만건으로 2019년 대비 5% 감소, 동기간 수혈용 혈액 공급 실적도 4% 감소했다.
문제는 헌혈 인구는 감소하는 데 반해 수혈이 필요한 고령층은 급증하고 있어 향후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혈액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혈액 수급 방법’과 ‘혈액 적정 사용에 의한 수요 감소’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술 및 혈액질환 환자들에서 부적절한 수혈 관행이 주는 위험, 잠재적 위험이 매우 크므로 부적절하거나 과도한 수혈 관행 개선을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진 인식 전환 필요 등
이종성 의원은 “고령화와 팬데믹으로 혈액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혈액 공급을 헌혈 인구 혈액에만 의존하는 현실은 문제가 있다. 국내의 과도한 혈액 사용 관행은 개선되어야 하며, 이를 통한 전반적 혈액 수요 감소가 절실하며, 이를 현실화하고 촉진할 실질적인 대책 혹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재 원장(서울순천향병원 원장,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전임회장)은 “국내 의료계의 혈액 사용 적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혈액 적정사용의 기본이 되는 환자혈액관리 개념의 교육 확대와 수혈을 가장 편하고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간주하는 국내 의료진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숙 복지부 과장(혈액장기정책과)은 “정부도 혈액 수급 안정화 및 의료기관의 사용량 관리, 그리고 관련 연구 활성화와 지원을 위해 힘쓰고있다”고 말했다.
김준연 과장(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혈액안전감시과)은 “성공적인 해외 환자혈액관리 적용가이드라인의 국내 도입과 적정 혈액사용을 위한 한국형 환자혈액관리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한 연구와 시스템 개발을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수혈관리위원회 역할 등 논의
혈액 사용 적정성 향상에는 최근 입법되어 의료기관에 설치된 수혈관리위원회의 역할과 활약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 대부분 수혈관리위원회가 기관내 혈액폐기율 관리 업무에 치중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위원회 설립 당시 역할과 업무 방향성에 대한 홍보 불충분이 이유로 꼽힌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김태엽 회장(건국대병원)은 “결과적으로 규모만 키운 채 과거 수혈위원회의 주업무인 혈액폐기율 관리에만 전념하는 현실을 초래했다. 수혈관리위원회의 주업무가 기관내 수혈 적정성 자료 수집과 축적, 기관내외 평가, 환자혈액관리 교육이라는 사실을 지금이라도 유관기관이 계도해야 한다”며, “이를 촉진하기 위해 위원회 업무 인식 및 수행이 수혈적정성 평가사업의 평가지표로서 비중 있게 포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혈적정성 평가사업 확대와 강화
수혈적정성 평가사업 확대와 강화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이정재 원장은 “국내 의료계의 혈액 사용 적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는 유관기관에 주도하는 수혈적정성 평가사업의 확대와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수혈적정성 평가사업 확대의 최대 걸림돌은 평가에 이용가능한 세분화된 수혈 관련 자료(질환별, 수술별, 수술 중, 중환실, 수혈동기-사용량-수혈 후 증상 개선 여부 등)가 현재의 심평원 자료로는 획득이 매우 어렵거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김태엽 회장은 “기존 심평원 행위 및 급여 코드 세분화를 통해 추가 투자없이 자료 수집 용이성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자”고 밝혔다.
올해 시작되는 제2차 수혈적정성평가 항목 지표 중의 하나인 수술 전 철결핍빈혈환자 진단 및 치료율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
김태엽 회장은 이에 관해 “수술전 빈혈동반환자의 원인 진단과 수술전 치료 여부가 적정 수혈 노력의 효과적이면서도 중요한 평가지표이다. 수술전 빈혈을 진단하고 맞게 치료하면 수술중 수혈빈도를 감소시킨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있다. 그러므로 이를 위해 기존 지표를 수술전 빈혈환자 진단 및 치료율로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혈 촉진제, 대체약제…신속한 도입과 급여 확대 필요
수술 및 혈액질환 환자들에서 부작용이 큰 수혈을 피하게 해주는 조혈 촉진제(적혈구형성자극제, 적혈구성숙제제 등)와 대체약제(혈액응고농축제, 정맥철분제 등)의 신속한 도입과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모았다.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은 “평생 만성 수혈이 필요한 고리철적혈모구 동반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RS)환자들에게 수혈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짧게는 2주, 길게는 3~4주에 한번씩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지속적인 수혈은 철과잉 혹은 중독, 심하면 간부전과 신부전을 초래한다. 수혈로 인한 폐손상은 호흡곤란이나 현기증의 고통 가중시킨다. 수혈과 합병증 빈도를 낮춰주는 고가의 적혈구성숙제제가 도입되었지만, 조속한 급여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에 김국희 신약등재 부장은 “현재 수혈의존성 골수형성이상증후군 빈혈 치료제인 적혈구성숙제제(루스파터셉트)의 경우 임상적 유용성은 입증했으나 재정효과성을 고려하여야 한다”며, “이를 고려하여 급여화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 수혈 가이드라인에도 권장되는 수술전 빈혈환자에 조혈제(에리스로포이에틴)를 투여하면 현실은 급여삭감에 해당한다.
장준호 약제기준부장은 “현재 조혈제 사용 급여 적응증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삭감을 피하면서 수술전 빈혈에 사용하려면 허가초과 비급여사용승인과 같은 추가 절차를 통해 기관별로 사용을 모색해야한다”고 말했다.
박선영 교수는 “심평원 급여기준의 개선이 없다면 조혈제의 수술전 빈혈 치료를 위한 실질적 투약은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급여기준 개선이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이정재 원장은 “혈액질환 환자들이 겪는 많은 어려움을 고려해 비용효과성을 뛰어넘는 실질적인 환자 지원 방안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정책간담회에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의원(국민의힘) ▲보건복지부 김정숙 혈액장기정책과장, 김준연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 혈액안전감시과장, 손태원 보험약제과 사무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국희 신약등재부장, 장준호 약제기준부장 ▲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 회장 김태엽 건국대병원 교수, 이정재 순천향대서울병원 원장, 박선영 순천향대서울병원 교수 ▲한국혈액암협회 박정숙 사무국장이 참석해 혈액공급 부족사태의 현안과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