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영상의학회‘대법원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구체적 문제제기 한의원에서 초음파 시행 영상도 공개 2023-02-25
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월 22일 의협회관 4층 대회의실에서‘대법원 전원합의체 한의사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판결’에 공식적인 항의 및 조목조목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 사건의 한의사 A씨는 부인과 증상을 호소하던 여성 환자에게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약 68회 골반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지만,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고 심대한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이번 항의에는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회장, 대한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 등 전문학회까지 참석한 가운데 진행돼 관심을 높였다. 

◆대한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구체적 문제들 제기 

대한영상의학회 이정민 회장은 ▲초음파가 사용은 쉽지만 시행과 결과 해석은 영상의학 영역에서도 최고 난이도 검사법이라는 점, ▲처음부터 한의사의 사용을 고려했다면 당연히 금지사항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점, ▲한의과대학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하지만 정확성과 깊이 보장이 안된다는 점, ▲의료이원화 원칙과 정면 위배된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초음파…영상의학 영역에서도 최고 난이도 검사법

초음파 검사는 단순히 탐촉자를 환자의 신체에 접촉하여 육안상 보이는 구조물의 이상 소견 추정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고, 초음파 탐촉자를 인체에 접촉하면 누구나 영상을 만들 수 있지만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누구나 사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진기도 누구나 가슴에 대면 심장과 호흡음을 들을 수 있지만 이의 해석에는 많은 의학지식과 다년간의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과 유사하다.


게다가, 초음파 검사는 실시간으로 탐촉자를 환자의 몸에서 움직여야 하고, 적절한 압박, 환자의 호흡조절, 인공물의 제거, 음파창 유지를 해야 한다. 


이정민 회장은“결정적으로 초음파 외의 타 의료영상과 같이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사용은 쉽지만 시행과 결과 해석은 영상의학 영역에서도 최고 난이도 검사법이다”며, “한의사들의 주장은 면허제도의 의미를 간과함과 더불어 전문 의료행위, 한방의료행위, 비의료행위의 구분을 무시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의사 사용 고려했다면 당연히 금지사항 필요  

현행법 규정에 한의사의 초음파 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한의사가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는 초음파 기기는 당연히 의사에 의해서 사용되는 장비로 생각해서 굳이 이같은 기기사용에 대해서 금지사항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만약 처음부터 한의사의 사용을 고려했다면 당연히 금지사항을 만들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의과대학에서 교육…정확성과 깊이 보장 안돼

한의계에서는 한의과대학에서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교육하므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합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교육의 정확성과 깊이가 보장되지 않으며 근본적으로 해당 직군이 주장하는 한의학 이론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현행 의료법상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이원화되어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 의료행위는 그 해당 의학에 기초하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이원화 원칙과 정면 위배

현재까지 현대의학의 경우, 한의학적 침술 같은 것도 심지어 많은 논문과 연구를 통해 원리를 일부 현대의학에서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사용하지 못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대로라면 한의학적인 모든 검사, 시술은 현대의학 입장에서도‘현대의학과 무관한게 명백한지’를 밝히지 못한다면 다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회장은 “그렇지 않다면 이번 판결은 지극히 형평을 잃어버린, 경도된 결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현 의료법상에서 제시되어 있는 의료이원화의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같은 결정 하에서 앞으로 의료이원화가 어떻게 지속 가능한지 의문이며, 의료법을 넘어서는 결정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회장 “초음파 검사 제대로 수행·판독 능력 없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근영 회장은 “자궁내막암의 경우 골반초음파에서 이상소견이 보일 때 자궁내막조직검사로 확진이 가능함에도 2년 이상의 추적관찰 기간동안 한번도 이를 시행하지 않은 것은 초음파 검사를 제대로 수행하고 판독하는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며, “자궁내막암의 정상적인 진단과정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자궁내막병변·자궁내막암 조기 진단, 초음파 역할 중요

자궁내막암은 초음파상 불규칙하고, 불분명한 윤곽과 비균질한 에코의 자궁내막비후 또는 자궁내막종괴로 관찰된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자궁내막조직검사와 같은 침습적 추가 검사의 필요 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자궁내막병변과 자궁내막암의 조기 진단에서 초음파의 역할은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정확하고 조속한 진단은 적절한 치료를 위하여 중요한 의료행위이기 때문에 진단을 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상의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데, 한의사 A씨는 환자의 자궁내막암 진단을 놓쳐 환자에게 명백하게 위해를 가했다는 지적이다.


