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신 medicalkorea1@daum.net
폐암수술도 정밀의료를 바탕으로 환자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맞춤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이 증명됐다.
최근 수술 전 임상정보를 분석해 환자 맞춤형으로 림프절 절제 범위를 정할 수 있고, 생존율을 높이는 데도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그동안 암의 병기나 침윤 정도와 상관없이 암을 포함해 주변 정상조직과 림프절까지 모두 잘라내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이번 연구로 폐암수술의 표준을 바꾸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발과 전이를 막기 위해 광범위한 림프절 절제가 폐암수술의 주 목표인 것은 맞지만 유일한 목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 김홍관·이정희 교수,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 교수, 삼성융합의과학원 이진 박사과정생, 존스홉킨스대학 홍연수 박사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 사이 폐암수술을 받은 임상병기 1기부터 3기 사이 환자 5,117명의 수술 후 5년 생존율을 분석한 결과 최소 절제 환자 중 주변 림프절을 모두 보존한 경우가 90%로 가장 높았다.
결절과 림프절 일부를 제거한 경우는 83%로 뒤를 이었다. 림프절을 남기지 않고 광범위하게 절제한 환자는 80%로 가장 낮았다.
무진행 5년 생존율 역시 마찬가지로 림프절을 보존한 최소 절제 환자가 86%로 가장 높고, 일부 절제 환자 74%, 광범위 절제 환자 70% 순이었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임상 병기 1기에 해당하는 조기 폐암이거나, 암의 악성도가 낮은 폐 선암 조직형(간유리음영결절)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최소 절제한 환자들은 주로 폐암의 악성도가 낮고, 전이 위험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수술 전 평가에서 이러한 환자라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하는 편이 합병증 위험은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연구팀이 앞서 ‘미국외과학회지(Annals of Surgery, IF=13.78)’에 발표한 다른 연구에서는 선행항암이 필요했던 환자들은 광범위 절제가 생존율 향상에 도움이 됐다.
연구팀은 2003년부터 2019년 사이 종격동이나 기관분기 아래 림프절로 암이 뻗쳐 폐암 3기로 확인된 환자 910명의 수술 후 생존율도 비교 분석했다.
앞서 사례와 달리 이들 환자는 광범위 절제 환자의 5년 생존율이 60%로 가장 높고, 최소 절제 환자가 52.9%로 그 다음이었다. 무진행 5년 생존율도 광범위 절제 환자(54.9%), 최소 절제(46.2%) 순이었다.
사망 위험을 상대적으로 평가했을 때 광범위 절제 환자 대비 최소 절제 환자는 18%나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재발위험도 비슷했다.
즉 예후가 좋은 조기 폐암과 달리 진행된 폐암으로 선 항암방사선치료 후 수술할 경우 광범위하게 완전 절제를 하는 것이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공동 교신저자인 조주희 교수는 “폐암수술 빅데이터 분석으로 수술에서도 정밀의료 구현을 증명한 연구이다”며, “개원초기부터 국제적인 수준의 폐암수술 레지스트리를 구축하여 모은 양질의 임상기록들이 미래의 환자들이 암을 극복하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공동 교신저자인 김홍관 교수는 “언제나 환자에게 답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일깨우게 됐다”며,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료로 폐암수술 환자를 정확히 평가하고, 그에 맞추어 수술하면 환자의 조기 회복을 돕고 장기 생존에 대한 기대도 키울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7월 세계폐암학회 공식 학술지인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IF = 20.12)’에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한 경우보다 최소 절제한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았다고 보고했다.
육안으로 확인되는 종양은 물론 그 주변조직 및 인접 림프절에 미세전이가 있을 수 있는 암의 특성을 고려하여, 잘라낼 수 있다면 최대한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절제하는 것이 전통적인 수술접근이다. 세계폐암학회의 완전절제 기준에 대한 권고안 역시 광범위 절제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으로 발견되는 조기폐암이나 간유리음영 형태의 예후가 좋은 폐암의 경우 주변부 미세전이 가능성이 희박한 데도 일률적으로 광범위 절제를 적용하는 것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면 최소 절제는 미세전이 가능성이 없는 폐암에 한해 꼭 필요한 만큼만 절제하고 주변 림프절 등을 보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환자의 수술 부담을 줄여 수술 후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메디컬월드뉴스 김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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