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컬월드뉴스 medicalkorea1@daum.net
요즘 병원 경영의 가장 힘든 점을 묻는다면 아마 인력난이 꼽힐 것이다.
병원의 인력난은 직원들의 선택권이 커진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계속 근무할 수 있도록 구애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급여나 복지 개선을 위해선 환자 수요가 충족돼야 하지만, 환자들이 넘쳐나려면 환자들이 만족할 만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환자에게 맞춘 직원들의 서비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병원 인력난의 가장 큰 원인은 감정노동으로, 병원 종사자들은 자신을 향한 많은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매일매일을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이 근무한다.
소위 ‘사’자 직업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일하는 병원 조직은 그 특수성으로 인해 많은 갈등이 존재한다.
의사들의 절대 권력 속에서 실무자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아닌 권력자의 비위를 맞춰야 하며, 부서별 이기주의 속에서 업무의 그레이존(Gray-zone)이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갈등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특히, 막무가내 환자들의 컴플레인 앞에서는 조직문화 개선을 통해 생산성 있는 조직을 만들고, 감정노동에서 직원들을 지켜내는 것이 임무인 필자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일부 상업적인 병원들이 등장하고, 언론에서는 연일 병원에 대한 부정 이슈가 터진다.
이런 환경 속에서 병원과 환자 간의 신뢰 관계는 쉽게 깨질 수밖에 없으며, 이는 환자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있다.
의사와 환자는 신뢰 관계가 두터울수록 진료 결과가 좋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두터운 신뢰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상대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것으로, 신뢰 관계가 없다면 모든 상황이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과잉진료가 아닌 올바른 치료였음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병원에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도 있다.
의사는 결과를 보장하는 사람이 아님에도, 치료에 불만이 있거나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의사의 과잉진료나 과실을 확신하며 민원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하다.
최선을 다해도 죄인 취급받는 상황 속에서 의료인들도 점점 지쳐가고 있다.
블랙컨슈머가 이슈가 되면서 최근에는 여러 기업에서 무례한 고객에 대한 응대를 거부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갑질을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이 갑질인지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 의식에 사로잡혀 직원들에게 무리한 감정노동을 요구한다.
[사진 : 호인(HOIN) 김수정 대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소비자와의 분쟁을 중재하는 기관이 분명 존재하며, 이는 의료계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환자들은 중재기관 역시 병원과 한통속으로 여겨 중재를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온라인에 좋지 않은 소문을 내겠다는 식의 협박을 해, 병원은 결국 원만한 해결을 위해 환자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병원은 점점 방어 진료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병원의 인력난은 불신의 시대에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개인의 이기심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결국 우리 모두에게 더욱 큰 손해로 돌아오게 된다.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피해 보상을 요구하거나 갑의 위치를 이용해 직원에게 무리한 사과를 받아내려는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을 비롯해 병원의 모든 행위를 상업성으로 의심하는 사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사람, 병원이 과실을 감추는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 등이 결국 의료계에 있는 직원들을 떠나가게 만든다.
병원 직원들은 매일 수많은 모멸감은 물론, 자책감과 잘못도 없이 사과하는 전쟁을 매일 겪고 있다.
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위치에서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감정관리다. 감정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 속에서 발생한 감정이 왜 생겼는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상대방(환자)의 입장에서 왜 무례한 행동을 하는지, 그때 상대방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육체적인 고통과 함께 정신적으로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가장 나약하고 연약할 때 자신이 이용당한다고 생각하면 불만이 폭발하며, 이는 직원도 마찬가지다.
언제까지 일방적으로 당하는 샌드백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며, 기준을 넘어선 행동에 대해서는 응대를 멈추고 병원이 스스로 직원을 보호해야 한다.
환자경험평가로 인해 병원 직원들의 감정노동이 더욱 가중될 것이다.
이에 감정관리 전문가가 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직원을 지키기 위한 응대 기준 및 시스템을 마련하는 병원의 노력 또한 중요한 시점이다.
[메디컬월드뉴스]