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이견을 보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매년 최저치의 출산율을 경신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다.
◆의협 “의사의 공급 과잉 우려해야”
의협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보건복지통계연보에서 2020년 우리나라 면허 의사 수는 약 13만명이고, 의사 1인당 국민 수는 2009년 641명에서 2020년 480명으로 지속적으로 감소(연평균 2.6% 감소율)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인구대비 의사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구는 점점 감소하고, 추가 배출되는 의사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우리나라는 의사 부족이 아닌 오히려 의사의 공급 과잉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의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은 여러 객관적인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세계 최고 수준
OECD 건강통계(OECD Health Statistics 2022)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는 연간 14.7회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OECD평균 5.9회), ‘기대수명, 주요 질병별 사망률, 영아사망률’ 등 주요지표도 OECD평균보다 훨씬 나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이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 및 의료접근성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고 밝혔다.
▲치료가능사망률(AM)…OECD 32개국 중 두 번째로 낮은 수준
경실련이 필수·공공의료 의사 부족의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치료가능사망률(AM, Amenable Mortality Rate)’을 살펴보면 경실련이 통계자료를 얼마나 자의적으로 해석하는지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21년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료가능사망률(AM)은 42.0명(OECD 평균 74.4명)으로 2019년 통계가 보고된 OECD 32개국 중 스위스(39.0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며 인구 1000만 명 이상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낮다(1위).
▲국내 의료서비스 질 지표…매우 뛰어나
우리나라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을 보면 전국 평균이 41.83명이며 서울이 36.36명으로 가장 낮고 충북이 46.95명으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치료가능사망률이 가장 높은 충북의 수치를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OECD 5위 수준에 해당돼 우리나라의 의료서비스 질 지표는 전반적으로 매우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의협은 “경실련에서 예를 들고 있는 지방의료기관이 구인난에 허덕이는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우리나라의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의사가 지방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지난해 발생한 서울아산병원 사건은 우리나라 필수의료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환경의 문제점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저수가 문제, 의료사고 책임 문제, 열악한 근무환경 등 지원 대책 부재로 인해 필수의료를 기피할 수밖에 없고 필수의료 분야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필수의료 및 지방지역 기피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무리하게 의사 수를 늘릴 경우, 해당 분야의 기피현상은 해결되지 못한 채 국민의료비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의료체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 자명하다”며, “필수 및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제대로 된 의사인력 수급 정책 부재와 지역 및 의료취약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등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본적 이유를 간과하고 특정분야 및 특정지역 의사 수가 부족하니 단순히 총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다거나 공공의대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단편적이고 무책임한 방안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필수의료 붕괴를 막고 지역 의료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은 의사 수 증가가 아니라 국가의 강력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통해 취약지역과 기피분야에 각종 인프라 구축 및 충분한 보상·처우개선과 같이 유인기전을 마련하고, 의사들이 필수의료·지역의료에 자발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즉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전공의 및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공공의료 분야 인력에 대한 지원 강화 △필수·공공의료 인력의 근무환경 개선 △전폭적인 재정 투입을 통한 필수·공공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 및 공공정책수가 신설 등 다각적인 지원을 강화해 필수·공공의료 분야를 담당하는 의사들이 다른 걱정 없이 오로지 환자진료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국가가 나서서 안정적인 의료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실련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 반대를 위한 엉터리 해석과 궤변을 중단하라”
반면 경실련은 “의협은 경실련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비약적인 결론을 내려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주장했다고 입장을 밝혔다”며,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고 충분하며, 수가인상과 의사들의 처우개선이 핵심이라는 것이다. 실내 마스크 해제 조치를 앞두고 2년 전 의료계의 불법 진료거부로 중단된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정원 확대’ 논의가 재개될 것에 초조한 심정임은 이해한다. 그러나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객관적 근거와 논리가 아닌 자신들의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한 해석으로 경실련의 주장을 비약이라고 폄하하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지난 16일 ‘지역 의료격차 실태발표 및 개선촉구 전국경실련 기자회견’에서 17개 광역시도별 치료가능사망률, 의사 수, 공공병원 설치율이 각각 전국 평균 이하인 인천, 전남, 경북지역을 의료취약지로 규정하고, 공공의대 신설과 의대정원 1,000명 확대를 제시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 의사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의사부족 경고
관련하여 한국보건사회연구원도 현 상태로는 10년 후에는 의사 약 2만 4,000명이 부족하다고 경고했고, 지난해 OECD도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해 의대정원 확충이 더 늦어져선 안 된다고 권고했다는 것이다.
▲OECD 최하위 수준
경실련은 “의협이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외래진료 횟수(연간 14.7회)’를 의사가 충분하다는 근거로 취하면서도, 의사 부족의 가장 객관적 지표로 인용되는 ‘OECD 기준 대비 인구당 의사수’는 철저히 무시한다”며, “우리나라 인구당 의사수는 2명(한의사 제외)으로 OECD 평균인 3.5명의 절반을 조금 넘는 최하위 수준이다”고 밝혔다.
이어 “의협은 이 수치에 대해서는 OECD 국가와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고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의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변명하며 이익에 반하는 근거는 자의로 배제하고 있다”며, “의협은 통계와 지표사용에 원칙과 일관성이 없고, 자신들에게 불리하면 비약이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인구 감소 전망
한편 2021년 인구는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49년 이후 72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됐다. 이는 2029년부터 우리나라 총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통계청의 지난 2019년 예상보다 8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통계청이 2022년 9월 발표한 ‘2021년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세계와 한국의 인구현황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2022년 5,200만명에서 2070년 3,800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