▲한방질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사용? 의문 

문제는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은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자궁내막염, 난소낭종 등을 치료한 사례를 공개하며 사례마다 그 증거로 초음파 사진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대법원은‘현대의학적 진단’이 아닌‘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를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근영 회장은“한방질환의 진단 보조수단으로 초음파 사용했다는 걸 증명하려면‘기체혈어 자궁증’이라는 한방질환의 초음파 소견 등에 대한 검증된 자료가 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해 제시된 이론적 자료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


이어 “과거 대한산부인과학회에서는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이 제시한 사례에 대해 초음파 사진과 한의사가 내린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고 매번 다른 각도에서 촬영하는 등 검사 자체가 부정확하게 이뤄졌으며 일부 제시된 증례에서 진단명과 제시된 초음파 사진 간 추정 진단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들이 관찰되고 있어 초음파에 대한 해석이 잘못 내려졌을 개연성 등이 있다는 검토 결과를 대한의사협회를 통해 재판 과정에 제출하였지만 이러한 결과는 대법원 판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세계의대목록 퇴출 등 교육수준 미흡 확인 

이는 한의과대학의 세계의대목록 퇴출 사례를 보아도 한의과대학의 현대의학 교육수준이 미흡한 것이 확인된다는 것이다. 


또한 전문 강사가 없어 개원한 한의사가 교육하는 사례도 밝혀진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의사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아무리 의학과목 및 진단장비에 대해 배운다 하더라도 의과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는 없다. 아무리 자동차에 대해 많이 배워도 운전면허 없으면 운전을 할 수 없고, 아무리 법에 대해 많이 공부해도 변호사 자격이 없으면 법정에서 변호하거나 판검사 역할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고 지적했다.


◆박형욱 변호사 “법조인인 제가 부끄럽다”

단국대학교의과대학 박형욱(변호사)교수는“대법원이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통상적 수준의 위험이 발생하지 않는다며 내놓은 논거를 보면 법조인인 제가 부끄럽다. 대법원은 의사도 오진을 할 수 있는데 유독 한의사에 대해서만 이를 부정적으로 볼 만한 유의미한 통계적 근거를 찾을 수 없다는 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무면허자 교통사고 적다는 통계=안전?   

2020년 자료로 계산해 보면 운전면허가 있는 사람(유면허자)은 1만명당 62건, 운전면허가 없는 무면허자(무면허자)는 1만명당 4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킨다. 


이런 통계치를 가지고 무면허자가 훨씬 안전하게 운전한다고 주장한다면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면허자는 일반적으로 운전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인구대비 교통사고 유발률은 유면허자에 비해 낮을 수밖에 없다. 


요컨대 무면허자가 유면허자보다 운전사고를 더 일으킨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며 무면허자의 운전을 정당화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면 더 오진을 한다는 유의미한 통계가 없다는 논거로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를 정당화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의사, 한의사 오진 같을 수 없어 

당연히 의사도 오진을 한다. 그러나 현대의학을 배운 의사의 오진과 현대의학을 제대로 배울 수 없는, 현대의학과 전혀 다른 전통 의학을 배운 한의사의 오진이 같을 수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의료법령이 의사의 오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의사가 사용하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는 엄격한 임상시험을 거쳐 환자에게 사용이 허용된다. 


의사가 새로운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할 때 그것이 의학적 의료행위 원리와 관련 없음이 명백한 경우가 아닌 한 사용해도 된다는 식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의료기술 역시 마찬가지이다. 의사는 신의료기술을 사용하기 전 안전성·유효성이 확인된 이후에 사용해야 한다. 


▲대법원, 판결에 책임지는 검증 필요 

박형욱 변호사는“대법원이 사법적극주의의 이념에 따라 사회를 선도하는 판결을 내릴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판결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한다. 대법원은 판결에 책임을 지는 검증을 시행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의학은 꾸준히 스스로를 검증해왔다. 검증체계야말로 현대의학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이러한 검증체계야말로 환자를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이다”며, “대법원이 상상력에 의존해 판결하지 말고, 판결을 검증하고 판결의 전제가 된 사실관계를 검증하지 않으면 초음파 판결의 부작용은 오로지 국민이 감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연합회도 우려 및 비판 제기 

환자단체연합회도 대법원이 초음파 진단기기를 혈압계나 체온계와 비슷한 진단기기로 판단하는 것에 우려를 표명했다. 


정량적인 수치로 나오는 혈압계, 체온계와 실시간으로 판독해야 하고 추가검사나 시술이 필요한 경우도 많은 초음파 검사가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환자단체연합회는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에 도움이 된다거나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일종이라고 보는 환자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환자단체연합회는 현재 한의대 교육과정만으로도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에 별 문제가 없다는 판결문 취지도 비판했다. 


한의대에서 영상의학 교육은 최근의 일이고, 초음파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한의사도 많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실제 한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의협 이정근 상근 부회장은 실제 한의원에서 초음파를 시행하는 영상을 통해 “잘못된 진단과 그에 따른 처방이 이뤄져 환자의 건강에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관련기사
TAG

라이프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